여초 김응현서예관
Yeocho KimEungHyun Calligraphy Museum
한울건축 | HANUL Architects & Engineers Inc.
아늑하게 펼쳐져 있는 산세를 배경 삼고 훤하게 비워진 마당과 벌판을 앞에 풀어 놓은 것 같다. 경사로를 따라 건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부지 한 쪽에 자리하는 솔숲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인을 알아보는 듯 절개 있는 모습으로 군집을 이루며 공간을 보좌하는 듯하다.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잔잔한 움직임이 이는 물 위에 공간은 고요하게 떠 있다. ‘추사 이후 여초’라고 표현될 정도로 우리나라 근현대 서예를 대표하는 여초 김응현 선생의 작품 전시관이다. 기존의 만해 마을 등 문화 및 레저 단지와 연계되는 문화벨트의 일부로서 인제의 자연 풍광과 어우러지는 건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경사진 진입로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물이다. 중정 왼쪽에 위치하는 수공간은 일명 ‘투영연못’이다. 전시장을 물 위로 띄워 놓은 것도, 그렇게 떠 있는 전시장이 물 안에 투영되어 한 번 더 강조되는 것도, 여초 선생의 고귀함을 은유해 놓은 듯 보인다. 물 위의 백색 전시장 벽면 한쪽에 여초 선생의 필체가 살아 있다. 생동감 있는 필체가 미풍에도 잔물결을 이는 수공간이나 단출한 공간감 등과 어우러진다. 그 모습이 서권기書卷氣 넘치고 고졸하면서도 활달하다고 평가 받는 여초 선생의 작품세계를 묵묵하게 설명하는 듯하다.
사실 건축은 주변 자연이 만들어내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선이나 풍경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기하하적 형태를 갖춘 날 선 표정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이 외딴 섬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 풍경을 더욱 풍부하게 돋보이도록 고양시키는 듯 보인다. ‘ㅁ‘자 형태로 공간이 자기 안에 매몰된 외형이지만, 필로티를 통해 소통의 길을 찾고 주변과 독창적인 조우를 이어가는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필로티라고 해서 떠 있는 전시시설 아래 공간 전체가 휑하니 비어 있지는 않다. 또 다른 공간들이 전시관과는 분리된 불륨으로 자리한다. 아래 위의 수직으로 분리된 볼륨 사이에 자연스레 수평의 틈이 나 있고, 이를 통로 삼아 건물 안 중정으로, 또 내부 공간으로 주변의 자연 경관을 끌어들인다. 건축 안으로 진입하기 전까지 여정을 함께하던 자연이 전시관으로의 입장과 동시에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진다. 물론, 연속적으로 가감 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식 바깥의 풍경과는 다른 양상이긴 하다. 수평의 틈이나 필로티, 창문 등 건축적 요소를 통해 여과된 모습이다.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사각형의 매스 위로 자연의 그림자가 따뜻하게 드리우고, 물과 중정과 공간 안으로 프레임 된 차경을 들이는 덕분에 건축은 정체되지 않는다. 하루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오고 가는 모든 풍경들이 건축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중첩되어 머무르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한다. 전시관의 시각적 체험에 그치지 않고 온 몸의 감각적 체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길 바란 결과다.
작품명: 여초김응현서예관 / 대지위치: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1119-3번지 / 지역지구: 관리지역 / 용도: 문화및집회시설 /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 주요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 대지면적: 9,917.00m² / 건축면적: 1,867.22m² / 연면적: 2,613.39m² / 건폐율: 18.82% / 용적율: 19.52%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실크스크린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