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 거꾸로 된 파테마

주.로디자인 | L’EAU Design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중력의 두 세상

영화 ‘거꾸로 된 파테마’에는 하늘을 맞대고 있는 두 개의 세계가 등장한다. 한쪽에서 보기에 다른 한쪽은 하늘과 땅이 뒤집힌 거꾸로 된 세상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런 서로를 통해 차이를 인지하며, 장벽을 허물고 화합을 이뤄간다. 성동구 행당동 행당시장 입구에는 이 영화처럼 상반된 요소들의 공존을 얘기하는 건물이 있다. 오피스텔 ‘거꾸로 된 파테마’다.

시장길 입구, 오피스텔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땅은 몇 가지 조율을 필요로 했다.
첫 번째는 물리적인 주변 상황과 관련된 것이다. 대지 바로 근처에는 1~2층짜리 점포가, 그 뒤로는 4~5층짜리 근생시설이, 더 멀리 보면 고층 빌딩까지, 규모도 높이도 제각각인 건물들이 뒤섞여 있는 상황이다. ‘거꾸로 된 파테마’는 주변 건물들의 이러한 높이차를 재료를 통해 중재한다.

 

 

 

 

1~2층에는 통유리창을 이용해 개방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부분적으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벽돌을 사용하여 주변과의 연속성을 유지했다.
3~4층은 흰색 외장재로 마감하여,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고층 오피스텔을 시각적으로나마 인근 근생시설과 비슷한 높이로 분절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5층부터는 시멘트 벽돌로 마감했는데, 이때 7층 이상에는 5~6층보다 진한 색 벽돌을 사용함으로써, 고층부로 갈수록 건물의 존재감은 줄이고 높이차에 의한 이질감도 희석하고자 했다.

 

 

 

 

 

높이차에 이어 두 번째로 조율해야 할 사항은 기능과 생활 패턴의 차이다.
먼저 시장 이용자와 오피스텔 입주민, 서로 다른 성격과 생활 패턴을 지닌 이들의 중재하기 위해, 유리로 둘러싸인 개방적인 1~2층에는 카페가 배치된다. 환하게 열린 저층부의 카페는 시장과 오피스텔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넘어, 시장 초입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촉진제 역할까지도 해낼 것이다.

 

 

 

 

상부에는 대학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1·2인 가구를 위한 주거 공간이 마련된다. 작은 평수의 주거 공간일수록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많아지기 마련이다. 채광을 위한 ‘열기’와 프라이버시를 위한 ‘닫기’가 적절히 조율돼야 하고, 인체 치수에 대한 스터디와 공간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낭비되는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수다.
‘거꾸로 된 파테마’는 단층과 복층, 두 가지 타입을 통해 각자의 삶의 형식에 맞는 주거 형태를 제안한다. 더불어 내부로 요철을 준 창을 둠으로써, 햇빛을 최대한 실내에 골고루 유입시키되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도 확보한다.

 

 

 

 

이렇듯 ‘거꾸로 된 파테마’는 외부의 상황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고, 때로는 내부의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투사되어 외피로 나타난 건물이다. 상반된 요소들의 공존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한 이 건물이, 내외부가 서로 유연하게 반응하여 스스로 진화하는, 새로운 건축 형식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위치: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286-19 / 설계: 김동진(홍익대학교), (주)로디자인 / 설계담당: 김유정, 이예림, 이상학, 조지원, 윤유리, 이상훈, 정명훈, 김무진 / 건축시공: 코워커스 / 인테리어시공: 로디자인 /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 기계전기설계: 성신설비, 극동전기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202.00m2 / 건축면적: 106.81m2 / 연면적: 918.48m2 / 건폐율: 52.88% / 용적률: 392.26% / 규모: 지상10층, 지하2층 / 높이: 29.83m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 마감: 콘크리트벽돌, 스타코클렉스, 전벽돌 / 내부 마감: 노출콘크리트, 벽지 / 설계기간: 2017.6~12 / 시공기간: 2018.2~2019.7 / 사진: 김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