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오른 orrrn
제주만이 주는 감정의 선이 있다. 낮고 푸른 바다, 거칠지만 차지 않은 바람, 노란 물결이 하늘거리는 유채꽃 들판, 낯설고도 정감어린 현무암 돌담, 완만한 오름이 이어지는 땅, 육지에서의 일상과는 다른 정서가 분명 있다. 공간은 그 중 어떤 것도 막아서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펼쳐놓고 있다, 아니, 공간만의 틀 안에서 더욱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덕분에 카페 어느 지점에서든 제주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풍경과 감성을 마음껏 들이킬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성산일출봉, 왼쪽으로는 우도가 보이는 북쪽 바다 앞에 위치한다. 건물은 계단식 매스가 대지 주변에 구성된 수 공간에서 솟아오른 형태를 하고 있다. 1층 구조와 2층 구조의 두 매스로 나뉘는데, 외부에서 내부를 거쳐 옥상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상징인 ‘오름’의 형태와 의미가 이어져 있다. 오름을 올라가며 능동적으로 제주를 대하는 행위, 그것처럼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제주의 자연을 마주하고 관계 맺으며 소통하도록 공간은 제안하고 있다.
수 공간에서 솟아오른 매스의 1층 바닥이 지면보다 살짝 높다. 그 높이에서 보이는 바다는 도로 위의 차나 자전거, 도보하는 사람들로 인해 시야를 방해 받지 않는 선에 머문다. 내부에 들어서면 겹쳐지는 풍경이 사라져 수평선을 더욱 시원스레 마주한다. 해를 등진 북향의 실내가 북쪽 바다의 깊고 푸른색을 더욱 진하게 그린다. 거침없이 투명하게 펼쳐진 실내 프레임 덕분에 수평선 또한 더욱 선명하고 넓어 보인다. 북향임에도 바다를 전면에 배치한 이유다.
남향인 뒤로는 유채꽃이 돌담 사이사이를 노랗게 물들이고, 나지막한 언덕 위로는 갈대가 일렁거린다. 남향 빛을 받아 유채도 갈대도 환하게 빛을 발하며 풍요롭게 다가온다. 바다와는 또 다른 제주를 보여주는 이 장면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역시 투명한 유리로 마감하여 자연광을 풍성하게 끌어들이며 가로로 길고 빛이 가득한 살아 있는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과정에서도, 바다로의 전망이 더욱 시원스레 펼쳐지는 2층에서도, 바다와 더욱 능동적으로 가깝게 마주하는 옥상에서도, 공간은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원형의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공간 곳곳으로 다가왔다 밀려가는 밀물과 썰물, 미풍에도 몸을 흔드는 땅 위의 화초들, 빛의 흐름 따라 옷을 갈아입는 돌담의 색감, 그 모든 세세한 움직임들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게 된다.
830장의 유리를 겹겹이 쌓아 만든 유리 테이블이 깊고 푸른 북쪽 바다의 수평선과 평행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또 어떤가! 흘러내리던 용암이 급격히 식으며 만들어진 주상절리를 모티프로 디자인된 바 테이블은? 공간 내외부를 디자인하는 모든 요소들이 오직 하나, ‘제주 그 자체가 되고픈’ 의지를 가리킨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자리에 있던’ 오름처럼 제주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품고 있다고, 그러니 ‘자신도 제주다’ 몸짓하는 것처럼 보인다.
프로젝트: orrrn (오른) /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394 / 건축설계: 공기정원 / 건축시공: 한림종합건설 / 인테리어 설계, 시공: 공기정원 / 조경: 듀송플레이스 / 그래픽: 슈퍼마켓 / 클라이언트: orrrn (오른) / 대지면적: 1186㎡ / 연면적: 672.4㎡ (203평) / 준공: 2021 /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