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운전자가 전기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충전 주행에 도전했다

2026년 06월 21일

한 운전자가 전기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충전 주행에 도전했다

서울의 새벽 공기가 희미하게 차오를 때, 한 운전자는 배터리 100%를 확인하고 조용히 시동 버튼을 눌렀다. 목적지는 바다 냄새가 스미는 남쪽의 도시, 그리고 도중 충전은 없다는 원칙. 도로 위 숫자와 바람, 그리고 스스로의 호흡만을 믿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는 “배터리는 결국 심리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수치보다 중요한 건 리듬과 일관성, 그리고 스스로와의 신뢰죠.” 단정히 정리된 트렁크, 체크리스트로 가득한 메모, 타이어 공기압까지 꼼꼼히 맞춰 둔 흔적이 선명했다.

여정의 배경

이번 시도는 전기차의 역량을 과장하기보다, 실제 도로에서 가능한 최적화를 증명하려는 실험에 가까웠다. 차량은 대중적인 중형급 전기 세단으로, 공인 주행거리는 400km대 중반. 변수 많은 고속도로 환경에서 그 수치를 현실화하는 게 관건이었다.

출발 지점은 서울의 남쪽 관문, 교통량이 점차 불어나는 시간대를 간신히 비켜간 시각. 기온은 온화했고 바람은 약간의 맞바람. 이런 작은 요소들이 전비를 쥐락펴락한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

준비와 전략

그의 무기는 과격한 기술이 아니라, 작은 습관의 집적이었다. 어느 하나 대단하지 않지만, 합쳐지면 강력한 차이를 만든다.

  •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급가속과 급감속을 자제
  • 히터와 에어컨의 부분적 사용, 통풍·열선 등 미세 제어
  • 회생제동 강도 적절히 조절, 내리막에서는 페달 리프팅
  • 타이어 공기압을 계절·하중에 맞춰 정밀 보정
  • 교통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합리적 차로 선택

그는 “효율 운전은 결코 느림보 전략이 아니에요”라고 덧붙였다. “흐름을 읽고 부드럽게 움직이면, 도착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죠.”

길 위의 순간들

경부고속도로는 여전히 분주했고, 표지판은 분 단위로 바뀌었다. 트럭과 승용차의 간격, 오르막과 내리막, 톨게이트의 미세한 정체까지 모든 요소가 연료처럼 소비된다. 그는 대열에 섞이되 흔들리지 않았다.

휴게소는 유혹이었지만 정차는 최소화. 물 한 모금과 유리창 닦기, 타이어 외관 체크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만큼은 카페인보다 집중이 중요해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때때로 그는 계기판의 잔여 주행거리를 보지 않으려 했다. 대신 10km, 20km씩 구간을 나눠 스스로의 페이스를 확인했다. “한꺼번에 도달하려 하면 조급해져요. 작은 목표를 계속 이루면, 긴 거리가 어느새 짧아집니다.”

숫자가 말해 준 것들

출발은 배터리 100%, 평균 속도는 교통 흐름에 맞춘 시속 80~90km 전후. 초반 100km는 5.8km/kWh, 중반 오르막 구간은 5.2km/kWh까지 하락, 그러나 남부 구간의 완만한 프로파일에서 다시 회복. 전체 주행거리 약 405km, 도착 시 잔량 7%.

총 소요 시간은 휴식 포함 약 6시간대 초반.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될까?’에서 ‘됐다’로 넘어가는 순간이 짜릿했죠.” 그는 계기판의 마지막 막대를 찍어 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수치는 어디까지나 그날의 컨디션과 교통의 유동성, 바람과 온도라는 자연의 변수 위에서 춤춘 결과다. 같은 차라도 다른 , 다른 발놀림이면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이 기록은 ‘가능성의 스냅샷’이지 절대치가 아니다.

우리가 배운 점

첫째, 전기차의 ‘가능’과 ‘불안’ 사이엔 습관이 있다. 무충전 장거리라는 심리적 장벽은 효율적인 주행 루틴으로 낮아진다. 둘째, 인프라는 넓어지고 있지만, 탑승자의 판단과 준비가 여전히 핵심이라는 사실.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충전소가 많아져서 편해진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진짜 자유는 ‘오늘은 굳이 멈추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때 오죠.”

우리에겐 또 하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주행거리는 스펙표의 숫자가 아니라, 운전자의 태도와 상황이 만든 결과라는 것. 그래서 전기차의 ‘한계’는 종종 머릿속 지도로 먼저 그려진다.

다음을 향한 시선

그의 다음 목표는 계절과 지형이 다른 노선. 겨울 난방과 맞바람, 비가 내리는 노면에서의 전비. “다음 번엔 기온 0도대, 비 오는 평일 퇴근 시간을 노려볼게요. 같은 길도 조건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니까요.”

그는 담담히 덧붙였다. “오늘의 여정은 기록이 아니라 질문이에요. 전기차로 우리는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수 있을까? 답은 도로 위에서, 우리의 작은 선택이 쌓아 줄 겁니다.”

바다는 이미 가까웠고, 남쪽 하늘은 느긋한 으로 기울었다. 마지막 유턴을 돌며 그는 천천히 방향지시등을 켰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전기는 남아 있었고, 마음은 한층 더 가벼웠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