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중북부의 중심부, 고대 히타이트 왕국의 수도였던 땅은 한 세기 넘게 고고학의 관심이 끊이지 않은 현장이다. 최근 이 역사적 장소에서 발굴된 약 3만 점의 점토판을 먼지와 데이터 속에서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놀라운 성과가 드러났다. 설형문자로 빽빽이 새겨진 이 유물들은 고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또 한 번 바꾸어 놓았다.
백 년의 발굴이 낳은 전례 없는 성과
보아즈칼레-하투샤 지역에서는 100년이 넘도록 발굴과 연구가 이어져 왔지만, 그 과정은 결코 단조롭지 않았다. 히타이트-네사이트로 불리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인도유럽어로 기록된 점토판들을 최근 면밀히 분석하던 중, 예상치 못한 발견이 있었다. 의례 문헌을 해독하는 일상적 작업 속에서,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인도유럽어로 적힌 한 대목을 찾아낸 것이다.
예상 밖의 언어가 모습을 드러나다
전환점은 전문가들이 한 의례 문헌을 판독하던 중, 익숙지 않은 언어로 된 구절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찾아왔다. 이 소식은 최근 독일의 한 대학 발표를 통해 알려졌으며, 발견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새로운 언어의 개별 어휘는 아직 판독이 어렵지만, 이미 해독이 완료된 주변 히타이트어 문맥이 든든한 실마리를 제공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다.
설형문자 권위자는 이 미지의 언어가 역사적으로 칼라슈마로 알려진 지역, 곧 오늘날 터키의 볼루와 게레데 일대를 기원지로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다른 학자도 이 견해에 힘을 보태며, 이 언어가 과거 트로이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루위어와 유사성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의 ‘트로이’는 그리스 신화의 도시가 아니라, 청동기 시대의 궁전 도시를 가리킨다.
발견이 여는 미래의 지평
이번 일은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히타이트인들의 문화·언어적 지형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다. 히타이트는 외래 언어와 다른 문화권의 의례를 보존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점토판에는 여러 인도유럽어로 된 인용이 자주 나타나며, 이는 풍부한 문화 교류와 전승의 맥락을 보여 준다.
이러한 성과는 히타이트 기록 속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언어들이 더 남아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가능성은 터키에서 계속되는 발굴을 단순한 과거 복원의 작업을 넘어, 고대 문명을 형성한 복합적인 언어·문화의 네트워크를 지도화하는 과정으로 바꾸어 놓는다.
점토판 한 장, 설형문자 한 줄이 풀릴 때마다 고고학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동시에, 고대 근동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서로 얽혀 있었는지를 다시금 실감한다. 약 3,5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인도유럽어의 발견은 이러한 탐구에 대한 열정과 몰입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연구가 이어지는 한, 터키의 고대 토양은 더 많은 비밀을 드러낼 것이며, 흙 조각 하나하나가 아직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