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이트 점토판 분석 중 고고학자들이 밝혀낸 예상 밖의 역대급 대발견

2025년 10월 03일

터키 중북부의 중심부, 고대 히타이트 왕국의 수도였던 땅은 한 세기 넘게 고고학의 관심이 끊이지 않은 현장이다. 최근 이 역사적 장소에서 발굴된 약 3만 점의 점토판을 먼지와 데이터 속에서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놀라운 성과가 드러났다. 설형문자로 빽빽이 새겨진 이 유물들은 고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또 한 번 바꾸어 놓았다.

백 년의 발굴이 낳은 전례 없는 성과

보아즈칼레-하투샤 지역에서는 100년이 넘도록 발굴과 연구가 이어져 왔지만, 그 과정은 결코 단조롭지 않았다. 히타이트-네사이트로 불리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인도유럽어로 기록된 점토판들을 최근 면밀히 분석하던 중, 예상치 못한 발견이 있었다. 의례 문헌을 해독하는 일상적 작업 속에서,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인도유럽어로 적힌 한 대목을 찾아낸 것이다.

예상 밖의 언어가 모습을 드러나다

전환점은 전문가들이 한 의례 문헌을 판독하던 중, 익숙지 않은 언어로 된 구절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찾아왔다. 이 소식은 최근 독일의 한 대학 발표를 통해 알려졌으며, 발견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새로운 언어의 개별 어휘는 아직 판독이 어렵지만, 이미 해독이 완료된 주변 히타이트어 문맥이 든든한 실마리를 제공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다.

설형문자 권위자는 이 미지의 언어가 역사적으로 칼라슈마로 알려진 지역, 곧 오늘날 터키의 볼루와 게레데 일대를 기원지로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다른 학자도 이 견해에 힘을 보태며, 이 언어가 과거 트로이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루위어와 유사성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의 ‘트로이’는 그리스 신화의 도시가 아니라, 청동기 시대의 궁전 도시를 가리킨다.

발견이 여는 미래의 지평

이번 일은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히타이트인들의 문화·언어적 지형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다. 히타이트는 외래 언어와 다른 문화권의 의례를 보존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점토판에는 여러 인도유럽어로 된 인용이 자주 나타나며, 이는 풍부한 문화 교류와 전승의 맥락을 보여 준다.

이러한 성과는 히타이트 기록 속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언어들이 더 남아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가능성은 터키에서 계속되는 발굴을 단순한 과거 복원의 작업을 넘어, 고대 문명을 형성한 복합적인 언어·문화의 네트워크를 지도화하는 과정으로 바꾸어 놓는다.

점토판 한 장, 설형문자 한 줄이 풀릴 때마다 고고학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동시에, 고대 근동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서로 얽혀 있었는지를 다시금 실감한다. 약 3,5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인도유럽어의 발견은 이러한 탐구에 대한 열정과 몰입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연구가 이어지는 한, 터키의 고대 토양은 더 많은 비밀을 드러낼 것이며, 흙 조각 하나하나가 아직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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