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최근 위성 사진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의 National Ignition Facility(NIF)를 능가할 수도 있는 거대 융합 레이저 단지를 건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미안양에 위치한 이 신규 인프라는 청정에너지 공급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핵무기 기술 고도화를 암시하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에너지와 국가안보 모두에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이 프로젝트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위성 사진이 제기한 우려
핵 군비경쟁의 유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지하 핵실험이 아니라 핵융합 에너지 연구가 초점이다. 미국의 독립 연구기관인 CNA Corp와 James Martin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CNS)가 함께 분석한 위성 사진은 중국 미안양에 대규모 건설 현장이 조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설은 레이저 융합 대형 장치 연구소(Laser Fusion Major Device Laboratory)로 알려져 있으며, 에너지 생산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고 중국의 핵 역량을 뒷받침할 수도 있는 최첨단 융합 레이저 기술을 갖출 예정으로 전해진다.
이 단지의 설계는 눈길을 끈다. 중심 구조물에서 네 개의 팔이 사방으로 뻗어 있고, 각 팔에는 초고출력 레이저가 장착돼 핵심 실험실 한가운데를 향해 수렴하게 된다. 내부에서는 수소 동위원소에 레이저를 집중해 핵융합을 유도하는 실험이 진행될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NIF가 이미 융합 연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이번 중국 시설은 단숨에 비교 대상으로 떠오른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실의 타깃 챔버가 NIF보다 약 50%가량 더 클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중국이 한층 더 큰 포부를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
청정에너지인가, 군사적 우위인가?
융합 에너지는 아직 실험 단계이지만,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를 이용해 청정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할 잠재력을 지닌다. 태양을 움직이는 바로 그 에너지를 인공적으로 통제해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융합을 완전히 구현하기까지의 길은 쉽지 않다. 잠재력만큼이나 복잡하고 비용이 큰 기술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핵융합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화석연료 대체와 에너지 자립을 향한 전 세계적 흐름이 자리한다. 여러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융합 연구를 통해 미래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려 한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이처럼 거대한 융합 시설의 목표가 단지 전력 생산에만 머무는가? 미안양에서 연구될 관성핵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 ICF)은 핵무기 개발과 연계 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지하 핵실험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융합 실험을 통해 각국은 조약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핵폭발의 기초 물리를 연구할 수 있고, 그 결과 기존 무기 설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거나 실제 실험 없이 새로운 설계를 검토할 여지도 생긴다. 평화적 연구와 군사적 활용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미세한지 새삼 드러나는 대목이다.
연구와 군사적 잠재력의 균형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미안양 시설의 함의를 두고 전문가들은 견해가 엇갈린다. Henry L. Stimson Center의 핵정책 분석가인 윌리엄 알버크는 NIF와 같은 융합 시설을 보유한 국가들은 실제 핵실험 없이도 핵 전력을 정교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무기 설계를 유지·개선하는 데 중요하지만,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기울 경우 위험도 함께 커진다.
반면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전 소장인 지그프리드 헤커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는 신중론을 편다. 방대한 핵실험 데이터를 축적한 미국 같은 국가는 융합 실험을 주로 기존 전력의 신뢰성과 안전성 유지 차원에서 활용한다. 핵실험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국의 경우, 단기적으로 같은 수준의 적용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관성핵융합 프로그램의 수석과학자인 오마르 허리케인은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도 유사한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 중임을 상기시킨다. 그는 과학적 진보라는 본래 목표가 최우선이어야 하며, 융합에서 얻는 지식은 에너지 생산부터 군사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쓰일 수 있는 복합적 성격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에너지와 국가안보의 미래에 대한 함의
중국의 이 거대 융합 레이저 시설 건설은 야심 찬 과학기술 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신흥 기술의 평화적·군사적 활용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한 경계를 상기시킨다. 융합이 제공할 청정에너지의 잠재력은 막대하지만, 연구의 이중용도 특성상 국제 안보에 미칠 영향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프로젝트가 진전될수록 국제적 감시와 외교적 소통이 중요해질 것이다. 미안양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는 물론 핵무기의 향방에도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세계는 과학과 군사 역량 양 측면에서 잠재적으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국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