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9일
멕시코 산악 지대의 깊은 동굴에서 시작된 작은 오해가 학계를 뒤흔드는 발견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탐험가들이 현대 쓰레기라고 여겼던 물건들이, 정밀 조사 끝에 의례 유물로 밝혀지며 거의 알려지지 않은 틀라코테페우아 문화의 존재를 강력히 시사했다. 예상 밖의 전환은 동굴이 지닌 성스러움과 기억의 층위를 새롭게 비추었다.
뜻밖의 동굴 통로에서 드러난 첫 단서
2023년 9월, 게레로 주의 틀라요코크(‘오소리의 동굴’)에서 카티야 파블로바와 아드리안 벨트란 디마스가 2,380m 고지대의 협소한 수로를 통과했다. 물면과 천장 사이 15cm의 틈만 허락된 구간은 공포와 호기심을 시험했지만, 그 끝에서 팀은 정체불명의 묶음과 조각들을 보았다. 처음에는 관광객이 남긴 잡동사니로 보였지만, 상태가 지나치게 온전하고 묘한 배치가 눈에 띄었다.
“물이 깊어 보여도 지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먼저 들어갔다”고 파블로바는 회상한다. 몇 달 뒤 INAH(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가 현장을 봉인하고 2025년 3월 수습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자 14점의 프리히스패닉 유물이 정식 기록으로 남았다.
비옥함과 시간의 상징, 의례의 언어
유물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조개껍데기 팔찌와 작은 석제 원반들이었다. 일부 팔찌는 미세 선각으로 장식되었고, S자 형태의 소네쿠일리 문양이 금성과 시간의 순환을 암시한다. 또 하나의 인물상 윤곽은 케찰코아틀로 해석될 여지가 커, 우주론과 창조 신화의 반영으로 보인다.
- 네 개의 팔찌(조개 재질, 상징 문양 선각)
- 장식된 대형 해양 복족류(스트롬부스 계열) 껍데기
- 두 개의 완전한 석제 원반과 여섯 개의 파편
- 탄화된 목재 조각
팔찌는 작은 석순에 겹겹이 끼워진 채 놓여 있었고, 그 형상과 정렬은 풍요와 번식을 기원하는 의식의 장면을 연상시켰다. 물과 암석, 어둠과 울림이 어우러진 동굴이라는 매체 자체가 탄생과 재생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틀라코테페우아 문화와 성스러운 지형의 기억
이번 수습품은 틀라코테페우아 문화의 후기 고전기~후기 메소아메리카 맥락(950~1521년)을 조망할 귀중한 증거다. 문헌이 희박한 집단의 종교 실천을, 물성과 장소성을 통해 직접 읽을 수 있는 드문 사례다. 동굴은 하층세계로 통하는 문이자 대지의 자궁으로 인식되었고, 그 세계관은 유물의 선택과 배치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INAH의 미겔 페레스 네그레테는 이렇게 말한다. “프리히스패닉 문화에서 동굴은 성스러운 경계였습니다. 그곳은 지하세계와 신들로 이어진 통로였지요.” 이 증언은 지형과 신앙의 결박을 간결하게 요약한다.
물, 돌, 시간: 보존을 가능케 한 환경
유물이 오랜 세월에도 손상이 적었던 이유는 습도와 온도가 안정된 동굴 환경 덕분이다. 세척과 미세 분석 후 드러난 선각의 정밀 선폭과 도구 흔적은 숙련된 장인의 손길을 증명한다. 특히 해양 자원의 내륙 유입은 교역 망과 상징 경제를 함께 보여준다.
2025년 3월의 수습은 과학 윤리를 준수하며 진행되었고, 시료는 연대측정과 재료 분석으로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의례 프로그램의 주기성과 지역 교류의 흔적이 추가로 포착될 전망이다.
현장과 공동체를 잇는 해석의 실천
이번 성과는 동굴학과 고고학의 협업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보여준다. 탐사의 기술과 감각이 없었다면, 이 유물군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이는 현지 원주민 공동체가 간직해 온 산과 동굴의 기억을 새롭게 조명한다.
유물은 학술 가치를 넘어 문화 유산으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세밀한 해석과 공유가 병행될 때, 과거와 현재는 존중과 대화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신화와 지식이 공간에 새겨진 흔적을 따라, 우리는 더 다성적인 메소아메리카의 지도를 그려 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