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zoo
유현준건축사사무소 | Hyunjoon Yoo Architects
분명 건축공간일 터인데 구도 아니고 육면체도 아닌 모습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연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비정형의 백색 알을 마주하는 기분이다. 원시적인 형태가 아닌 현대적인 감각의 그것, 흥미와 궁금증을 자아내며 동심을 정신없이 사로잡아 버리기에 충분하다 싶다. 형태와 색감에서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이름 그대로 동물원이다. 파충류, 악어, 사자, 바다표범 등 동물들을 직접 만지면서 체험할 수 있다는 특별함 때문에 수도권 일대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한번쯤은 견학 올 정도로 늘 붐비는 곳이다. 동심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장소인 것이다.
건축물은 사자 공연장과 악어 공연장 총 2개로 구성되어 있다. 사자 공연장은 평행사변형의 대지에 들어서 있다. 건축주의 요구에 맞추어 객석이 20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데, 여기에 묘한 비정형을 그려내는 건축 형태의 비밀이 담겨 있다. 즉, 대지의 모양과 20도 기울기의 객석이 교차되어 건축 하부의 각진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악어 공연장에도 동일한 개념이 적용되어 있다. 악어 공연장은 찌그러진 공 모양의 섬에 위치하는데, 비대칭형인 섬의 형태와 37도 기울기의 객석이 교차되어 3차원 곡선의 모서리가 있는 비정형 외관을 만들어 낸다. 비슷한 듯 다른 두 종류의 매스에서 복잡한 셈법이 풍기지만, 실제로는 단순하게도 대지의 모양과 객석 기울기의 합작품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공연장 안 객석의 기울기만큼 공연장 밖 하부에는 사선의 필로티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초등학생 단체 관람객들이 비와 햇볕을 피하거나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야외 처마 공간이다. 이 ‘필로티 같지 않은 필로티’는 제약적인 대지 조건을 극복해 낸 건축 디자인의 열쇠라 할 수 있다.
사실 대지는 모든 프로그램을 수용하기에는 크기가 협소하고, 지면이 낮은데다 하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약간의 폭우에도 침수되기 쉬운 지형을 하고 있다. 대지의 제약적인 조건과 크기를 고려할 때, 다양한 콘텐츠를 모두 실현하는 동시에 어린 방문객들을 위한 야외 서비스 공간을 충족하자면 필로티가 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느 필로티와 같은 높은 공간을 구축해서 동심을 위축시키지 않는다, 동물원을 거니는 많은 어린 관람객들이 하늘을 올려다 볼 때의 경관도 해치지 않는다. 공연장의 경사진 객석 아래쪽을 필로티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흥미진진하고 이색적인 야외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동물원 안은 너무나 다양한 프로그램, 건축주가 수집한 각종 석상들, 여러 종류의 나무들과 하천 등으로 이미 복잡하기 그지없다. 건축물의 단순하고 간결한 선과 순수한 백색은 복잡함과 무질서함 가운데 쉬어가는 한 점 여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시에 관람객들이 공원 내 본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랜드 마크가 되기에도 손색이 없다.
Project: Zoo zoo _기능과 대지가 만들어낸 다양한 극장 모습들 / Architects: Hyunjoon Yoo, Dongho Huh, Yunhee Kim, Raewon Ro, Inggi Kim, Eo Architectural Office, Daikyung Construction Co. / Location: 290 Gwansang-dong, Dukyang-gu, Goyang-si, Geonggi-do, Korea / Program: Theater / Site area: 10,111.00㎡ / Building area: 401.84㎡ / Gross floor area: 403.84㎡ / Building scope: 1F / Height: 9.3m / Building to land ratio: 3.97% / Floor area ratio: 3.99% / Structure: Reinforced Concrete / Exterior finishing: Exposed concrete, Drivit / Interior finishing: Paint / Client: Zoo Zoo / Design period: 2008 / Construction period: 2010 / Photographer: Senghun Y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