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박물관
Yeoju Museum
한울건축 | Hanul Architects & Engineers Inc.
넓고 매끈한 반석 같으나 잔잔하게 일렁이고 반짝이며 부서지는 정지되지 않은 모습, 물이다. 물이 땅 위에 떠 있는 풍경이다. 거대한 제단에 올려진 것도 같고, 혹은 거대하고 깊은 사각형의 수반에 담긴 것도 같다. 그 안으로 검고 단단해 보이는 바위가 성큼 들어서 몸을 담그고 있다. 황마와 여마가 등장하는 여주에 관한 고전이 떠올려진다. 남한강 물살이 바위에 부딪치며 솟아오르는 모습을 두고 누런 말과 검은 말을 닮았다고 하여 ‘황마’와 ‘여마’라 불렀고, 그 바위를 마암이라 불렀다. 검은 말에서 따와 여강驪江이라고도 불리는 남한강과 마암은 여주의 역사와 정체성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물과 맞닿은 육중한 검은 바위의 모습, 그 사이로 도시 여주의 풍경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건물은 여주라는 도시의 상징성과 역사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존에 자리하던 박물관은 남한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고 전면이 남한강으로 트여 있다.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이 이 질서를 해치지 않기 위해 기존의 축에서 비켜나 있고, 멀리 내다보이는 마암과 새로운 연결 축을 만들어내는 자리에 배치되어 있다. 기존 축과 새로운 축이 서로를 존중한 결과, 기존 박물관 전면에는 남한강을 향해 개방된 외부공간이 조성되고, 신관 입구에 설치된 코르텐 열주를 따라 진입하면 시선은 곧바로 마암과 연결된다.
물의 반석 같은 수 공간은 박물관 전면을 가로지르는 남한강과 연결되어 흐르는 듯 보인다. 검은 자갈로 채워져 있는 이곳은 연접하고 있는 카페에서 가장 잘 경험된다. 수면 위로 하늘과 구름을 고스란히 반사하고 부서진 빛의 여운까지 물 안으로 끌어들인다. 물과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검은 유리면은 매끈하게 연마된 돌을 연상시킨다. 이 또한 하늘을 비추는 또 하나의 반사체로, 매끈하고 묵직한 검은 돌덩어리 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의 표정을 담아낸다. 모서리가 잘려나간 듯한 남서쪽의 삼각 면은 여주의 근원인 남한강의 상류를 비추어 드러낸다. 허공을 떠도는 빛이 물과 유리와 맞닿아 이리저리 흩뿌려지며 주변의 풍경들을 새로운 장면으로 재해석하여 공간 속에 투명시키는 모습들이다.
카페는 수 공간 및 도시와 시각적으로 눈높이를 맞추며 수평적 전개를 이루고 있는 반면, 이와 접한 메인 홀은 수직적으로 높게 비워져 있다. 3개 층 높이로 훤하게 뚫린 영역임에도 다분히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자칫 정적일 수 있는 입방체 공간 안에 서로 교차되기도 하고 관통되기도 하는 입체적인 관람 동선이 자리한 덕분이다.
카페 외부의 상부가 9m 깊이의 캔틸레버로 들려 있어서 수공간과 상부 사이에는 가로로 긴 틈이 나 있다. 그 틈을 통해 유유자적 흐르는 남한강과 여주 시내의 전경이 막힘없이 들어온다. 길게 뻗은 천장 면과 하늘이 반사된 수면 사이로 흐르는 경치는 그야말로 극적이다. 그저 멋있게 보이는 것을 넘어 여주의 존재와 역사를 생각해보라 설득하는 힘마저 느껴진다.
작품명: 여주박물관 (Yeoju Museum) / 위치: 경기도 여주시 천송동 561-27 / 설계자: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 대지면적: 12,340㎡ /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 용도: 문화 및 집회시설 /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 규모: 지상3층, 지하1층 / 건축면적: 1,150m² / 연면적: 1,918.35m² / 건폐율: 9.32% / 용적률: 12.25% / 외부마감: 마천석 버너마감, 강판부식도장, 검정반사유리 / 내부마감: 마천석 브러쉬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칼라콘크리트 미장 / 완공: 2016 / 시공자: 주식회사 연우 / 건축주: 여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