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펼친 집
앞으로는 쏟아지는 태양빛을 한껏 안을 수 있는 널찍한 들판으로 열려 있고, 뒤로는 굽이쳐 흐르는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집 뒤로 흐르는 능선처럼 유연하게 흘러가는 곡선의 길이 집으로 안내한다. 산이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포근한 풍경 속으로 집은 고요하게 스며들어가 지세를 따라 나지막하게 깔려 있다.
본채는 대지를 가로지르며 길게 배치되어 있고, 그 왼쪽에 본채와 직각으로 별채가 반듯하게 앉혀 있다. 본채가 박공지붕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별채와 다른 점의 전부다. 게다가 두 채 모두 위로 쌓인 게 아니라 단층의 직육면체로 지극히 단순하게 펼쳐져 있다. 부드럽고 평온한 풍경에 냉정하리만치 차분한 오브제 같은 공간이 포개진, 그런 느낌이다.
단조로운 건물의 외관과 구성에 다채로움을 더하는 요소는 마당이다. 쓰임에 따라 다섯 군데로 흩어져 있는 마당은 실내공간의 성격에 따라 그 특성을 달리한다. 본채 전면에 환하게 열려 있는 앞마당은 집이 앉혀지면서 절로 마당이 된 셈이다. 드넓은 들판과 이어져 남향 빛과 들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집 뒤인 북향에는 본채에 접하는 두 개의 마당이 자리한다. 북향의 매서운 산바람을 완화시켜 주는 일자형 벽이 박공지붕의 처마 선 높이로 기다랗게 세워져 있어 마당은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낸다. 거실 및 식당과 접한 마당은 전면 유리창으로 막혀 있을 뿐 시각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또 하나의 반 외부 거실이 되고 있다. 벽돌, 자갈길, 목재 데크, 화초 등 마당을 채우는 정겨운 정취와 바람과 빛과 하늘이 거실을 매개로 앞뒤 마당으로 서로 오가며 소통한다. 침실과 접하는 마당은 사적 영역이 보호되는 침실 고유의 외부공간으로 자연을 벗 삼는 시골살이의 전유물을 누리게 한다.
별채와 접해서는 이끼마당이 위치한다. 딱 한 사람 통과할 정도의 틈 외에는 삼면이 회백색의 노출콘크리트로 막혀 있다. 틈새가 프레임 짓는 풍경과 하늘만 담아 놓은 고요한 우물 같은 장소다. 사색의 장소가 된 이유다.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본채와 별채 사이에도 마당이 놓여 두 집을 잇는다. 집의 주재료가 되고 있는 벽돌 공간을 배경 삼아 앞뒤로 풍경이 흐르는지, 정겨운 시골 풍경을 배경 삼아 벽돌 공간이 작품처럼 자리하는지, 두 채의 사이에 자리 잡은 마당은 그런 작용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하루해가 뜨고 지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느릿한 시골의 시간과 풍경을 따라 그때그때 표정과 빛깔을 달리하는 집이다. 그 모습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서 서로 부대껴 온 산과 들과 초화처럼 이미 오랜 세월 그들 속에서 일부로 지내 온 듯 앉아 있다.
작품명: 양평펼친집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 건축학과) + 모노건축사사무소 / 위치: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1395.1㎡ / 건축면적: 253.6㎡ / 연면적: 253.6㎡ / 규모: 지상1층 / 건폐율: 18.17% / 용적률: 18.17%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전벽돌(한국토형) /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