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주택
Yang-Pyeong Residence
제법 긴 담을 따라 걸어들어 오면서 오른쪽으로 펼쳐진 한강을 음미하게 되고, 반대쪽으로는 살짝 들어 올려진 마당을 마주하게 된다. 식당과 같은 높이에서 연속되는 마당은 서산 너머로 해가 질 무렵 황금색 햇살과 감빛 노을로 가득한 저녁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집을 배경 삼은 마당이 아니라, 주변의 조망을 끌어들이는 마당을 배경 삼고 화두로 삼은 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멀리 한강을 굽어볼 수 있는 풍광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 깨끗하게 정지된 땅이라 자연 그대로의 거칠고 야생적인 맛이 없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평탄하고 비교적 긴 형상으로 펼쳐져 있어 여러 개의 마당을 구상하기에 좋은 조건으로 보인다.
집의 중심에 자리한 거실 천장이 높은 편이다. 아름다운 전망을 보다 실감나게 만끽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다. 게다가 남쪽과 동쪽의 두 방향으로 모두 열려 있어서 한강이 훤하게 펼쳐져 보인다. 거실 앞마당은 동쪽에 자리한 작은 정자와 함께 생활의 중심 공간이 되고 있다.
거실에서 주인 침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중정이 마련되어 있는데, 건축주가 가꾸는 화초가 자라는 곳이다. 주인 침실에도 별도의 마당이 자리한다. 침실 안으로 스며드는 아침의 맑은 햇살과 담에 비친 석양빛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마당이다. 이 외에도 부엌과 더불어서 작업 마당이 자리하고, 대나무가 자라는 뒷마당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여러 가지 물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담들이 각 마당을 구축하고, 그 마당들이 집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주제가 되고 있다. 집을 감싸고 있는 자연의 사계절을 마당과 집안으로 끌어들이며 집을 향해 끊임없이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변 자연과 마당, 담과 마당, 각 실과 그에 딸린 마당, 이들이 서로에게 기대며 존재감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모든 관계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는 자연으로,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성한 전원의 삶을 만끽하게 한다. 도시 생활에서 놓쳐 버리기 쉬운,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삶의 본래의 속도를 회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품명: 양평주택 / 위치 :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백안리 17-56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서울대학교) / 설계팀: 최재봉, 정화택, 김주애 /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 대지면적: 1500m² / 건축면적: 181m² / 연면적: 197m²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골조 및 철근콘크리트조 / 모형: 정화택, 김주경 / 시공: 에이스케이 건설(김승욱) / 구조계산: 황윤선 / 전기설비: 조재금 / 기계설비: 기한엔지니어링 / 완공: 2000 / 사진: 강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