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옴 공장 겸 물류센터
광활한 평지를 따라 낮게 그리고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투박하고 거친 주변의 땅과는 대조적으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고 간결한 곡선의 평면체 같다. 깊게 오려낸 외부공간들 때문인지, 끄트머리의 얇은 공간들이 손을 뻗어 거친 흙을 덮으려는 듯 계속해서 움직여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건물 라운지에 들어서는 순간, 현대적인 감각을 한껏 내세운 거대한 갤러리나 리조트의 로비를 연상하게 된다. 타원형으로 공간을 깊숙하게 파고들어온 연못을 조망하며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은 그런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이런 감상에 대한 반전은 이곳이 공장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참피온’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탁구용품 제조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엑시옴XIOM’의 공장 겸 물류창고, 연구실이 들어서 있다.
최신 자동화 설비를 갖춘 물류창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갖춘 공장, 창의력과 자부심이 샘솟는 쾌적한 연구 환경, 이 실질적인 프로그램에 더하여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구현,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는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한 지붕 안에 담아내는 방법으로 건물은 ‘안이 아니라 밖’에서 풀어나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의 몸체를 두고 그 안에 물과 하늘과 나무를 주제로 세 개의 정원이 계획되어 있다. 건물 밖에 자리하는 이 풍경들이 건물 안에서 조합되고 중첩되어 만나도록 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내부 공간은 마치 안과 밖을 부드럽게 섞어 놓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휴양지 같은 풍경을 선사하는 라운지에는 ‘물의 정원’이 둥글고 깊게 들어와 자리한다. 정원을 향하는 벽면은 굵직한 프레임을 제외하고는 전면이 투명한 유리다. 라운지 건너편으로 마주보고 있는 조립장까지 곡면의 유리벽을 따라 공간이 유연하게 이어진 채 ‘물의 정원’을 함께 공유한다. ‘나무 정원’을 사이에 두고는 목재 블록 생산라인과 공장이 배치되어 있다. 이 두 공간 역시 타원형의 곡면을 따라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다. 물의 정원과 나무 정원이 갖는 타원형은 탁구 블레이드를 형상화한 게 아닐까, 그 이미지가 충분히 연상된다. 갤러리와 사무실 사이에 자리하는 원형의 백색 정원은 ‘모래 정원’이다. 누가 봐도 하얀색 탁구공을 떠올리게 되는 이곳을 통해서도 자연광이 공간 깊숙이 스며든다.
각각의 정원은 내부의 프로그램과 결합해 각기 고유 영역으로 작동되고 경험된다. 동시에 모든 흩어진 공간은 하나로 이어져 순환되고 있다. 기존의 틀과 한계에 갇힌 공장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으로서의 ‘공장’에서 출발했기에 선뜻 공존하기 어려운 기능들을 하나의 지붕 아래 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프로젝트: XIOM Factory O / 대지위치: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 1335외 2필지 / 설계: 김준성, 건축사사무소핸드 / 대지면적: 22946.3m² / 규모: 지상1층 / 건축면적: 4829.36m² / 연면적: 4716.95m² / 용도: 공장 / 재료: 노출콘크리트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시공: 아이에스건설 / 공사기간: 2014-20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