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담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농어촌의 전통가옥이 변하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트랜드로 떠오름에 따라, 농어촌 가옥들도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공간으로, 혹은 새로운 용도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버려지고 남겨지고 결국에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월정담은 낡은 채로 방치돼있던 제주도의 전통 가옥인 돌집을 게스트하우스로 되살린 작업이다.
제주 돌집은 육지의 한옥과는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다. 안채와 바깥채, 창고 등 여러 개의 독립된 건물은 마당을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되고, 이 모든 요소는 돌담으로 인해 하나의 영역으로 통합된다. 바람이 강한 기후를 고려해 두껍고 무거운 목재로 건물의 뼈대를 세우며, 돌과 진흙, 볏짚 등 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외벽을 만든다는 점도 제주 돌집만의 특색이다.
월정담도 본래는 두 채의 건물로 이뤄진 전형적인 제주 돌집이었다. 그러나 거주에서 게스트하우스로 공간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것을 고려해, 대지에 흩어져 있는 건물 간의 관계성을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돌집으로 거듭나게 된다.
핵심은 기존 집의 물리적인 구조는 유지한 채, 새로운 기준에 의해 영역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각각 부모의 집과 자식의 집으로, 즉 이용자에 의해 구분됐던 두 채의 건물은 공용과 개인이라는 공간의 성격에 의해 나뉘게 된다. 이 개념에 따라 한 동에는 거실과 주방 등의 공용공간이, 다른 한 동에는 침실과 욕실, 스파 등의 개인공간이 배치된다. 이때 내부적으로는 건물의 뼈대인 목구조체만 남기고 벽체는 모두 털어내어, 막히고 분절된 집을 게스트하우스에 적합한 열리고 확장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돌담은 새집에서 한층 더 중요해진다. 대지와 집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에 주목해, 돌담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내외부를 아우르는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돌담은 집 전체 영역을 설정하는 담장에서 시작해, 건물의 외벽이 되기도 하고, 정원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을 구획하는 내벽이 되고 심지어는 가구가 되면서, 월정담을 ‘일상의 배경으로서의 집’이 아닌 ‘일상을 벗어나게 해 줄 특별한 집’으로 재탄생시킨다.
대문과 건물은 본래의 위치에 그대로 두었지만, 외부 공간은 새로운 쓰임새에 맞게 변화된다. 대문 쪽은 예전보다 더 많은 부분을 개방하여, 대지 안쪽까지 연속적으로 뻗어있는 돌담을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처마는 바깥쪽으로 더 빼내어서 높아진 벽과 적절한 비례감을 형성케 했으며, 지붕은 한결 정갈한 패턴을 입혀, 거친 돌담과의 대비 속에서 돌집 특유의 촉각적 감성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작품명: 월정담 / 위치: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620번지 / 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고영성, 이성범, 한수정) / 시공: 정윤기 / 대지면적: 367m² / 건축면적: 125.87m² / 연면적: 137.47m² (A동면적_75.08m²; B동면적_62.39m²) / 규모: 지상 1층+다락층 / 높이: 4.424m / 공법: 중목구조+제주돌담 / 완공: 2018.12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