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 펜스
Wind Fence
유현준건축사사무소 | Hyunjoon Yoo Architects
바다를 가로질러 오는 바람을 마주하고 선 모습이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바람은 일렁이는 파도를 타고 건너오며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요트의 돛에 실려 날아오는 듯 느껴지는 장소다. 해안가 끝자락에 위치하는 이곳 언덕 위에서는 바다와 바다 건너편에서 시작되는 바람까지도 그렇게 훤히 내려다보이고 느끼게 된다.
그 경험과 감성이 건물의 주요 파사드를 통해 묘사되고 있다. 바다와 대면하고 있는 벽은 곡면으로 일렁인다. 바람을 형상화한 것도 같고, 바람을 태운 배의 돛이나 굽이쳐 몰려오는 파도를 그리고 있는 것도 같다. 대지미술의 거장이자 환경 조각가인 크리스토 야바체프Christo Javacheff의 설치미술 작품 중 대지 위 캔버스가 있는 ‘울타리’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흥미로운 것은 불어오는 바람의 가벼운 개념을 무거운 노출 콘크리트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험과 감성이 건축적 언어로 치환될 때 일어날 수 있는 아이러니를 보다 적극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카페, 레스토랑, 작은 공예품 가게 등이 들어서게 되는 건물은 총 세 개의 동으로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건물을 나누어 앉힌 것은 향후 건물이 위치한 곳 바로 옆 대지로까지 프로젝트가 단계적으로 확대 및 진행되는 경우를 고려한 것이다. 볼륨을 나누는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충족시키고 추가로 증축을 계획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세 개의 동으로 볼륨을 구분해 놓은 덕분에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의 건물들 사이에 다채로운 외부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야외 마당, 테라스, 보이드 공간, 수변 공간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구성이 풍성하고 짜임새 있게 보인다. 이 장소들은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자 햇볕이 드나드는 쉼과 여백의 공간인 동시에 다양한 움직임으로 채워지는 이벤트 공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공간을 찾는 이들과 자연이 합작한 이벤트들이야말로 건축을 완성시켜 줄 주인공이 되어 줄 것이다.
작품명: 윈드 펜스_바닷바람을 보는 듯한 건물의 입면은 어떤 모습일까 / 위치: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학리 262-1,262-4,262-5 / 설계: 유현준건축사사무소 – 유현준, 전지영, 손인실, 김보람, 김지호 / 용도: 상업시설, 업무시설 / 대지면적: 992m² / 건축면적: 334.91m² / 연면적:494.92m² / 규모: 지상 1층(A동), 2층(B동), 3층(C동) / 높이: 4.95m(A동), 8.95m(B동), 12.6m(C동) / 건폐율: 33.76% / 용적률: 49.89%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 콘크리트, 드라이비트 / 내부마감: 페인트 / 건축주: 이창형 / 구조설계: 세움구조 / 기계&전기: 건창 / 시공: 만불건설 / 설계기간: 2016.6~2018.8/ 시공기간: 2018.9~2019.8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