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도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모두에게 이로운가

로얄동과 로얄층은 아파트를 얘기할 때면 늘 등장하는 키워드들이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짐에 따라 선호하는 동과 층도 다양해지는 추세긴 하지만, 전망과 일조, 소음, 편의시설과의 접근성 등은 여전히 로얄동과 로얄층을 결정짓고, 같은 단지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들 사이에서도 가격 차이를 만들어낸다. 즉,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가 돈으로 측정되고 거래된다는 뜻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건 자유시장 경제 사회의 기본원칙이지만, 그런 사회를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모든 시민이 적정한 비용으로 괜찮은 집에 사는 것은 ‘권리’의 문제다. 그러나 일조권과 조망권까지도 ‘구입’해야 하는 오늘날의 상황은 누군가의 ‘권리’를 돈으로 사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마주한 불평등한 사안들, 그리고 그 갈등을 겪으며 점점 더 분열되어가는 현대 도시의 단면을 살펴보는 책이 출간됐다. 건축가이자 비평가인 마이클 소킨Michael Sorkin 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과 에세이를 엮은 책 ‘정의로운 도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주 무대로 활동하는 뉴욕에서 목격한 수많은 ‘정의롭지 못함’을 고발한다.
두 명의 전 뉴욕시장의 비인간적인 정권이 뉴욕을 어떻게 휘황찬란한 고층 건물로 가득한 도시로 만들어버렸는지,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켰는지 이야기한다.
9·11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이었던 그라운드 제로가 개발업자의 손에 넘어가 그 의미를 상실한 경우에 대한 비판을 마지 않으며, 허리케인 샌디 상륙 당시 자신의 아파트와 공공주택 단지들의 상황을 비교하여 자연재해와 인재에 대한 대비책이 부재한 뉴욕시에 신랄한 공격을 퍼붓기도 한다. 

주거비용의 적정성 문제 외에도 예술, 건축, 도시 계획, 조경, 부동산, 도시 행정, 세계 정치까지 그가 던지는 질문의 주제는 상당히 다양하다. 기후 변화와 자율 주행차를 끌어와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가 하면, 건축가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권리를 빼앗긴 비정상적 상황에 맞서 시민 스스로 주인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도 세계 곳곳에서는 비인격적 도시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에 대항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우리를 일깨운다.
저자의 풍부한 실무 경험과 건축가로서의 소명 의식이 곳곳에 묻어있는 정의로운 이 책은 ‘도시에 대한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정의로운 시민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_마이클 소킨, 역자_조순익 / 154×228mm / 504쪽 / 26,000원 / 북스힐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