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브릭버드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전효진 차장 디자인 유상엽
자료제공 한은주 + 주.소프트아키텍쳐랩
먹고 자고 일하고 공부하는 삶의 모든 행위는 건축이 빚어낸 공간 안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건축은 늘 인간의 삶을 진중하게 살펴왔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생활 양식을 살폈고 욕망을 살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발생했고, 이는 다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인간과 건축은 그렇게 오늘도 진화 중이다.
교외주택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교외주택을 원하는 이들의 절대다수가 노년층이었지만, 근래에는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하는 이들이 연령과 관계없이 교외주택을 찾는다. 따라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생활방식을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근래 교외주택 설계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이다.
갤러리 겸 카페 겸 주택인 ‘위브릭버드’는 2~3층 내외의 단독주택들이 모여있는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위치한다.
마을 뒤에는 야트막한 산자락이 펼쳐져 있어, 거리상으로는 도심과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충분히 한적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청담동에 갤러리를 운영 중인 건축주는 이곳에 도심과는 다른 리듬의 공간을 짓길 원했다. 기존 갤러리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무엇보다도 미술품을 위한 색다른 배경을 선사하고자 했다.
이를 건축적으로 풀어낼 키워드는 ‘감상의 리듬’이었다. 성격이 다른 공간들을 조이고 풀어내길 반복함으로써, 방문객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적 리듬’을 형성한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검정 전벽돌 매스가 1층 필로티와 규칙적으로 수직 분할된 2층 유리창에 의해 부유하듯 떠 있으며, 리듬감 있는 사선의 지붕이 그 위를 덮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지하층에서 시작하는 갤러리, 10m 높이의 보이드로 지하와 연결된 1층 전시장, 지하층과 1층을 이어주는 좁고 긴 계단, 남측 마당과 맞닿아 있는 2층의 VIP 라운지, 4m에 달하는 거대한 파라펫이 하늘을 끌어들이며 하늘을 미술품을 위한 배경으로 만들어 주는 옥상의 전시공간까지, 위브릭버드의 다양한 공간은 연속과 불연속을 넘나들며, 이곳만의 리듬과 시퀀스를 만들어 낸다.
도심 속 갤러리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이러한 공간적 리듬은 결과적으로 방문객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전원생활을 원하지만, 동시에 아파트보다 더 기밀한 개인 공간을 가졌으면 한다. 작은 규모의 급경사지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면 한다. 풍경은 즐기고 싶지만, 개인적인 마당이 노출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러한 상충하는 속성들을 병치시키기 위해, 서쪽에 면한 대지를 고려하여 1층 테라스와 마당은 둔각의 매스로 감쌌고, 이 매스는 자연스럽게 서쪽으로 흘려보내면서 예각으로 마무리 지었다. 마치 감상의 연속-불연속 리듬을 투사하듯.
작품명: 위브릭버드 / 설계: 한은주 + 주.소프트아키텍쳐랩 / 설계담당: 장만희, 서병철, 유승모, 김진윤 / 위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46-41번지 / 용도: 갤러리, 카페, 주택 /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 시공: 용우종합건설 주식회사 / 기계설계: 미래설비 / 전기설계: 태양 ENC / 건축주: 갤러리 위 / 대지면적: 828m² / 건축면적: 160.52m² / 연면적: 850.42m² / 건폐율: 19.39% / 용적률: 52.85% /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 주차: 6대 / 높이: 18.72m / 구조: 철근 콘크리트 / 외부마감: 민노출 콘크리트, 전벽돌 /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 애나멜 페인트 마감 / 설계기간: 2015.8~2018.1 / 시공기간: 2018.4~2019.7 / 준공: 20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