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본점 영빈관
걸음을 맞이하는 표정에 기품이 있다. 단아하고 정갈하며 차분한 것이 격이 전해진다. 천장을 통해 한 번 걸러진 빛이 공간을 은은하게 밝히는 자태도 그러하고, 한옥의 선과 재료와 공간 구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놓은 감각도 그러하다. 공간이 건네는 첫인상이 이러하니 공간을 찾은 객의 걸음도 예를 갖추고 잠잠히 다듬으며 들어서게 된다.
서울시 을지로에 위치한 공간은 은행 본점의 VIP 고객을 위한 영빈관이다. 회의실, 친교 및 환대 공간, 만찬실, 다실이라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담은 공간들이 하나루, 고아정, 사랑채, 화담채, 소담채 등 예스러운 이름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다용도 만찬장인 ‘사랑채’는 남산과 하나은행의 역사적 장소들을 전망으로 삼은 방이다. 세계적인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작품, 알루미늄과 한지로 디자인한 벽이 공간에 특별한 깊이를 더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고아정’은 정자를 재해석한 아담한 다실이다.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하여 상황에 따라 안팎의 경계를 허물 수 있어서 개방감과 아늑함을 모두 연출해낼 수 있다.
죽향과 바위가 어우러진 정원 ‘하나루’는 널찍하게 열린 유리창을 통해 멀리 내다보이는 덕수궁을 차경으로 담아내고 있다. 대나무와 바위가 절개와 굳은 신뢰를 상징하는 만큼 비즈니스 공간에 부여하는 의미가 클 것이다.
알루미늄 프레임에 한지로 마감한 천장은 각 채로 나누어진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며 하나로 잇는다. 전통 가옥의 골격을 이 시대의 공간언어로 표현한 그 느낌은 채와 채 사이를 이어주는 담장과 더불어 온화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천장 아래 담장들은 만났다가 헤어져 열리고, 굽어졌다가는 다시 만나곤 한다. 담장은 1.7m 높이로, 안과 밖을 구분하기보다 공간을 중첩시키며 연결하는 요소가 되거나 하나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거친 원석 그대로인 파주석 돌담이 투명한 유리와 현대적인 담장 너머로 혹은 담장 사이로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느낌도 인상적이다. 잘 다듬어진 사비석 바닥과 대조를 이루며 대담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이 착 가라앉은 공간에 야생 그대로의 생동감을 부여한다. 공간을 완전히 막아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낮지도 않아 대부분의 공간에서 돌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덕분에 공간 어디에서나 전통 촌락의 담장 길을 따라 걷는 정겨운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백제예술과 조선 궁궐건축의 근간이 되는 ‘검이불루 화이불치’ 정신을 담았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라 여겨진다. 마음보다 밖으로 드러난 행위가 큰 ‘허례’도 아니요, 밖으로 드러난 행위가 마음에 미치지 못하는 ‘실례’도 아닌, ‘중용’의 태도가 공간 전체를 아우름을 눈도 마음도 인정하게 된다.
작품명: 하나금융 하나클럽 / 위치: 서울시 중구 을지로 / 디자인: Archi@Mosphere_박경식 / 디자인팀: 조우자, 김경, 정창우 / 조경 디자인 : THE SUP / 오브젝트 디자인: 윤라희 / 가구디자인: 하지훈, 서정화, 황형신 /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이리남 / 시공: 디자인 보노 / 면적: 431.2m² / 바닥: 사비석 / 벽: 파주석, 한지, 유리, 페인트(백색, 회색) / 천장: 알루미늄 프레임, 한지, 페인트(백색) / 사진: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