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두 주택문화관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 Iroje architects & planners
사실, 공간의 주인은 따로 있다. 2, 3백여 년 동안 뿌리를 내리고 땅을 지켜 온 그들을 예우하며 비켜서는 것은 당연하다. 도심 한가운데에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 사이사이 비어 있는 곳을 찾아 조심스레 스며든 모습은 그러해서다. 건축은 땅의 진짜 주인인 나무들을 드러내는 틀이자 배경으로 자리한다.
핑두平度는 인구 15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무려 3천여 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급속도의 변혁을 겪은 칭다오의 북쪽 외곽에 자리한 까닭에 그 영향을 받아 근래에는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관청들이 신개발지로 이전하면서 시내 중심부가 비게 되자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중심지를 재개발하게 것이다. 근현대식 아파트들과 관아 건축들로 인해 수천 년의 역사 유적들이 이미 멸실된 상황이지만, 어렵게 찾은 고지도들에 의하면 옛길들이 여전히 남아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는 게 많다. 그 길들에 근거하여, ‘지문(地文)’을 주제로 ‘핑두 역사지구 재생 계획’이라는 마스터플랜이 마련되었다. 건축은 이 프로젝트를 맡은 ‘완커 그룹’이 사업 홍보관 및 주택문화관으로 기획한 것이다.
주어진 대지는 시청사에 딸린 작은 땅으로 나무가 울창하게 밀집되어 있다. 모든 나무들의 수령이 2, 3백 년이니 마땅히 보존 대상이다. 그들이 다치지 않도록, 아니 더욱 건재하도록 건축은 나무 주변의 남아 있는 빈 터를 찾아다니고 있다. 동시에 건물은 홍보용으로서 인지도를 고려해 전면도로와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도로와의 경계부에 자리하는 콘크리트 프레임이 그것이다. 직면의 기둥처럼 세워져 대지 깊숙한 장소로 시선을 유도하고 걸음을 안내한다.
콘크리트 프레임에는 ‘가로 미술관’의 기능을 더해 놓고 있다. 덕분에 진입로 위에 떠 있는 갤러리를 통해 대지 끝에 겨우 들어서 있는 건물로 이어지고 있다. 건물 안에는 앞으로 분양할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가상의 집인 만큼 현실의 공간과 대비되도록 축이 어긋난 상자가 던져져 있는 형식이다. 그 모습이 내부 공간에 대한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작품명: 핑두 주택문화관 / 위치: 중국 칭다오 핑두 / 설계자: 승효상 – 이로재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김승희, 이기태, 이문호, 김태영 / 용도: 주택문화관 / 대지면적: 2,340.8m²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 콘크리트 / 높이: 9.6m / 외부마감: THK 24 겹유리, THK 2.3 코르텐 패널, 현무암 / 내부마감: 아크릴, 돌, 나무 / 설계기간: 2011.4~2012.1 / 시공기간: 2012.10~2013.7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