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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녹색 바람이 분다. 건물 옥상과 버려진 공터, 자투리땅이 경작지로 변하고, 얼굴도 몰랐던 이웃과 함께 농장을 일구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도시’에 녹색 공간이 스며들면서 ‘농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이다. 이제 농업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활동을 넘어, 교육 활동이자 건강 활동이며 도시환경 개선과 공동체 회복의 열쇠로까지 여겨진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도시농업을 지원할 다양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서울도시농업 2.0 마스터플랜’을 공표하고, 다양한 도시농업 공간 확보와 적정 기술 보급, 전문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 왔다. 이제 그 성과가 차츰 가시화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으나, 아직도 갈길은 멀다. 우선적으로 대두된 문제는 도시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어 통합적·유기적 관리와 운영이 어렵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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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울시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다음 단계로써, 흩어져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농업공화국(가칭)’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상지는 강서구 마곡동, 최근 개장한 서울식물원과 인접한 약 12,000m2. 대규모 녹지와 맞닿아 있는 만큼 도시농업 베이스캠프로 자리매김할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땅으로, 시는 그 잠재력을 이끌어 낼 효과적이고 독창적인 공간 아이디어 및 프로그램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3월 말 공모를 열었다. 핵심은 ‘전시·정보·홍보 시설’, ‘학습·체험·육성 시설’, ‘참여·지원·판매 시설’ 등의 기본 프로그램은 담아내되, 이 외에도 참가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통해 차별화된 공간과 프로그램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심사위원장 조경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을 비롯한 심사진(나은중네임리스 건축, 박승진디자인스튜디오 로사이, 서현서울대학교, 이상대스페이스 연, 이상윤연세대학교, 장기욱보이드아키텍트 건축사사무소, 천장환경희대학교, 예비심사위원)은 두 차례에 걸친 평가를 실시했다. 제안서 심사에서는 프로그램의 유연성, 식물원과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춰 27개 참여팀 가운데 5개의 입상자를 선정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 심사를 통해 최종 당선작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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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은 플로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바탕, 그람디자인, 충북대학교 지속가능계획연구실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마곡 커뮤니티 팜Magok Community Farm’. 경사 지형을 닮은 인공 언덕을 만들어 과거 경작지의 모습을 회복하고, 도시 조직을 잘게 분절한 건물을 배치하여 도시와 공원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안이다. 또한, 건물 옥상에는 현재 도시농업의 일반적 모습인 정원을 조성하고, 옥상정원 중간중간에는 미래 농업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스마트 팜, 수직정원 등을 배치함으로써, 농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적으로는 관람, 교육, 컨설팅, 치유, 기업, 연구 등의 다양한 기능을 공생케 했으며, 완만한 경사로를 조성하여 누구나 편하게 거닐면서 다양한 요소를 두루두루 살펴보는, 체험 동선도 특징이다. 무수히 많은 종류의 경작지와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골목길을 걸으면서 시민들은 자연, 그리고 식물과 교감하며 어우러진 삶의 현장을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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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당선작에 대해 심사진은 “도시농업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되는 미래적 가치를 잘 담아낸 작품”이라며, “대상지인 마곡의 ‘논’이라는 장소의 기억을 소환한 점과 지형을 고려하여 건축의 형태를 결정한 점이 특히 훌륭하다”는 평을 전했다. 다만 외부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너무 직설적인 농촌 경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점은 보완사항으로 꼽혔다.
‘농업공화국’은 2021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당선팀에게는 계획 및 중간, 실시설계 우선협상권이 부여된다.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도시농업 플랫폼의 탄생을 기대한다.
글 / 전효진기자, 자료제공 / 플로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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