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면, 다섯 개의 켜
A building with independent façades makes full use of space in a small urban plot, integrating function, structure and beauty in architecture.

샴건축 | Shammah Architects

 

 

인천시청역에서 왼쪽으로 펼쳐진 근린공원을 따라 쭉 걷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대한민국의 여느 주거지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70년대부터 90년대 사이에 지어진 5층 짜리 건물이 즐비한 주택가 한켠, 가로 18m, 세로 8.4m의 모서리가 잘려나간 좁은 땅에 새 건물이 들어섰다. 작지만 존재감이 확고하면서도 위화감은 없다. 인천 출신의 젊은건축가 김경진 소장(샴건축)이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 법적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주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건물을 목표로 했다.

Small buildings in Korea are often shaped by building codes and regulations. Since the project site is a small plot of 18 x 8.4m with a corner cut out, the size and shape of the building were determined by prioritizing maximum floor area ratio (FAR) and maximum building coverage ratio (BCR). According to the building regulations, only a three-story building could be built on this property. However, the site is surrounded by five-story buildings from the 1970s–90s, so a small three-story building would ignore the entire context of the city.

 

 

작품명: 세 개의 면, 다섯 개의 켜 / 위치: 인천광역시 남동구 간석동 / 설계: 샴건축 / 대표건축가: 김경진 / 3D 이미지: 김수진 / 시공: 샴건축 / 연면적: 302.13m² / 완공: 2019 / 사진: 샴건축, 구의진, 29필름
Project: Three Planes, Five Layers / Location: Ganseok-dong, Namdong-gu, Incheon, Korea / Architects: Shammah Architects / Lead Architect: Kyoungjin Kim / 3D Images: Sujin Kim / Construction: Shammah Architects / Area: 302.13m² / Completion: 2019 / Photographs: Shammah Architects, GUUIJIN, 29Film

 

 

 

건물의 주요 구성 요소는 ‘세 개의 면’과 ‘다섯 개의 켜’. 잘려나간 모서리를 기준으로 서측과 남측면(정면)으로 솟은 두 벽, 계단실을 이루는 동측면의 벽이 ‘세 개의 면’이다. 실제 규모는 4층이지만 건축물의 입면을 이루는 세 개의 면이 5층 높이로 건물을 에워쌈으로써 법적인 기준은 지키면서 주변 건물의 규모와도 어울리게 되었다.
3층의 건물 위에 얹어진 사선매스 위로 역보가 형성됐다. 이를 지탱하는 기둥이 ‘다섯 개의 켜’다. 이 켜는 간결한 건물 형태에 다양함을 더한다. 켜의 안쪽으로 우수관과 에어콘 배관 등의 설비를 감췄고, 바깥엔 경관 조명을 설치해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미감도 놓치지 않았다.

 

 

 

 

The project aims to consider the building regulations first to solve these problems; the concept of ‘Three Planes, Five Layers’ allowed the architect to integrate the function, structure, and beauty of architecture. The three planes are simultaneously responsible for the form and structure of the building. Masses with three independent façades emphasize the main entrance of the building, the angular edge is the main entrance of the commercial spaces.

 

 

 

 

외장재로는 붉은 색의 칼라콘트리트 블록을 썼다. 인근 주택가를 잠식한 붉은 벽돌 건물들과 조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붉은 블록만으로 마감한 밋밋한 벽체에 일정 간격으로 진회색 줄눈을 넣어 적층의 개념을 확고히 하는 한편 적당한 리듬감을 주었다.
외부 계단실 바닥은 검정에 가까운 짙은 회색의 마천석으로 마감했고, 정성스레 홈을 파 유리를 끼워 난간을 만들었다. 1,2층 근린생활시설 내부 바닥은 유광 에폭시로 마감해 콘크리트와 시멘트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내구성은 더했다.

 

 

The building has two independent façades, joined by glass curtain walling, with an exterior staircase. The independent facades create an open space; instead of using a column-beam structure, unusually the walls here are main structural components.

 

 

 

 

 

The fourth floor mass, slanted according to the building codes, provides a unique and interesting form. Beams placed on top of the angled mass on the third floor create an additional layer, which provides variation in form while supporting a lighting installation for a useable outdoor space leading to the air-conditioning and mechanical facilities. Lightweight curtain walls help create a better structural system for the angled mass on the fourth floor.

 

 

 

 

 

3층과 4층은 주거공간이다. 부엌가구와 욕실가구, 수납가구 모두 건축가가 디자인, 제작했다. 완성도도 수준급이다. 손잡이, 스위치, 수전에 이르기까지 디테일한 소품도 직접 선정했다. 1층부터 4층까지 모두 같은 디자인의 가구와 소품을 사용해 건물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건물의 만듦새를 보면 누가 봐도 한 사람의 손길이 닿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The resulting building is in harmony with its context. The building has four levels, but the building’s façades are extended out to the height of five stories, bringing them in line with surrounding buildings. The red color concrete block harmonizes with existing brick buildings.
Façades and layers were reinterpreted and used as architectural design elements, including staircases and furniture. The exterior staircase creates layers of spaces with colored concrete blocks, glass, and a stepped landing. The exterior wall has two different colors of mortar, which match with red brick and dark gray. The red mortar tends to be invisible and dark gray mortar represents the process of the bricks being stacked.

 

 

 

 

 

지난 3월, 현장에서 김 소장을 직접 만났다. “건축가가 한 일이 꽤 많은 건물이네요. 건축주가 혹시 본인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제 집이고, 제가 직접 설계하고, 시공까지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설계사무실에서 실무를 쌓으면서 많은 문제를 겪었어요. 설계자와 시공자가 다를 경우, 설계자가 감리를 맡지 못했을 경우, 그야말로 매일이 악몽이죠. 시공이 시작되면 무작정 현장으로 달려갔어요. 설계자 의견은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죠. 내 손으로 디자인한 건물이 의도대로 실현되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과 무력감은 건축가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겁니다. 독립하고 첫 완공작인데요, 시작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김경진 소장의 말대로, 설계자가 시공까지 맡으면서, 시공자나 감리자가 놓치거나 파악하기 힘든 세밀한 부분, 예를 들어 외장블록의 패턴, 디테일한 시공이 핵심인 난간, 각종 하드웨어 시공을 최대한 도면과 일치시킬 수 있었다. 그뿐아니라, 설계자가 현장 장악력을 가짐으로써 즉각적인 순발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연한 대처도 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성과는 완성도다. 아무리 좋은 설계도 짓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결국 거기 사는 사람에게 고통이 전가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건축가의 손길은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함이 없다.

김경진 소장은 이 작은 건물로 크게 배웠다고 말한다. 한 젊은 건축가가 앞으로 가야 할 먼 여정에서 좋은 시작을 열었기를 바란다. 글/현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