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읍종합복지관, 더 보이드
유현준건축사사무소 | Hyunjoon Yoo Architects
바다와 갯벌이 무심하게 펼쳐진 땅이 푸른 초장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갯벌 너머 하늘에 그려지는 낙조를, 마을과 밭과 갯벌을 오가는 분주한 섬의 일상을, 해풍과 바다 위 태양빛을, 백색의 사각 벽면이 부지런히 담아내는 중이다. 하늘을 향해 열려 있을 뿐 사방이 하얗게 막혀 있는 정육면체는 주변 어촌과는 많이 다른 정제된 색감과 형태다. 평지로 펼쳐져 열려 있는 붉은 땅과는 대비되는 그 모습에 존재감이 짙어서 호기심이 더욱 자극된다.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도에 자리하는 종합복지관이다. 이름 그대로 섬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갖춘 공용시설이다. 샤워시설이 마땅치 않은 마을 노인들을 위한 공중 목욕탕,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가 제공되는 공동 식당, 체육회나 모임이 가능한 강당, 마을잔치와 음식 준비가 가능한 내외부 광장,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무실 등을 프로그램으로 담아 지역의 중심이 되도록 계획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로마시대의 카라칼라 온천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의 온천처럼 실제로 대중 목욕을 매개 삼아 공동체가 모이고 교제하며 일상을 나누는 마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주변의 많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뒤로하고 공간은 중앙을 향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육면체 공간의 중앙에 자리하는 안뜰이자 수공간은 내부 공간 전체를 아우르며 호흡하는 통로처럼 보인다. 수공간을 건너는 점선의 길 징검다리는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 사방이 백색으로 막힌 물 위로 하늘이 성큼 들어와 담기는 풍경은 사색에 잠긴 공간을 지켜보는 듯 평온하고 차분하게 안식과 위로를 건넨다. 그제야 갯벌이 펼쳐진 어촌 특유의 진풍경에 눈을 감은 듯 외관상 건물이 닫혀 있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외지인에게 아름다운 그 풍광들이 섬 주민들에게는 일터인 장소들이다. 안식을 누리기는커녕 해야 할 일이 상기되며 마음이 조급해지게 만드는 일터를 시각적으로 가린 것이다. 대신 환하고 정갈한 명상 같은 안뜰의 수공간을 계획하여 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안식과 휴식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고된 일과를 마무리하고 심신의 긴장을 풀어 달래고픈 걸음들을 적극적으로 의식하고 배려한 것이다.
미동도 없이 ㅁ형으로 굳어 있을 것 같지만 공간은 때에 따라 열리고 또 확장된다. 마을잔치 같은 공동체의 큰 행사가 열릴 때면 접이식 문이 온전히 열어젖혀지며 1층은 강당에서 수공간을 건너 식당으로, 다시 외부의 마당으로 이어진다. 물로 차 있는 중정 대신 식당 앞 주차장이 손님을 맞이하는 마당이 되며 중첩된 공간은 하나가 된다.
작품명: 더 보이드_물 가운데서 나를 생각할 수 있는 목욕탕 / 건축가: 유현준건축사사무소-유현준, 허진성, 손인실, 함승호, 권진희, 황성은 / 위치: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읍 학교리 588-7 / 용도: 커뮤니티센터 / 부지면적: 5,554㎡ / 건축면적: 604.07㎡ / 연면적: 1,436.47㎡ / 규모: 지상 3층 / 높이: 13.2m / 건폐율: 10.88% / 용적률: 25.86%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드라이비트 / 내부마감: 페인트 / 건축주: 신안군 / 구조: 대우 / 기계, 전기: 민성엔지니어링, 협인 / 시공: 중산 / 설계: 2013.10~2014.10 / 시공기간: 2014~2016.1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