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건축 사진 이야기
건축 사진의 비밀
꽤 오랫동안 사진을 주제로 한 책의 장르는 대개 둘 중 하나였다. 이론서이거나 작품집이거나.
언제부턴가 사진 잘 찍는 법, 보정하는 법 등을 소개하는 새로운 장르의 책들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서는 SNS 맞춤식으로 감성을 불어넣는 방법까지 사진 스킬에 관한 온갖 책들이 서가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으로 소통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이미지의 시대에 굳이 또 ‘사진’ 책? 하지만 이번 책은 다르다. 그간 한 번도 제대로 묶어 낸 적이 없는 ‘건축 사진’ 이라니 건축인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는 건축 사진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건축 사진의 비밀’을 발행한 ‘도서출판 디’ 이재성 편집장의 말이다.
‘건축 사진의 비밀’은 10인의 ‘건축’, ‘사진’ 전문가들이 말하는 ‘건축 사진’에 관한 책이다. 건축 사진이 무엇인지, 그 가능성은 무엇인지, 건축 사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등 건축 사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살펴본다. 나아가 ‘건축 사진’이 필자들의 입장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도 잘 보여준다.
박길룡은 건축 사진의 의미를 짚어보고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이강헌은 건축 사진이 사진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논리적으로 밝히며, 현명석은 건축 사진의 작동 원리에 기반하여 건축과 사진의 관계를 짚어본다.
건축가와 사진가,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건축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풍성하게 실려있다.
건축계에서 오랫동안 사진 작업을 해온 이들(김재경, 박영채)로부터 건축사진 촬영의 실제에 대한 이야기와 각자 자신의 작업에서 중심이 되는 가치에 대해 들어본다. 건축물을 피사체로 삼는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건물을 단지 소재로 활용하는 명의식 작가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사진찍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 사이에서도 ‘건축 사진’에 대한 입장에서는 뚜렷한 온도 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작업을 겸하고 있는 건축가들(김헌, 박종민) 역시 건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본인의 사진을 소개한다. 건축디자인 만큼이나 독특한 시각을 인정받고 있는 건축가 문훈은 건축 사진과 사진가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 말한다.
국내외의 수많은 건축 사진을 매일같이 보고 판단하며 편집하는 건축 전문지 편집장 이우재가 직접 겪은 건축 사진과 건축사진가들에 대해 말하는 인터뷰는 우리 건축 사진계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건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조직해서 인간의 삶는 담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 건축가의 지식과 철학, 삶의 지혜가 녹아있음은 물론이다. 그러한 건축을 간접적으로 경험케 해주는 건축 사진. 범람하는 스킬북들 사이에서 이론과 실제를 넘나들며, 이미지로 표현된 ‘건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여러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낸 이 책이 ‘건축 사진’을 논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