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박물관
The National Museum of Korean Contemporary History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JUNGLIM architecture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건축물의 리모델링 작업이다. 과거 조선시대와 경복궁에서 시작하여 남산 그리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축의 시작점에 대지가 위치하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수도 서울 제1상징축의 시작점으로서 이 시대의 정신과 추구하는 바가 상징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축물 앞에 광화문 광장이 자리하는 것도 특별하다. 박물관으로서 그 장소에서 일어난 50여년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목도하고 함께해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간 보고 경험한 시간에 관한 기억을 보존하는 것이 디자인상에서 일종의 사명으로 다루어졌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그야말로 물리적 및 정신적 콘텍스트가 모두 고려될 수밖에 없는 장소다. 이런 요소들이 반영되어 우선 사람들이 모이는 지점들이 만들어지고 그 지점들이 다시 엮이는, 말하자면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흩어진 채 이어진 하나’의 개념으로 짜여 있다.
오래 전부터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전시장으로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대부분의 광장이 그러하듯, 이곳에서도 대한민국의 근현대적 시간이 시작되고 흘러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들고 기록해 온 역사가 축적되어 왔다. 그러했던 광장이 현재는 분리되고 파편화되면서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광장으로서의 잃어버린 장소성을 연결하고 회복시키고자 계획된 것이 ‘다리’다. 다리는 곧 역사가로로서, 파편화된 광장의 연결점으로 규정된 장치다. 근접한 곳에 광화문 광장과 현 문화관광부가 자리한 특수한 대지 환경과 도시적 콘텍스트에 적극적으로 응한 것이다.
이로써, 박물관이 위치한 대지는 자연스레 광장에 놓인 역사적 장소로 규정된다. 나아가, 대한민국 근현대사라는 프로그램을 담은 광화문 광장의 한 부분으로 제안되고 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자면, 약해진 현 광장의 저변이 확대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변의 작은 광장들을 엮어 줄 역사가로를 통해 광장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짐으로써 광장 간의 시너지가 창출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광화문 광장이 시간적 및 물리적으로 확장된다. 과거의 상징인 경복궁의 생생한 모습에서 시작하여 지금 이 시대 광화문 광장의 변화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간적 조망’이 제공되는 것이다.
이런 풍경 속에서 건축물은 광화문과 광장을 침범하지 않는 조용한 배경처럼 자리한다. 오직 광장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우선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눈에 띄지 않는 하얀색 도화지 같은 존재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제공하는 개방된 공공장소인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광장의 일부로서 광장의 제 역할을 돕는 데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 서울의 심장부와도 같은 광화문 광장과 더불어 그렇게 도시와 시간과 시민들의 일상에 관한 흔적들을 새겨가는 ‘기억의 저장소’가 될 것이다. 다음 시대의 역사적 흐름으로 이어가는 ‘시간의 다리’가 될 것이다.
작품명: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 설계: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82-1, 82-13번지 / 용도: 문화 및 집회시설(박물관) / 대지면적: 6,444.70m² / 건축면적: 2,857.22m² / 연면적: 10,733.76m² / 규모: 지상8층 / 주차: 10대 / 건폐율: 44.33% / 용적률: 166.55% / 구조: 철근콘크리트,철골철근콘크리트조,철골구조 / 외부마감: THK7 U-글라스, THK24 로이아르곤복층유리, THK3 알루미늄시트 / 설계연도: 2010년 / 시공연도: 2012년 / 건축주: 문화체육관광부 / 사진가: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