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JUNGLIM Architecture
성벽을 모티프로 하는 외벽이 공간 전체의 개념을 뚜렷하게 설명하며 장대하게 서 있다. 성벽의 느낌을 살린 패턴과 그 안에 상세하게 새겨진 양감들이 면에 입체적인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특히 하부에서 상부로 갈수록 질감과 양감이 점층적으로 소멸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그 모습에서 기운생동이 넘쳐난다. 이것이 종적 변화라면, 횡적으로는 건축적 요소들이 보다 눈에 띈다. 긴 외벽을 따라가며 부분부분 돌출된 곳과 틈이 그것으로, 자칫 긴 길이로 인한 지루함을 해소하는 요소들이 되고 있다.
수직 및 수평적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요소들로 인해 장대한 면의 균질함은 지켜내지 못하고 있지만, 역으로 해석하자면 적당한 비율로 화면을 분할하고 재구성해 냄으로써 장대한 면을 힘차게 이끌어가는 동인이 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파란만장한 유구의 역사를 써 내려간 두루마리 사서를 대하는 느낌이다. 박물관 후면은 전면과는 다소 다르다. 다층의 면들이 중첩되면서 만들어내는 차이, 즉 각 요소들이 상호 대응하는 관계를 통해 공간이 전개된다.
존재감이 이렇듯 견고하고 선명한 가운데 열린마당과 로툰다가 위치한다. 그 질서를 깨트리지 않으려는 듯 열린마당과 로툰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감추며 외부와 내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통을 꾀한다. 열린마당의 계단은 이곳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장치로 읽힌다. 객석이 되기도 하고, 남산을 배경을 한 무대가 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의 통로가 되기도 하고, 시름과 그리움을 떨쳐버리는 사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존재감이 희미한 열린마당과 로툰다는 역사의거리에 와서야 유물들과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공간을 드러낸다. 양쪽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역사의거리는 다층적이고도 역동적인 구성을 보이며 열린마당과 로툰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이라는 개념을 갖추고 있다. 특히 라임스톤의 고고한 색채가 역사의거리를 공간적으로 한정 짓고 각인시킨다.
전시장, 역사의거리, 로툰다, 열린마당, 이곳에서 다시 전시장, 소 로툰다, 문화공간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얼개는 각자의 색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체의 흐름을 잃지 않는다.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즉 부분이 곧 전체고 전체가 곧 부분으로 전개되는 흐름이다. 벽면의 작은 문양에서부터 각 공간으로 이어지는 이미지, 그리고 건물 내외부 전체에서 동일한 질서를 발견하게 된다.
외부공간은 박물관의 이러한 흐름과 질서를 체험하기 위한 시퀀스로 구성되는데, 그 중심에 거울못이 자리한다. 외벽과 연못이라는 부동과 유동의 잔상들이 어우러지면서 고정된 ‘물상의 풍경’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현상의 풍경’으로 치환된다. 이곳에서는 맑은 날 푸른 하늘과 구름이 반추되고, 비 오고 흐린 날 먹색 성벽과 하늘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지나는 바람에 잔잔히 물결이 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공간이 현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완성된 건축을 마주한다.
작품명 : 국립중앙박물관 / 설계 :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 6가 168-6번지 외 48필지 / 용도 : 전시시설 / 대지면적 : 307,227.83㎡ / 건축면적 : 49,117.38㎡ / 연면적 : 137,088.95㎡ / 규모 : 지하1층, 지상6층 / 높이 : 43.08m / 주차 : 848대 / 건폐율 : 15.99% / 용적률 : 38.03% / 구조 : 철골․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 THK50 화강석 잔다듬,THK3 알루미늄쉬트,THK24 로이복층유리 등 / 내부마감 : THK30라임스톤 혼드마감, 목재타일, THK30화강석 등 / 설계연도 : 1995년 / 시공연도 : 2004년 / 건축주 :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추진기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