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허그
유현준건축사사무소 | Hyunjoon Yoo Architects
새롭게 개발되는 도시의 공동주택 단지와 주거지역 사이에 위치하는 교회 건물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올려다 보이는 옥상 위 십자가 탑은 없다. 대신 양측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만나는 모서리의 반짝이는 금속성 마감이 교회를 은유하고 있다. 가운데가 십자가 형상으로 비워져 있는 모습이 마치 음각으로 새겨진 듯 선명하다.
모퉁이 구역의 특성상 양 갈래로 나누어지는 길을 따라 교회의 측면 또한 양면으로 활짝 펼쳐져 있다.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그것은 여느 벽면처럼 반듯한 직사각형이 아니다. 벽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옴폭하게 모여드는 곡면의 돔 형태로 되어 있다. 돔 구조는 과거 유럽 건축에서 많이 사용된 것으로 사용자로 하여금 편안한 심리를 유도하고 체험시키는 특징이 있다. 돔 공간 안에 있을 때 사람들이 오목한 초점 주변으로 자연스레 모여들고 위치하며 안정감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공간에 안기는 듯한 안락감이 있다. 대로를 따라 오가는 수많은 걸음들에게 그런 의미를 선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 평안과 안락과 안정을 찾아 자연스레 교회 안으로 찾아 들어오기를, 그렇게 품어 주리라 기다리는 모습이다.
곡면의 노출콘크리트 벽면은 외부 사람들의 유입을 기대하는 효과와 동시에 내부의 시선을 적절히 가려주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1개 층 정도의 높이로 열린 개구부와 지층에 자리하는 열린 라운지와 키즈 카페 등은 세상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교회의 태도로 남겨두되, 내부공간과 노출콘크리트 벽 사이 이격 공간에 계단, 복도, 자전거 주차장 등 필요한 외부공간을 감추어 놓고 있다. 덕분에 예배당 및 각 실이 자리하는 2층 이상에서는 도시의 소음과 분잡한 장면에서 벗어나 있다.
내부 공간 곳곳에서 마주하는 빛과 그림자의 향연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요소들이다. 콘크리트 벽면 개구부를 막아 놓은 촘촘한 격자문양의 금속재 마감, 노출콘크리트 벽 상단의 스틸 파이프 루버, 십자가 형태로 비워져 있는 건물 모서리의 금속판 이음부 등이 건물 내외부 곳곳에 음영을 그려내며 다채로운 표정을 만들어낸다.
작품명: 더 허그_나를 품어주는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 건축가: 유현준건축사사무소-유현준, 허진성, 손인실, 박정규, 김지현, 이현승, 정경화, 윤세라, 신대규 / 위치: 세종시 다정동 2153-2 / 용도: 종교시설 / 부지면적: 1,509㎡ / 건축면적: 903.93㎡ / 연면적: 2,678.05㎡ / 규모: 지상 4층, 지하 3층 / 높이: 20m / 건폐율: 59.9% / 용적률: 177.47%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큐블럭, 스틸 파이프 루버 / 내부마감: 페인트 / 건축주: 산성감리교회 / 구조: 세움구조 / 토목 엔지니어: 아남이엔지 / 기계, 전기: 민성엔지니어링, 협인 / 시공: 주은 / 조경: 이음조경 / 설계: 2016 / 시공기간: 2017~2018 / 사진: 신경섭,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