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공장 커뮤니티센터, 더 아크 70
경계없는작업실 | BOUNDLESS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직육면체의 매스가 지극히 단순하지만, 단순함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1층과 2층으로, 다시 지붕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직육면체를 슬쩍 옆으로 비틀어 놓은 모습이다. 나선형으로 틀어진 직육면체가 건물 안팎으로 묘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붉은 빛이 슬쩍슬쩍 비치는 베이스 패널의 빈티지한 느낌과 반듯한 패턴들이 더해지면서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된 성곽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5만 평 규모로 조성될 홍성산업단지의 시작점이 되는 건물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대규모 공장단지가 기존의 획일화된 모습에서 탈피하여 ‘공장 같지 않은 공장’을 지향하는 아이콘으로 구상된 공간이다. 공장 근로자들에게 기능과 업무를 위한 공간을 넘어서는, 안식과 휴식이 함께하는 장소를 제안하기 위해 가시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쾌적하며 활짝 열린 관계와 교류의 개념으로 진행될 마스터플랜을 대변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가장 주목한 개념은 ‘집보다 더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대규모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대비되는 집과 같은 편안한 휴식처를 제안한 이유다. 사무 근로자와 공장 근로자들이 업무로 인해 분리된 공간에 거할 수밖에 없지만, 함께 교류하고 교제할 수 있는 연결공간을 마련해 하나의 커뮤니티로 엮어내는 것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상황과 행사에 맞추어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내외부 공간을 분리할 수도 연결할 수도 있다. 마스터플랜에 포괄적으로 담겨질 이러한 디자인 개념들을 ‘더 아크 70’에 상징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1, 2층의 2개 매스는 기본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어긋나게 틀어서 공간을 통합시키고 있어 건물은 각 방향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읽힌다. 북측면에서는 매스의 단순함이 적극적으로 드러나 있는데, 그 활용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식당 벽면에 폴딩 도어를 장착하여 내외부를 분리 및 통합 가능하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반대쪽인 남측면에서는 두 매스가 분리된 동시에 연결된 모습이 박공지붕의 형태로 표현되어 있어 입체적인 공간감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동측면에서는 1층과 2층의 매스가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조형미를 감상하게 된다. 더불어 주 접근로와 남북으로 기다랗게 펼쳐진 공간을 따라 벽면 자체를 투명한 창문으로 계획하여 활짝 열어두고 있다. 개방된 창을 통해 마당은 물론 도로와 시선을 마주하며 타 영역 및 외부를 오가는 사람들과 자연스런 관계 맺기가 이루어질 것이다. 서측면에서는 건물의 가로 길이와 장단을 맞춘 베이스패널 루버의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건축의 원래 길이보다 점점 확장되는 듯한 길이감을 도로를 지나는 속도로 인해 더 실감나게 경험하게 된다.
내부 공간은 외부에서 전해지는 직선적인 느낌과 대비되는 편이다. 비교적 부드러운 곡선과 곡면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수직으로 앉혀진 매스들 간 연결이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다. 지층의 진입구와 별개로 지하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매끄러운 중심 동선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특히, 지붕의 형태는 업무 공간과 휴게 공간 사이에 입체적 공간감을 마련해주는 주요 요소가 된다.
완성된 공간이 아닌 산업단지와 함께 변화하는 현재 진행형의 장소다. 기존 개념으로서의 공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근로자들이 즐겁게 작업하며 안식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장을 세워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더 아크 70’에 담긴 그 의미와 가치가 앞으로 5만 평에 걸쳐 동일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
작품명: 더 아크 70 / 위치: 충남 홍성군 갈산면 취생리 641 / 지역지구: 도시지역, 일반공업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홍성일반산업단지) / 설계자: ㈜경계없는작업실(문주호) / 용도: 공장(사무동) 증축 / 시공자: ㈜벽산 엔터프라이즈 / 건축주: ㈜벽산 / 대지면적: 51,631.2㎡ / 건축면적: 565.03㎡ / 연면적: 1213.74㎡ / 건폐율: 1.09% / 용적률: 1.43%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지하-철근콘크리트구조, 지상-철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