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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시대
시대를 빛낸 집합주택

기나긴 건축 역사를 통틀어 보면 모든 시대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건축 형식이 있다. 고대는 ‘신전’, 중세는 ‘성당’, 르네상스 이후로는 ‘궁전’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근대, 즉 20세기 건축의 주인공은 무엇일까?
그 답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집’, 그중에서도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사는 ‘집합주택’이다. 신을 향해 있던 시선이 인간에게로 옮겨오며 신전과 성당 대신 궁전이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 유형이 되었다면, 20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소수의 특권층이 아닌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그 관심의 대상이 된 까닭이다.
그렇게 집합주택의 시대가 열린 지도 어느덧 백 년. 지난 한 세기, 인류는 어떤 변화를 겪었고, 사회는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며, 그에 따라 집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왔을까?

20세기의 주거문화를 되짚어보며 그 발전과정을 살펴보는 책, ‘집의 시대: 시대를 빛낸 집합주택’이 출간됐다. 부제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저자는 이 책에서 시대를 빛낸 집합주택 서른 채를 소개한다. 그러나 평·입·단면과 같은 건축 자료로 페이지를 채우기 보다 건물을 둘러싼 주변 이야기를 더욱 많이 담고 있다. 당시의 사회·문화·도시적 상황, 건물이 들어서기까지의 과정, 건축가의 의도와 개념, 그것이 담고 있는 이념과 역사적 가치, 건물에 대한 비평가와 주민들의 평가, 다른 건물에 미친 파급 효과, 인류 주거문화에 끼친 영향까지, 건물 하나에만 해도 얽힌 이슈들은 무수하다.

저자는 20세기를 여섯 개의 시기로 나누고 각 시기에 지어진 사례들을 하나의 챕터로 엮는다. 시기에 따라 분류했지만, 당시의 특징을 담아낸 부제도 붙였다. ‘새로운 주거문화를 찾다’, ‘소외된 그들을 낙원에서 살게 하라’, ‘새로운 주거모델의 등장’, ‘집합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다’, ‘역사·문화·도시의 존중’, ‘세기말·미래의 주거상 찾기’다. 각각의 사례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문화와 특징을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지난 시대가 주거라는 화두를 놓고 했던 모색과 고뇌까지도 살펴보게 된다. 미시를 통해 거시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20세기 주거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알리기 위해 책 말미에는 실패한 집합주택의 사례도 수록됐다. 정책이나 설계 등, 이 사례들이 실패한 원인과 배경을 살피고,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주거 환경을 놓고 저지른 ‘치명적인 실책’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인다.

집합주택의 본질을 찾아가는 이 책은 좋은 집합주택이란 무엇이며, 미래의 주거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성찰케 하는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손세관 지음 / 150x210mm / 496쪽 / 27,000원 / 도서출판 집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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