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희진 인턴기자
국내외 건축문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고자 마련된 ‘대한민국건축대전 국제 일반공모전’의 올해 수상작이 발표됐다.
이번 주제는 ‘공유 공간Space for Commonality‘이다.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간’과 ‘프로그램’의 공유로 시대가 변하면서 공유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공유 공간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사용 목적을 동시에 담아내는 공간, 즉 행위가 중첩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공유 공간을 둘러싼 각종 건축 도시적 정의를 통해 이슈를 던지고 해답을 제시했다. 제출된 300여 개의 작품 가운데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지난 9월 3일, 대상 1작과 우수상 4작, 특선 3작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대상작에는 500만원, 우수상에는 각 200만원, 특선에는 각 100만원 상당의 상금이 지급된다. 입상자 가운데 아시아 건축대회 ‘ACARA 2019’의 주제에 부합하는 2인에게는 한국 대표로 참가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자료제공 / 한국건축가협회
대상작은 서울시 은평구의 불광천을 대상으로, 수변 공간의 수직적 관계 생성을 통한 공유 가치 공간을 제시했다. 산책로가 있지만 하천과의 연계가 부족하고 쉴 공간이 없어 지역 주민들의 사용이 적은 대상지에 도심 속 자생적 주민 문화 시설이자 랜드마크를 만들고자 한다. 하천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두 대지를 연결하는 매스들의 조합으로 하천 상부에 공유 공간을 조성한다. 주변 맥락을 고려한 프로그램들을 끌어들이고 이를 수직으로 적층해 공간을 구축했다. 이러한 공유 공간은 불광천뿐만 아닌 다른 하천에도 적용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확장성을 가진 수변 공간으로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이 안은 “입체 공간이라는 건축적인 해결로 창의적인 수변 공간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개울을 도시 어메니티로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궁극적으로 도시와 자연을 일상에서 연결하여 공유할 수 있게 한 계획 개념을 훌륭하게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방촌은 과거부터 형성되어 온 구성 세대가 3개로 나뉘며 공동체를 이룬다. 각 세대 간의 공유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인식하여 공동체 공간을 주생활 가로에 모았다.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용 공간과 공동체 간의 공유 공간을 통해 공간들을 연계했다. 골목 위주로 도시를 조직해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지역 정체성을 회복해나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 안은 미래 사회의 주거 공간의 공유를 이야기한다. 고층 주택에서 초고층 주택, 나아가 수직 도시로 변화한 미래에는 새로운 무인 운송 수단으로 드론이 상용화되었을 것으로 가정하고, 미래의 수직 주거 형태에서 복도 공간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거주자들은 드론을 타고 외부에서 직접 집 안으로 들어서게 되며 기존의 복도는 새로운 공유 공간이 되어 이웃 간의 소통을 회복하고자 한다.
공유 시대에는 수요자 중심의 온디맨드on-demand(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생산자, 즉 공장이 온디맨드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교외가 아닌 도심 속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다. 도심 속 공장은 기존 공장처럼 생산 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수요자와 직접 소통하고 체험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자 공유의 거점이 된다.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도서관과 식물원을 공유하여 단발성 방문을 줄이고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한다.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식물원과 도서관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이자 주민들이 공유하는 정원으로서 기능한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가속 성장의 문제점을 다루며 나눔, 소통, 공생이 살아있는 도시 개발 방법을 고민한다. 물물교환(나눔), 전시공간과 미술관에서의 교류(소통), 공동 텃밭과 요리 교실을 통한 재능 기부(공생)를 통해 공유 공간을 만들었다.
한의학에서 침 한 방으로 병을 낫게 한다는 개념을 빌려와 공공 주거에 적용했다. 스킵플로어로 골목을 연결하고 주거와 문화 코어를 삽입해 삼양동 주민 간에 문화 공유의 장을 마련한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광화문 풍림스페이스 아파트를 통해 골목이 가지는 ‘사이’와 ‘점유’를 재현했다. 아파트를 도시의 ‘사이’를 막는 벽으로 생각하고 아파트를 4개의 영역으로 재정립해 재연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