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우리 도시와 건축은 어떻게 달라질까?
서울시는 지난 6월, 그 변화를 미리 예측해보고 보다 선진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적 건축-포스트 코로나 공모전’을 개최한 바 있다. 건축 전문가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과, 젊은건축가를 대상으로 한 영상 공모전, 두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된 공모전 결과가 지난 3일 발표됐다.
‘아이디어 공모전’의 취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라는 현재의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 건축적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다. 보다 넓은 시각의 해법을 수렴하고자 국제 공모로 진행됐는데, 15개국에서 총 104개 작품이 제출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 지구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6인의 심사진(장윤규심사위원장, 국민대학교,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유현준홍익대학교,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위진복UIA 건축사 사무소, 허은영희림건축사사무소, 다니엘 바예Daniel Valle Architects, 로랑 페레이라Chae Pereira Architects)은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제고할 수 있는가, 공간의 미학적 부분을 충족하는가,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가 등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상과 최우수상 각 1작, 우수상 2작, 장려상 5작, 입선작 4작 등 총 13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은 베트남 팀 MEOW의 “The Invisible Face”다.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의 연결 기능이 중단되고 상실되는 시기에, 공원이라는 공공장소를 안전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한두명 정도가 돌아다닐 수 있는 다양한 수직 교차로와 길들이 산책로로 구성되고, 이로써 사회적 거리를 확보한다는 개념이다. 미로 같은 구조와 개개인이 들어갈 수 있는 포켓형 조경공간으로 접촉 감염은 최소화된다.
심사진은 기존의 공원 공간을 활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높은 아이디어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생활이 최소화 된 삶 속에서 어떻게 공공 공간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을 전했다.
아이디어 공모와 함께 진행된 ‘젊은건축가 공모전’ 결과는 지난 8월 31일 발표됐다. 심사위원장 임영환홍익대학교을 비롯해 국내 젊은 건축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심사진은 ‘송재욱, 정평진’ 팀의 “000:공적 공중 공원’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최우수상, 우수상 1작품, 입선 7작품, 총 10개의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됐으며, 공모전 공식 홈페이지(www.postcorona-arch.com)와 유튜브 ‘건축공감’ 채널을 통해 수상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공모전 시상식은 10월 20일 정동1928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오후 2시에 개최될 예정이며 연계 심포지엄도 계획되어 있다.
코로나19 관련 첫 공식 건축 공모전으로 ‘뉴노멀’ 시대에 새로운 방식의 공동체 형태를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 김맑음 인턴기자, 자료제공 / 서울시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The invisible Facemask _ Hoang Nhat Anh, Tran Ba Anh, Vu Minh Dien, Trinh Dang Hoang, Trinh Dang H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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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스쿨존’ _ 김석현, 김지수, 강태현
고밀 도시 속 보이드, 1km 내외의 등간격 배치 전략, 공간 활용의 가능성 등 학교가 지닌 도시적, 건축적 특성에 주목하여,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공공기반시설로서의 학교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감염병 위기 상황별로 대두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그에 대응하는 공간-도시 전략을 세웠다. ‘주의’ 단계에서는 동 단위 이하로 이동 반경을 축소할 수 있도록 생활 밀접 서비스 및 고용·노동 여건을 지원한다. ‘경계’ 단계에서는 보행권 1km 이내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물리적 소셜 버블로 작동하며, ‘심각’ 단계에서는 소규모 지역 거버넌스의 거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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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Bus-restaurant’ _ Ghazal khalighi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겪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전과 다른 삶에 방식에 비교적 잘 적응해가고 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만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하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다면 바이러스로부터는 안전해지겠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정신 건강까지 지켜주진 못한다. 오히려 심리적 평정 상태를 해칠 뿐이다.
‘버스 레스토랑’은 군중 속에서도 평화롭고 안전하게,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식당이다. 2층 버스를 활용해, 1층은 조리공간, 2층은 식사공간으로 분리하고,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리된 음식은 수직 터널을 통해 이동하여 안전성을 확보한다. 조리나 운반 등,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기는 2층에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으로 자체 충당한다. 이동이 가능하므로 매주 다른 장소, 다른 환경에서 식사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제안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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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모두의 내것’ _ 김자영, 공민성, 조경현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던 기존의 대규모 시설은 유닛화 되어 개인 공간에 포함되고, 이러한 개인의 공간들은 기존의 유휴 건축물 안에 임의 배치된다. 유사한 용도가 이웃한 경우에는 가변적인 구조를 적용함으로써, 필요에 따라 개방하고 비물리적 대면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여러 개인의 공간이 마주하게 되는 중앙 공간은 전시장, 정원, 콘서트홀, 업무 및 교육공간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 코로나로 인해 개인 공간 안으로 들어온 다양한 기능의 공간들을 개방하여, 시각·청각 등의 비물리적인 방법으로 다시 이웃과 공유하는 ‘모두의 내 것‘이 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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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건축가 공모전
대상 000:공적 공중 공원 _ 송재욱, 정평진
최우수상 3X8 GRILLS FILTER _ 송은아
우수상 숨틈창문 _ 오준엽, 박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