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진학술정보관
한울건축 | HANUL Architects & Engineers Inc.
산 중턱으로 슬며시 스며든 혹은 파고든 형상이다. 산은 그런 건물을 내치지 않고 넉넉하게 품는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닌 건물을 앞에 두고도 관악산의 기세는 여전히 늠름하고 관대하다. 그 마음을 헤아린다는 듯 산을 뒷배 삼은 건물은 겸손한 태도로 공간을 낮추고 있고 공간을 내어 놓고 있다. 또한 주변의 풍광을 공간 안으로 끌어 담으며 자신도 자연이고 싶어 한다.
전 재산을 유산으로 기증한 고 유회진 교수의 이름을 딴 학술정보관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서울대학교 신공학관 영역에 자리한다. 일명 ‘위 공대’, ‘아래 공대’로 불릴 만큼 지형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기존 공과대학교 건물들을 매개하는 역할과 위치다. 특히 접근성이 떨어져 다른 단과대학교와의 교류가 적은 ‘위 공대’ 건물의 중심을 옮겨 온다는 의미가 크다. 실제로 ‘위 공대’에서 주로 생활하게 되는 학생들을 위해서 기존의 부족한 편의시설들을 보충하고 있다. 또한 헬스장, 실내농구장 등의 실내 운동시설은 ‘아래 공대’를 포함한 다른 단과대학 학생들의 이용과 접근을 높이면서 학생들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육연구시설 및 학생지원시설이 배치되어 있는 고층부는 신공학관의 강한 건물 축선을 따라 전체 맥락이 구성되어 있다. 학생복지시설 및 부대상업시설이 구성된 저층부는 전면에 나 있는 도로 축을 기반으로 자연의 흐름을 따르고 있어 자유로운 보행 흐름을 유도한다. 기존 신공학관의 공간 구성과 질서를 반영하여 조화를 꾀하는 태도다. 상층부 매스는 배후의 관악산을 가리지 않도록 최소화되어 있다. 도보로 접근할 경우에 매스와 매스 사이 개방감이 크고 잦아 공간 어디에서나 건물을 품고 있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관악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운과 물리적 자연환경은 건물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타일과 유리가 불규칙한 패턴으로 마감된 건물의 입면 위로 관악산 경관과 하늘이 그대로 반추된다.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뜻이 선명하게 읽히는 부분이다.
코어부 남측에 자리하는 계단부가 환하게 열려 있어 실내 공간의 개방감과 자연채광이 극대화되고, 복도 양단이 외기와 면하는 덕분에 자연환기에도 강하다. 건물이 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자연 속으로 자연이 건물 안으로 서로 스며들어 체화되고자 하는 관계가 전해진다. 대지의 흐름을 반영하여 지형적 단차를 자연스럽게 극복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 디자인이 특히 그러하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각 층마다 단차 없이 외부 가로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보행 흐름이 자유롭고 주변 전망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런 요소들 하나하나에서 독립된 건축물이나 한정된 공간으로 인식되기보다 대지와 환경의 일부로 펼쳐져 있는 랜드스케이프로 다가온다.
작품명: 유회진 학술정보관 (SNU Academic Information Center) / 위치: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1 서울대학교 / 설계자: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 지역, 지구: 자연녹지지역, 학교 / 용도: 교육연구시설 /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 규모: 지상6층, 지하1층 / 건축면적: 2,632.50㎡ / 연면적: 7,793.37㎡ / 외부마감: 로이복층유리, 포세린 타일, IPE나무 / 내부마감: 포세린 타일, 석고보드 위 페인트 / 시공자: 삼흥종합건설 / 건축주: 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