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근린생활시설
먹색강판으로 단정하게 차려 입은 건물은 주변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형태도 색감도 지극히 단순하다. 시선을 끌려는 어떤 장치도 시도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호소력 짙게 다가온다. 절제됨으로써 오히려 강한, 분명 그 에너지가 전해진다.
건물은 근린생활시설로서 서울 약수역 사거리의 다산로에 위치한다. 구도심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대로변을 따라 발달해온 과거의 저개발상권이 1990년대 후반에 이루어진 지하철 6호선 개통과 재개발사업으로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이후로 가로 정비나 건물 입면 등에서 현대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단, 시각 안으로 들어오는 자연환경이 정리되지 않은 도시풍경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다행으로 판단되었던 것 같다. 시선을 조금만 들면 남산의 푸른 풍광이 한눈에 잡히고 고도의 빌딩 숲이 형성되지 않아 어느 곳에서나 향유할 수 있는 하늘을 건물 안으로 한껏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 요소들이 건물의 디자인 방향이 시작된 지점이기도 하다. 형태와 재료 면에서 절제와 단정함을 강조함으로써 정리되지 못한 주변에 도시미관에 관한 오늘날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건물에 계획된 개구부에서도 절제의 태도는 동일하게 견지된다. 덕분에 건물은 이용자들에게 어지러운 주변 환경을 적절히 차단하여 정제된 풍경을 제안한다.
1층의 경우, 카페가 자리하는 만큼 대로를 향한 전면부가 과감히 개방되어 있으나, 계단부나 건물 측면과 후면에 나 있는 작은 창들이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은 조심스럽다. 절제된 개구부 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지나간 오래된 풍경처럼 다가와 한 장의 빛바랜 사진을 보는 듯한 운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옥상에 설치된 2.9m의 난간은 외부의 도시환경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데, 복잡한 도시 속에서 푸른 하늘과 남산만을 오롯이 관조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2014년 9월 약수고가가 철거된 이래, 조금씩 도시에 변화가 이루어져오고 있는 실정이다. 점차 변화의 물결이 밀려올 주변 도심에 신당동 근린생활시설이 건물 디자인에 관한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자극제 혹은 초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작품명: 신당동 근린생활시설 / 설계: (주)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김민지 /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368-66번지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215m2 / 건축면적: 121.39m2 / 연면적: 468.14m2 / 규모: 지상5층 / 높이: 17.47m / 주차: 3 대 / 건폐율: 56.46% / 용적률: 217.73% / 구조: 철근 콘크리트 구조 / 외부마감: 칼라강판, 외장용드라이비트 /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석고보드 / 구조설계: K1구조엔지니어링 / 시공: (주)오푸스본종합건설 / 기계설계: (주)보우기술공사 / 전기설계: (주)시엔에스엔지니어링 / 그래픽디자인: (주)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 / 설계기간: 2013년 5월-2014년 2월 / 시공기간: 2014년 3월-2014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