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운영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품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장고가 강원도 횡성에 건립된다.
설계공모 당선작은 횡성의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건축미와, 새로운 시대의 수장고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SGHS 팀의 ‘Storage Instead of Museum’. 이에 추진 4년 차에 접어든 통합수장고 건립 사업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 10년간 10개의 신규 박물관과 미술관이 개관했으며, 향후 3년간 6개 기관이 추가로 개관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립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 기존 미술관의 수장률은 90%를 훌쩍 넘는 상태라 공간 활용과 소장품 보관에도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서울의 역사·문화자원을 통합적,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총 35만 점 수장 규모의 개방형 통합수장고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투자 심사 등 2년간의 사전 절차를 거쳐 선정한 대상지는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두곡리 일원. 부지 면적은 약 44,000m2으로, 대부분은 평탄한 나대지이며 일부 경계 쪽으로는 완만한 산지가 형성되어 있는 땅이다.
서울 시내에는 통합수장고 건립을 위한 부지 확보도 어렵거니와, 서울시가 보유한 우수한 문화자원을 지역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건립부지 공모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한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개방형 수장고의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는 동시에, 횡성의 문화적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최적의 안을 선정하고자 2단계에 걸친 국제설계공모를 개최했다.
설계의 주안점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다양한 유형의 미술관과 박물관의 통합수장고 역할을 하는 만큼, 각기 다른 성격의 유물들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할 방법을 찾는 것.
둘째는 수장고의 유형을 환경에 민감한 유물들을 비공개로 수장하는 특별수장고와, 환경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유물둘을 공개적으로 수장하는 일반수장고로 분리하고, 그중 일반수장고는 방문객들이 유물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전시형 공간으로 구성하는 것.
마지막은 횡성군의 문화 활성화를 위한 거점이 됨으로써 지역 사회 문화 네트워크 구축에 일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38팀의 참가자 중 1단계 공모에서 5팀이 선발됐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2단계 공모를 실시한 결과가 지난 3월 18일 발표됐다.
SGHS의 당선안은 대지를 관통하는 네 개의 긴 형태의 매스가 인상적이다. 동서방향으로 길게 뻗은 네 개의 박공지붕 아래에는 수장고와 전시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과감한 배치가 주는 강렬함은 대지 주변의 환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횡성의 문화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할 만한 건축미를 발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수장과 전시, 두 가지 기능의 결합과 분리가 유연하게 전개되게끔 계획되어, 관리 운영 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심사진도 이러한 특징들을 높이 평가하며, 과감하면서도 명쾌한 기능 해결, 구조와 프로그램의 진솔성, 나아가 그 진솔성이 주변과 어우러지며 더 큰 상승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2등 작에는 개방적이고 유희적인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싱가포르 건축팀 아뜰리에 오브 스페셜 매터스(Atelier of spatial matters)의 안이, 3등 작에는 조형적인 붉은 벽돌 매스로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보여준 건축사사무소엠피아트의 안이 선정됐다.
서울시는 당선팀이 올해 안으로 설계를 마치면, 내년 초 공사에 돌입하여 2022년 6월까지 건축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통합수장고가 ‘박물관 도시, 서울’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문화 인프라이자, 죽어있는 창고가 아닌 시민과 소통하는 살아있는 개방형 수장고가 되기를, 나아가 지역 상생의 모범적인 사례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글 / 전효진 기자, 자료제공/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2등작 _ 아뜰리에 오브 스페셜 매터스 (Atelier of spatial matters)
빌바오가 보여준 박물관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박물관은 많은 유물을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숨겨두고 있다. 서울시 통합수장고는 그 비밀들을 만나보는 공간, 호기심으로 가득 찬 캐비넷이 될 것이다.
우리는 외부적으로는 풍성한 형태적 요소들을 통해 방문객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더불어 내외부를 관통하는 동선을 조형적인 요소로 제안함으로써, 저장공간이라는 수장고의 정체성은 받아들이면서도, 수장고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닌 문화시설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다.
3등작 _ 건축사사무소엠피아트
대지의 지형과 흔적을 유지하면서 일련의 기하학적 매스를 배치하여, 수장고와 지형이 어우러진 풍경을 제안한다. 두 개의 핵심 수장고는 지면에서 띄워진 오브제 형으로 계획되며, 이 오브제들의 단면은 총 세 개 층으로 나뉘어, 각각 관리자와 관람객의 영역으로 사용된다. 관리자는 하역과 보존처리 및 일반수장고가 있는 중층과 독립적인 특별수장고가 있는 상층을, 관람객은 일반수장고가 있는 지상층과 입구가 있는 하층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때 관람객과 관리자가 만나는 중층의 일반수장고는 원형으로 계획하여, 폐쇄성을 요구하는 관리자와 개방성을 요구하는 관람객을 설계 과정에서 중재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