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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 토크쇼, ‘승효상에게 한국 건축을 묻다’ 

지난 1월 28일, 돈의문박물관마을 내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승효상에게 한국 건축을 묻다’를 주제로 토크쇼가 열렸다. 전진삼건축잡지 ‘와이드’ 발행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건축가 개인으로서의 승효상이 아닌 우리나라 건축산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건축정책위원장’에게 건축계 전반의 현안과, 나아가 최근 불거진 이런저런 논란에 대해 묻고 답을 듣는 자리였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하 국건위원장, 위원장)은 우선, 자신이 수장을 맡고 있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국건위는 2007년 12월 제정된 건축기본법에 따라 2008년 12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했다. 관계부처 장관이 맡는 당연직 위원 9명과 민간위원을 포함해 30인 이내로 구성되어 국가 건축 정책을 심의하고 건축제도의 문제를 개선하며 건축 문화 발전을 위한 여러 사안을 기획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건위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건축정책위원회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장하며 시행령도 만들었다. 이에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건축정책위원회를 만들었고 승효상 씨가 초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동시에, 초대 서울시 총괄건축가 직도 맡았다. ‘총괄건축가 제도’는 건축기본법에 근거한 민간전문가의 공공행정참여 제도로, 2009년 영주시를 시작으로 2012년 서울시, 2015년 부산시, 2018년 인천·세종·용인시가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2018년 4월 출범한 5기 국건위에서 다시금 위원장을 맡게 된 승효상 씨는 이날 토크쇼에서 앞으로 남은 1년 3개월 여 임기 동안 초기에 규정했던 국건위의 업무 범위를 회복하고 사회 전반을 흐르는 건축 시스템을 바꾸고자 한다고 밝혔다.

토크쇼의 분위기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 전진삼 사회자와 승효상 위원장의 좌담 내용을 질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전진삼  1월 22일 페이스북에 ‘자처해 나섭니다’라고 썼다. 어떤 연유로 이번 토크쇼를 ‘자처’했는가. 그리고 왜 ‘한국 건축을 묻다’인가.
승효상  가끔 SNS를 보면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벌어진다. 한국 건축의 지도부를 향한 공격적 어휘들을 종종 접한다. 개중 틀린 내용도 많고, 서로 모여 묻고 답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꽤 있고, 내가 미처 모르는 상황에 대해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한 번쯤 이런 자리를 마련했으면 했다.
모든 건축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건축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을 이루는 시스템 자체가 건축가가 원해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잖나. 또, ‘나쁜 건축’을 생산하는 것도 일선 건축사다. ‘나쁜 건축주’임을 알면서도 그들로부터 일을 수임하는 것도 건축사이니, 결국 건축의 모든 책임이 건축사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건축 제도나 법령에 문제가 있다면 끈질기게 요구해 바꿀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건축가)에게 있고 해결책도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었다.

전진삼  역사 속 인물을 한번 떠올려 끌어와 봤다. ‘아웃사이더 승효상, 아웃사이더 문재인. 아웃사이더 이성계, 아웃사이더 정도전’. 승 위원장의 과거 강의 내용을 살펴보니, 정도전을 언급하며 좋은 의미로 해석한 바도 있고 말이다. ‘조선조에 이어서 대한민국의 정치 안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수행하는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건축가 승효상이 자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에게 많은 고언을 하며, 실질적인 정책을 소화할 수 있는 건축가의 역할에 대한 주변의 기대도 큰 것 같다.
또한, 제도로서 총괄건축가를 안착시키고자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종의 정치적 행보도 눈에 띈다. 그렇다보니 총괄건축가라는 자리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2대 김영준, 3대 김승회로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이임되는 과정을 놓고, 학연과 연고가 되물림되는 패밀리 경영과 다름 없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다.
승효상  나는 출신 대학이나 지역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작업하는 건축가다. 한때 건축가협회 회장을 학연으로 돌아가며 맡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가 협회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4.3그룹을 결성할 때에도 그러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학연이 있으면 논쟁이 있을 수 없고,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축은 장기 프로젝트가 많다. 서양에서는 총괄건축가를 최소 5년, 연임해서 10년까지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게 온당하다는 생각이다.
바르셀로나는 시장이 임기로 있는 동안 총괄건축가도 함께 일한다.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을 3년, 총괄건축가를 2년, 총 5년을 했다. 이후 다른 인물이 총괄건축가를 맡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총괄건축가와 승효상이라는 개인이 함께 인식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임기 내에라도 다른 사람이 나서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우리 사무실의 존립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총괄건축가 임기 중에는 서울시 일과 운영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떠나야 했으며, 조금이라도 금전적인 관계가 있는 일도 멀리해야 했다. 건축가로서는 엄청난 손해였다. 내가 맡아야 하는 일이었지만 지속하는게 불가능했고, 그래서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김영준 씨에게 이임했던 거다. 지금 3대를 맡은 김승회 총괄건축가는 이 자리에도 계시지만 사실 나와 관련이 없다. (웃음)
건축은 공공의 가치를 지닌 일이다. 나는 공공에 헌신하고자 하는 위대한 사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공공의 일에 몸을 바쳐 일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

인간성의 완성은 밀실에 있을 때가 아니라 광장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투여할 때 이뤄진다 

“인간성의 완성은 밀실에 있을 때가 아니라 광장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투여할 때 이뤄진다.” 독일 태생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한 말이다. 이 글귀가 나를 온전히 움직인 까닭도 있다. 남을 위해 일하는 것도 내 자신의 인간성을 완성하기 위한 일이다. 그만두겠다고 도망을 갔다가 돌아왔더니, 후배들이 몰려와서 윽박질렀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당신이 하지 않으면 비겁한 일이라고 했다. 거절할 수 없었다.

전진삼  작년 4월 5기 국건위 업무를 시작한 이래,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 제도를 전국화하기 위한 위원장의 맹렬한 광폭행보가 눈에 띈다. 일례로 9월 원희룡 제주지사, 12월 김경수 경남지사를 만났고, 인천, 대전, 전주를 찍고 전국을 돌았다. 9월에는 서울 구산동 도서관마을에서 대통령을 모시고 생활 SOC 정책 발표회를 가졌다.
서울시에서 행보도 살펴보자. 2010년 서울건축조직위원회 구성, 2011년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 2013년 9월 서울시가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초대 총괄건축가가 됐다. 2015년에는 도시공간개선단을 발족했다. 승 위원장의 역할이 건축 제도 차원에서 여러모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서울이 아닌 지방은 어떠한가. 서울의 인적 사업에 비해 미비한 점이 많다. 이러한 제도들이 자발적이기 보다, 중앙에서 제시한 방향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시작됐다. 전국을 돌며 여러 현안을 들었을 것이다. 지역마다 각양각색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과연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 제도가 지방에서도 깊게 자리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 제도들이 안착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보완하거나 지원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승효상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행정의 결과는 건축으로 남는다. 건축이 행정에서 중요한 결과물인 셈이다. 건축에 대해서라면 행정가들은 사실 단편적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을 박원순 시장이 나서 자발적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건축가들이 필요성을 인식을 시켰고 그 결과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탄생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단체장들을 만나보니, 그간 이러한 제안이나 보고가 없어서 몰랐을 뿐, 건축, 제도에 대한 이해를 얻고 나서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는 분들이 많았다. 마침 고민하고 있었는데 해결책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분들도 있다. 이미 법령까지 만든 단체장이 있는가하면, 미동도 없는 곳도 있다. 즉, 제도의 실현은 해당 자치단체와 단체장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국건위 차원에서 강요하지 않는다. 아직은 지자체에 이러한 제도가 있다고 인식시키는 단계다. 

전진삼  지방의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에 대해 더 묻고자 한다. 특히 총괄건축가의 경우 해당 지역에서 적임자를 찾는 것이 가능한가. 실제로 수도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건축가가 지역 총괄건축가로 추천되고 있다. 공공건축가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부산이나 서울은 경쟁력 있는 재원들이 많은 지역이지만, 그 외 지역의 인력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상당하다. 총괄건축가가 공공건축가 제도 운영에 있어 궁극적으로는, 해당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건축사 인력의 한계가 문제될 수 있다. 그 지역의 공공성을 논의하는데 타지역 건축가가 기대만큼 기여하지 못할수도 있지 않겠나. 꾸준하게 자생할 수 있는 이들이 정책을 만들어 내야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
승효상  영주시가 그 문제에 대해 좋은 선례와 해결책을 내놓았다고 본다. 인구가 적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건축가 제도가 서울시보다 훨씬 잘 운영되고 있다. 총괄건축가의 이름은 아니지만, 비슷한 제도를 서울시보다 먼저 시행한 바도 있다. 영주에 공공건축을 보러가는 행사가 생길 정도다.

전국 각지에 있는 좋은 건축가를 초청해 지방에도 양질의 건축이 고루 생기면 사람도 예산도 따라온다. 다른 지역에서 온 좋은 건축가가 좋은 설계를 하고, 나아가 해당 지역과 협력하는 사례가 있다. 그 지역 사람만 그 지역의 공공건축 해야 한다거나, 그 지역에서 건축을 하려면 꼭 그 지역에 살아야 한다는 건 너무 편협한 생각이다. 

우리가 꿈꿔야 하는 풍경은 좋은 건축이 많은 세상이지 좋은 건축가가 많은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꿈꿔야 하는 풍경은 좋은 건축이 많은 세상이지 좋은 건축가가 많은 세상이 아니다. 나도 한국에 있지만 중국에 있는 건물도 설계하지 않나. 설계하는 사람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에는 결단코 동의할 수 없다. 설계하는 사람이 어떤 지역 사람이든 그 지역의 건축이 좋아지면 된다.

전진삼  5기 국건위가 출범한 이래 달라진 그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작년 9월 문 대통령이 구산동 도서관 마을에 방문하기도 했고 말이다. 아마도 국건위 움직임이 보이는 정책으로 어필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헌데 최근 국건위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 적지 않은 양상에 부쩍 피로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세종시 신청사 심사와 관련해 심사 전문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관(이하 임정기념관)의 공정성 문제, 잠실5단지 재건축에서 조합과 서울시의 문제, 최근 백사마을 재개발 문제 등이 그렇다.

국건위의 위상이나 그 역할을 봤을때 순항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지점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각각의 건에 대해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말씀해 달라.
승효상  국건위에서는 개별 프로젝트를 다루지 않는다. ‘국가건축정책’, ‘제도’, ‘건축문화’, 이 세 가지가 국건위의 주요 쟁점이다. 서울시가 일정 규모 이상 프로젝트의 경우 총괄건축가의 자문을 받도록 조치했던 것처럼, 국가에서 발표하는 프로젝트도 일정 규모 이상일 때 국건위의 자문을 거치게 하면 세종시나 임정기념관 같은 문제도 없을 것이다. 현재 개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은 국건위가 관리할 수 없다. 사건이 터지고 나면 국건위가 사후보고를 요청할 수 있다.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 후 비로소 권고를 하게 된다. 세종시의 경우도 당선안에 대해 기존 청사와 맞지 않으니 좀 더 좋은 쪽으로 설계를 바꾸라는 권고를 했고, 결과를 초래한 시스템과 방법에 문제가 있으니 현상 요강을 국제 수준에 맞게 바꾸도록 권고를 해서 실제 바꾸고 있다. 임정기념관은 부처 내에서 소송이 진행중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결과가 나오면 국건위를 통해 다룰지 결정할 거다. 나머지 서울시 관련 문제들은 국건위의 사안이 아니다.

전진삼  설계 공모의 전문성을 위해 심사위원을 사전 공개한다거나, 가격입찰 제도를 축소시키는 등 그간 불거진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국건위에서 준비하고 있다. 우리 삶을 부동산의 가치로 보지 말고 삶의 존재 가치로 보자는 위원장의 비전과도 맞는 방향인 것 같다. 건물 공동체가 아닌 사회적 공동체를 주장했던 위원장의 생각이 반영된 좋은 기획을 국건위 차원에서 추진해, 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최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이슈다. 서울시 사업이지만 국건위가 상당부분 개입했다. 위원장이 심사위원의 일원으로 참석하기 때문이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특히 전시성 포퓰리즘 공간정책의 산물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2018년 10월 공고 후 올 1월 21일 당선자를 발표했고, 내후년인 2021년 완공할 계획이다. 속도도 가속화된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승효상  광화문 광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71학번인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광화문 광장을 다룬 작품들이 국전에 끊임없이 제출되곤 했다. 굉장히 오랫동안 광화문 광장은 우리 사회와 건축계에서 이슈가 되어 왔다.

지금의 광장은 2009년 오세훈 시장 시절 만들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서울시에서 여러 차례 공청회도 열었고, 광화문 포럼을 만들어 전문가집단의 토론과 논쟁도 거쳤다. 이미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상황이다. 많은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국제현상공모를 열게 되었고, 객관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1등작을 뽑았다. 광화문 광장은 복잡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도 비교적 간단하여 그리 오래걸릴 일이 아니다. 일반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과 비교해 선입관을 가지면 안된다. 당선 결과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오가는 것도 알고 있다. 왈가왈부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지금까지도 긴 세월 논의해 왔는데 더 논의 못할 것도 없다.

광화문 광장, 일상의 공간으로 회복해 시민의 품에 돌려 주어야

전진삼  광화문 광장에 대한 두 번째 시각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시대에 시민에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거대한 목적형 무대광장이 과연 필요한가.
승효상  지금의 광화문 광장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목숨 걸고 육교를 건너듯 건너야 하는 기념비적 공간이지 도시의 일상을 즐길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거대한 중앙분리대처럼 존재하는 광화문 광장을 일상의 공간으로 되돌려 놓을 필요가 있다. 이곳에는 역사적으로 오랜 적층이 있고, 이를 회복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일단 경복궁부터 복원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사실 옛날 건물을 복원하는 일에 거부반응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경복궁은 월대까지 복원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그 공간은 비단 서울사람 뿐만아니라 모든 한국인에게 상징적인 가치가 크다.
광화문 광장에서 데모를 할 땐 항상 북악산 방면을 향한다. 북악산 기슭에 늘 권력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광화문은 권력층과 민중기저층이 대립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권력의 위계질서 축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게 이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이제는 일상화된 도시공간인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 청와대를 지나서 누구도 갈 수 없었던 북악산 기슭까지를 시민이 정복하게 하자는 것이다. 민중의 품으로 광장을 되돌린다는 개념이다. 이미 청와대에서도 공간을 일반 시민에게 보다 확대해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힌바 있듯, 광장이 정비되면 자연스레 일반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진삼  최근 행안부에서 이 사업의 부지권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켜본 심사위원장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사전에 캐치하지 못한건가, 아니면 불식하고 넘어간 건가.
승효상  당선안에 기술된 내용을 보면 다 복원을 하고 정부종합청사는 공원으로 구성했다. 여기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 정부종합청사 부분은 현상 공고 지침에서 제외돼 있어 사업범위가 아니다. 다만 계획범위에는 속해서 공모자가 자유롭게 안을 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마치 당선작이 곧 시행될 것인양 행안부에서 오해를 한 것이다. 당선작이 이행되려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정부종합청사가 기능을 해야하는데 건축가나 계획가가 정부종합청사가 기능하지 못하게끔 하려는 비상식적인 일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전진삼  당선작에 따르면 이순신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이동하게 된다. 위원장은 이순신장군 동상은 존치한다 해도 세종대왕 동상은 이미 입지 자체가 문제가 되므로 이동하는 것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아이디어 차원이긴 하지만 당선안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안이 정부청사 앞 부지를 구조화시켜 작업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설계변경을 전제로 한다고 이해해도 되겠나. 동상 위치를 바꾸는 문제나, 행안부에서 정부청사 자리를 고집하는 등의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제외시킨 상태로 기본, 실시설계를 추진하는 것인가. 
승효상  건축은 현실이다. 먼 이상과 현실을 접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심사위원단에서도 이순신 장군 동상은 20년 이상 광화문 광장을 지켜온 기억이 있으니 존중하는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 세종대왕 동상은 현재 너무 압도적이어서 성군인 세종대왕을 상징하기에 적절치 않다. 나아가 동상의 존재 자체가 주변 공간을 부속적으로 만든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이전을 검토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시에서도 실시설계기간이 있으니,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 세종대왕 자리 아래에 지하공간을 만들어야 하므로, 현 자리에 그대로 존치하더라도 잠시 옮겼다가 가져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전진삼  다소 불편할수도 있는 질문을 하겠다. 2012년 9월 17일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서 ‘광화문 광장이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고 언급했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세종문화회관과 붙여야 한다고도 했다. 위원장의 이전 작업 중 당선안과 거의 같은 정도의 설계안이 이미 나와 있기도 하다. 스스로 최초 제안했던 내용과 아주 유사한 프로젝트를 당선시킨 심사위원인 셈이다. 현재 국건위 위원장으로서, 세간에서 건축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는 그 위상을 봤을 때, 과연 응모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일까.
승효상  그건 차원을 달리할 문제다. 서울시에서는 국건위원장 자격으로서가 아닌, 내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고, 그만큼 이해도가 높으니 심사위원으로 초빙한 것이다.
이 안은 백지에서 시작한게 아니다.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서 일상성을 회복하자는 건 내 주장이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이를 골자로 하여 제출된 안이다. 즉, 이 설계공모는 그 틀 안에서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할지를 물은 것이지, 전체 프레임을 새롭게 구성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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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  작년 11월 17일 중앙일보에 실린 ‘지금 한국 건축의 한 단면’이라는 시평에서 한국건축계를 둘러싼 불건전한 도시적 상황을 토로한 바 있다. 우리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있고 방법지를 찾고 계시는 듯하다.
‘정치하는 사람은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건축에서의 공정성과 우리나라 건축허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얘기하며,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승효상  건축이 완전히 이루어지기까지 세단계가 있다. 발주, 설계·허가, 시공. 이 단계에서 우리처럼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는 나라를 세계적으로 찾아 보기가 힘들다. 발주 문제를 보자. 민간 발주는 어쩔 수 없지만 공공발주는 제도 정책을 바꿀 수 있는 문제라 상당부분 중앙정부에서도 동의하고 있고, 지방정부에서도 곧 바뀌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거의 없애는 수준으로 흘러갈거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미개하고 부정부패의 여지를 상당 수준 내포할 만큼 복잡다단한 절차와 단계가 존재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요컨대, 국가에서 면허를 받은 의사가 수술할 때마다 허가를 받는가. 왜 건축사는 면허가 있어도 건건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나. 허가 이전에도 무려 36번의 심의 절차를 받아야 허가에 이른다. 이런 시스템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갑질’하는 행태라고 나는 단정한다. 임기 내에 제도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보다 선진적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애써 볼 것이다.
시공의 문제도 크다. 설계와 감리를 분리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딨는가. 잘못된 제도는 환원시켜야 한다. 바꾸거나 보완하거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건축은 한국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다. 모든 나라에 존재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의 제도를 참작하는 것도 좋다. 우리의 수준에 미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지금 그 절차상에 있다.

동네에서 매일 만나는 건축이 아름다워야 일상이 행복하다

전진삼  지방 건축인의 칼럼을 읽어보니 최근 허가건이 감소세다. 지방이 소멸하고 있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생활SOC와 같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각 지방 건축인들의 생업에 좋은 환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승효상  우리나라의 한해 건축물량이 250조다. 그 중 공공건축이 30조. 설계비는 1조다.

특별히 큰 공공건축 몇을 제외하고는 대개 가격입찰제로 이뤄진다. 사실 우리 사는 세상을 바꾸는 건 랜드마크 급의 위대한 건물이 아니다. 동네에서 매일 만나는 파출소, 동사무소, 보육원 같은 건물들이 아름다워야 일상이 행복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건물들이 속된말로 ‘후지다’. 대부분 가격입찰로 설계비를 싸게 매겨 제출하는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그모양 그꼴’인 것이다. 생활SOC를 확대하려고 작년부터 굉장히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종래와 같은 방법으로 지어지면 우리 일상은 더욱 더 불행해질게 뻔하다. 국건위 차원에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해서 양적·질적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발주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가격입찰제를 하루아침에 설계공모제로 바꾸면 관리 인원이 늘어나니 단계별로 하기로 했다. 우선 설계공모제의 기준 금액을 2억 이상에서 1억 이상으로 낮춘 상태다. 희망컨대 올해 내에 법을 바꿔, 완전한 설계공모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생활SOC를 확충하기 위해 국건위가 취하고 있는 태도다. 

전진삼  여태까지 이야기는 건축설계업에 종사하는 분들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건축 생태계가 건축 설계, 시공만의 세계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속해있는 출판·잡지, 아카이브 등 건축 바깥에 대한 진흥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설계제도, 행정제도의 개선 뿐만 아니라 국건위가 해야 할 일은 건축 문화 창달, 일반인들의 건축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건축이 문화로서 대접을 받을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출판 같은 저변이 같이 발전해야 하는데.
승효상 한 해에 주어지는 건축상이 천 개다. 그 상 한 두 개를 받았다고 건축가가 특별하고 명예로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건위 차원의 상도 많다. 올해 대부분 없애기로 했다. 대신 제대로 된 상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건축설계는 국토교통부가 아닌 문화체육부에 속해야 한다. 국토부에는 건설 물량의 비중이 크다 보니 건설 정책이 많고, 건축설계 정책이 그간 제대로 있었다 보기 어렵다. 다른 나라처럼 건축은 건설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지난 몇 년간 주장해 왔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부처에서 문화적 차원에서 건축에 접근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여 추진하고 있다.

전진삼  2010년 개정된 건축사법 시행 규칙에 의하면 건축사 자격이 없어도 20인 이상의 건축사를 고용하면 건축사무소를 열 수 있다. 단, 공공 발주 건물만 설계를 맡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최근 건설계에서 산업성장발전을 내세우면서 설계겸업에 대한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국건위 위원장으로서 어떤 식으로 중재하고 대응할 생각인가.
승효상  건설과 설계의 겸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 일을 하며 턴키 제도를 없애는데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설계자와 건설사, 시공사가 팀으로 일하는게 턴키다.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하라는 것은 검사와 변호사에게 팀을 이뤄 일하라는 것이다. 불륜의 관계와 다름 없지 않은가.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 국건위 위원장으로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 본다.

전진삼  오랜 세월 들어왔던 ‘건축사’냐 ‘건축가’냐의 호칭 문제가 있다. 외국에서도 건축사, 건축가 호칭의 구분이 애매하다. 언어와 말의 소중한 가치를 알고 많은 관심을 가진 분으로서, 건축사, 건축가 호칭. 같이 가는게 좋다고 보는가.
승효상  건축가라는 호칭은 누가 주는게 아니고 스스로 부르거나 남이 불러주는 일종의 명예 호칭이다. 건축사는 국가가 자격을 부여함으로서 건축행위를 해도 좋다고 인정한 호칭이다. 건축사가 다 건축가일 필요 없고, 건축가가 다 건축사일 필요도 없다. 서로간의 호칭 문제는 컴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이를 극복하면 되는 일이다.

전진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이기도 하다.
승효상  한국 밖에 나가서 보면 한국은 중요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건축하는 사람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한국에 와보고 싶어 한다. 서울에 건축비엔날레를 만들자고 제안한 이유다.
국가라는 개념은 근대에 들어 만들어졌다. 국가보다 도시의 역사가 더 깊다. 국가는 사라지더라도 도시는 살아서 이어진다. 국가는 정치적 결탁체지만 도시는 지역적이다. 국가는 서로 적대적일 수 있지만 도시는 적대적일 이유가 없다. 협력, 상생, 공존을 바탕으로 도시 차원의 비엔날레를 열어 전세계 도시들이 모여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든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다. 올해로 2회를 맞았고, 참가 도시가 70개가 넘는다. 수용을 다 못할 정도의 흥행이다.
아직 사회, 정치, 행정적으로 도시건축비엔날레의 재단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다. 재단이 구성되면 더이상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협력해 전세계 중요한 건축·도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장내 질의응답 시간에 본지 기자가 청와대 이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과 국건위 위원장으로서의 견해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질문을 던졌다. 이에 승 위원장은 청와대 이전 자체보다 광화문 축과 북악산에서부터 내려오는 축을 어떻게 시민에게 돌려줄 것인지, 그리고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종식시킬 수 있는지가 주요한 관심사라고 답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일 뿐, 물리적으로 소통을 잘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악산과 연결된 축을 온전히 시민에게 돌려주려면 관저는 이전해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의 건강을 위해서도 관저는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공공건축의 질적 수준을 개선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복안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발주 시스템을 바꿔야 겠다는 생각에 공감대를 형성하여 가격입찰제를 조만간 완전히 폐지할 계획인데, 시행 과정에서 설계자가 시공 감리를 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는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토크쇼를 마무리하며 남긴 승 위원장의 발언을 전한다. 

“내년 이맘때면 국건위 위원장으로서의 임기가 3개월 정도 남는다. 그때 토크쇼를 한 번 더 하겠다. 오늘 이후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보고하고 국건위 활동을 마무리 짓는 시간을 갖겠다. 동시대에 같이 건축하는 동료들의 도움과 성원, 응원이 필요하다. 우리 동년배들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이후 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많은 일들은 단발성으로 끝낼 수 있는게 아니라 함께 이뤄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 나의 일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공유하고자 이 자리를 만들었다. 이야기를 경청해주신 여러분께 동지 의식을 느끼고, 무거운 책임감도 아울러 갖고 있다.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글 / 현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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