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석유 주식회사 사옥
건물은 도시 주변의 빛깔들을 이런저런 모양으로 흡수하기도 반사하기도 한다. 하늘이 푸른 날은 백색이 더 눈부시게 환하고, 날이 저물 무렵이면 석양빛을 머금고 감빛을 발한다. 어둠이 몰려오면 건물 내부 조명으로 스스로 발광체가 된다. 건물이 도시와 소통하는 그 태도가 정갈하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경쾌하고 밝아 보이며, 활기차고 생기 있게 다가온다.
대지는 경동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다. 선친이 했던 것과 같은 형식으로 주유소와 사옥을 같이 세우는 작업으로, 건축법규상 건축물은 옥내 주유소로 구분된다. 1, 2층은 주유소, 3층은 주차장, 4층부터 7층까지는 사무실로 사용되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건물이다. 교회, 그것도 유서 깊고 기념비적인 공간으로 평가받는 경동교회 옆에 들어서는 상업공간인 만큼 주변과의 소통과 장소성에 대해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종교시설과 상업공간 사이의 긴장감, 대립, 종속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의 관계를 원활하게 풀어내고, 동시에 상업공간으로서 도시적 속도와 맥락에 호응할 수 있는 모습, 이를 위해 건물이 택하고 있는 길은 ‘침묵’이다.
원래는 ‘무겁게’ 침묵하는 건물이고자 했다. 하지만 주유소, 주차장, 사무실 등 내부에 들어서는 프로그램들의 속성상 무거움을 표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사실상 침묵할 수 없을 정도의 내용이다 보니 가벼운 표정으로라도 침묵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본체를 반투명하게 감싸고 있는 백색의 금속망이 그 열쇠로, ‘가벼운 침묵’을 성사시킨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대로 금속망의 표피는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의 질감을 건물 외관에 그대로 투영시켜 준다. 적극적인 몸짓으로 나서지 않고, 주변 환경이 움직이는 대로 고요하게 흡수하며 따라가는 다소곳한 태도로 도시와 호흡하고 소통하는 침묵의 표정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5, 6, 7층 사이를 비스듬히 관통하는 유리 튜브는 사실 외부 공간에 속하는 요소로서, 각 층 내부에서 경동교회 및 주변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통로다. 유리 튜브를 관통하고 있는 다리를 따라 이동할 때, 주변을 향해 집중되기도 또 분산되기도 하는 유리통을 통해서 주변과 호흡하게 되는 방식이다.
주변의 맥락과 관계 맺으려는 시도는 3층 주차장으로 접근하는 뒷길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선제한 규정에 의해 계획된 경사면이 그 요소다. 경동교회의 경사진 파라펫의 느낌을 그대로 연장함으로써 주변 도시와의 흐름과 리듬에 동참한 것이다.
프로젝트명 :서울석유 주식회사 사옥 /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1가 31-1 / 설계 : 건축사사무소 OCA / 설계담당 :표석기, 서형준, 권도엽 / 시공사 :(주)이안알앤씨 / 건축주 :서울석유주식회사 / 용도지역 :제3종일반주거지역 / 중심미관지구 / 주용도 :업무시설, 위험물 저장처리시설(주유소) / 대지면적 :890.3㎡ / 건축면적 :440.41㎡ / 연면적 :2,310.67㎡ / 건폐율 :49.46% / 용적률 :243.12% / 층수 :지하1층, 지상7층 /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 설계기간 :2005.12 – 2006.07 / 시공기간 :2006.08 – 2007.07 / 사진 :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