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버들골 풍산마당
Seoul National University Beodeulgol Pungsan Madang
나지막하고 평탄한 벌판이 지금도 여전히 조금씩 밀어내는 듯 회전 중인 것처럼 보인다. 땅을 거스르거나 가로지르지도 않고, 벌판을 지나는 바람에 맞서지도 않겠다는 의도도 전해진다. 유선형의 부드러움을 갖춘 채 땅에 가깝게 바짝 낮추고 있는 모습이 그러하다. 멀리 산 능선과 주변의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조심스러운 땅의 미동을 말없이 지켜보고 서 있다. 그 모든 풍경이 고요하고 평안하다.
서울대학교 캠퍼스의 중심에서 각 단과대학 사이로 이어진 가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완만한 지형의 들판이 나타난다. 관악산의 산세가 시작되기 전 마치 한숨 쉬어가는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는 버들골 영역이다. 캠퍼스와 관악산 사이의 경계부에 여백처럼 자리하고 있는 장소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노천극장이 있던 곳이다. 도림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서울시에서 시행한 저류조가 들어서게 되면서 기존의 노천극장이 철거되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야외 공연장에 대한 기획이 이루어진 것이다.
건축물과 객석의 규모는 다른 비슷한 성격의 공연장에 비해 소규모로 설정되어 있는데, 기존 버들골 영역과의 조화를 고려해서다. 캠퍼스 가로와 자연스레 이어지는 버들골 영역 중에서 높이가 가장 낮고 가장자리에 해당되는 지점에 위치한다. 넓고 평탄하게 펼쳐진 기존의 공간 구조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혹은 스며 나오는 형식으로 땅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관람 영역에도 적용되어 있다. 주변 지형의 완만한 흐름이 스탠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지형을 조정함으로써 인공적인 스탠드 부분만이 아닌 버들골 전체로 그 영역이 확장된다. 무대 영역 또한 그러하다. 재조정된 지형의 흐름이 아래에서부터 연결되는 캠퍼스 가로와 만나며 움푹한 여백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데 이를 활용하여 무대를 배치하고 있다.
버들골의 완만한 지형 위로 드리워진 유선형의 주요 매스는 서쪽의 일사와 캠퍼스의 소음을 제어해 준다. 동시에 관악산을 마주하며 자리 잡은 야외무대와 그 앞으로 펼쳐진 객석에서 연장된 버들골 전체 영역을 보듬으며 캠퍼스로 이어지는 가로와 관악산 사이에 낯설고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외부의 비정형 스킨이 전면의 진입 광장과 버들골로 열린 투명한 스크린을 거쳐 내부 공간으로 이어져 흐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흐름이 홀 중앙에 위치한 계단을 통해 2층과 객석을 거쳐 다시 버들골의 지형으로 연결되어 흘러 나간다. 건축물의 안과 밖, 건축물과 주변 지형 간의 전체적인 순환과 관계 맺기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이다.
작품명: 서울대학교 버들골 풍산마당 / 설계: (주)보이드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이규상,장기욱) +이유미(서울대학교), 유승종((주)LIVESCAPE),조윤철((주)PH6 Design Lab) / 설계담당: 박찬호, 방누리 / 위치:서울특별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내 / 용도:교육연구시설 / 대지면적:3,895,659m² / 건축면적:902.60m² / 연면적:794.36m² / 규모:지상 2층 / 높이:10.0m / 주차:20대 / 건폐율: 7.74% / 용적률: 28.34%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외부마감:노출콘크리트, 알루미늄 패널 / 내부마감:비닐페인트 / 구조설계: 이공구조연구소(이장홍) / 비정형설계/시공컨설팅:(주)디지털건축연구소 위드웍스(김성진) / 시공: (주)서희건설 / 기계설계: 정인엔지니어링 / 전기설계: (주)대경전기설계사무소 / 설계기간: 2013.10 – 2014.2 / 시공기간: 2014.06 – 2015.5 / 공사비:50억 원 / 건축주: 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