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단 역사관
에디터 현유미 부장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우리동인건축사사무소
멀리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까지 이어져 내려온 제례가 있다. 역대 조선의 왕들은 풍년을 기원하며 농사와 곡식의 신에게 제례를 지냈다. 제를 올린 이후에는 왕이 몸소 밭갈이를 시범(친경親耕) 했다. 이 행사를 ‘선농제’라 하였는데, 종묘·사직제와 더불어 중요한 국가 제례의식의 하나였다. 친경이 끝나면 고기로 국물을 내어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던 ‘선농탕’에서 지금의 설렁탕이 유래되었다. 현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에 자리한 ‘선농단’은 과거 만백성을 아울러 제례를 치르기 위한 장소였다.
선농단은 일제 강점기와 60, 70년대의 급격한 도시화를 거치면서 원래의 지위와 모습과는 왜곡된 상태로 주거지 한켠, 어린이 놀이터 옆에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그러던 1979년, 지역 주민들에 의해 ‘선농단 보존회’가 꾸려졌으며, 명맥이 끊겼던 선농제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2009년 선농단 역사유적 정비사업이 시행됐고, 2011년 열린 ‘선농단 역사문화관’ 건립 설계공모에서 ‘우리동인건축사사무소’의 안이 당선, 2015년 완공됐다.
선농단 역사문화관은 고증자료를 토대로 선농단과 선농대제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최첨단의 전시설비를 갖춘 전시시설로 조성됐다.
놀이터가 있던 자리를 흙으로 덮어 지표면을 연장시키고, 단의 외연을 최대한 넓혀 제사공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었다. 지하에는 농사 관련 전시물과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이 배치됐다. 지상에는 제사공간이, 지하에는 전시장이 자리하여 ‘두 개의 켜’로 공간을 분리하게 된다.
전시장 중앙에는 ‘시간의 방’이라는 이름의 중정이 놓여 있다. 지상과 지하, 두 개의 켜를 연결하는 장치이자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자연환기를 유도하는 숨통 역할도 한다. 사면은 동서남북의 방위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상징하면서, 벽면에 90cm 간격으로 꽂은 아크릴 봉이 빛과 그림자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통해 농사짓는 행위가 시간을 다스리는 행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암시했다. 관람객들은 지상의 단(양각)과 대비되는 시간의 방에 만들어진 단(음각)에 머물면서, 선농단의 역사적인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다.
작품명: 선농단 역사관 / 위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 설계: 우리동인건축사사무소 / 구조: 철근콘크리트 / 규모: 지하 2층 / 대지면적: 3,933m² / 연면적: 1,614m² / 완공: 2015 / 사진: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