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단 역사관

우리동인건축사사무소

 

 

멀리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까지 이어져 내려온 제례가 있다. 역대 조선의 왕들은 풍년을 기원하며 농사와 곡식의 신에게 제례를 지냈다. 제를 올린 이후에는 왕이 몸소 밭갈이를 시범(친경親耕) 했다. 이 행사를 ‘선농제’라 하였는데, 종묘·사직제와 더불어 중요한 국가 제례의식의 하나였다. 친경이 끝나면 고기로 국물을 내어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던 것이 지금의 설렁탕이다. ‘선농단’은 이 제례를 치르기 위한 장소로 현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에 자리한다.

 

 

작품명: 선농단 / 위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 설계: 우리동인건축사사무소 / 구조: 철근콘크리트 / 규모: 지하 2층 / 대지면적: 3,933㎡ / 연면적: 1,614㎡ / 완공연도: 2015 / 사진: 김재경

 

 

선농단은 일제 강점기와 60, 70년대의 급격한 도시화를 거치면서 원래의 위치와 모습에서 왜곡된 상태로 주거지 한켠, 어린이 놀이터 옆에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그러던 1979년, 지역 주민들에 의해 ‘선농단 보존회’가 꾸려졌으며, 명맥이 끊겼던 선농제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2009년 선농단 역사유적 정비사업이 시행됐고, 2011년 열린 ‘선농단 역사문화관’ 건립 설계공모에서 ‘우리동인건축사사무소’의 안이 당선, 2015년 완공됐다.

 

 

 

 

선농단 역사문화관은 고증자료를 토대로 선농단과 선농대제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최첨단의 전시설비를 갖춘 전시시설로 조성됐다.
놀이터가 있던 자리는 흙으로 덮어 지표면을 연장시켰다. 단의 외연을 최대한 넓혀 제사공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었다. 지하에는 농사 관련 전시물과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이 배치됐다. 이렇게 하여 지상의 제사공간과 지하 전시장, ‘두 개의 켜’로 공간이 분리되었다.

 

 

 

전시장 중앙에는 ‘시간의 방’이라는 이름의 중정이 놓여 있다. 중정은 지상과 지하, 두 개의 켜를 연결하는 장치다. 지상으로 열린 시간의 방은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자연환기를 유도하는 숨통 역할을 한다.
중정의 사면은 동서남북의 방위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상징한다. 벽면에는 90cm 간격으로 아크릴 봉을 꽂아 빛과 그림자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내부에서 느끼도록 함으로서 농사짓는 행위가 시간을 다스리는 행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암시했다. 시간의 방에 만들어진 단(음각)과 지상의 단(양각)을 대비시킴으로써, 관람객들이 선농단의 역사적인 의미를 반추하도록 했다.

전시장은 중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관람객들은 경사로와 계단을 따라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시물을 관람하게 된다. 지하 1, 2층으로 열린 틈새를 통하여 내부로 유입되는 자연광은 관람객들의 건축적 체험을 극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