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재(上善齋)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IROJE KHM Architects
집은 액자 속 그림처럼 반듯한 상자 안에 담겨져 있는 모습이다. 공간을 프레임 짓고 있는 것은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나 있는 녹슨 내후성 강판이다. 과거의 도시적 삶이 여전히 기록되어 있는 역사성 깊은 동네, 고풍스러운 도시의 중후함을 유지하는 마을, 서울시내에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주변 환경을 존중하고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존 주택의 지하층과 축대를 그대로 두고 새로운 주택을 증축하는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집은 서울 북아현동의 전형적인 주거지역과 봉원산의 경계선상에 있다. 전면으로는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한 서울시내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고, 측면과 후면으로는 산지에 면해 있다. 자연과 도시를 모두 껴안을 수 있기에 풍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록하기에 그만인 위치다. 지하에서 위로 이르기까지 여러 개의 마당이 배치되고 램프 형식을 빌린 ‘건축적 산책로’가 태어나게 된 배경이다.
도로와 인접하는 외부에서는 오래된 풍경을 자아내는 내후성 강판이 사용되었지만, 집의 속살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마당쪽 벽면에는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그 느낌을 구분 짓고 있다. 두 물성의 차이는 곧 시대의 차이에 관한 표현으로 읽힌다. 외부의 표정과 물성은 과거의 역사를 머금은 모습으로 주변 주택들이 드러내는 오래된 빛깔의 맥락 속에 자연스레 동참하는 의도일 것이다. 반면, 그 안에 담겨진 공간은 지금 현재부터 시작되는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뜻에서 현대적이고 도시적 감각의 소재인 스테인리스가 선택된 것이리라 생각하게 된다. 금속 소재의 경쾌하고 발랄한 이미지는 가감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철골조로도 이어진다. 구조재가 동시에 마감재가 되도록 한 디자인 덕분에 공사비를 절감하는 경제성 또한 노련하게 거머쥐고 있다.
상선재는 노자사상의 ‘상선약수’에서 따온 이름이다. ‘선의 으뜸은 물로서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아니 한다’는 뜻이다. 노자가 말하는 ‘선한 물’처럼 마당과 계단과 램프를 따라 발길과 시선은 부딪힘 없이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위와 아래를 흘러 다니고 주변을 조망하게 된다. 주변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다. 터줏대감과 같은 주변의 오래된 주거들을 존중하여 함께 어우러지며 선한 에너지를 풍기는 공간이기를 원하고 있다. 이름에 담긴 의미대로 도시와 자연을, 과거와 현재를, 주변과 스스로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아우르기에 스스로도 주변에도 그야말로 ‘이로운 집’이 되고 있다.
작품명: 상선재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1번지 595호 / 지역.지구: 일반주거지역, 자연경관지구 / 주요용도 : 단독주택 / 대지면적 : 324㎡ / 건축면적 : 96.60㎡ / 연면적 : 244.92.㎡ / 건폐율 : 29.81% / 용적율 : 65.65% / 규모 : 지하1층, 지상3층 / 구조 : 철골조 / 내부마감 : 바닥 – 지정리노륨; 벽 – 미송판, 무광락카, 벽지, 압출성형시멘트판; 천장 – 스틸데크플레이트, 우레탄페인트, 천정지 / 외부마감: 지붕 – 스텐레스판 거멀접기; 벽 – 내후성강판, 스텐레스거멀접기 / 설계담당 : 한지원 / 구조설계 : 전광민 / 조명 : LITEWORK / 조경 : 건축주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