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폴리 꼬또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스튜디오베이스
백색 빌딩 사이의 적벽돌이 단연 눈에 띈다. 나지막하고 좁은 크기에도 곡면의 벽돌 벽이 흡입하듯 자연스레 걸음과 시선을 유도한다. 케이브라는 출입문의 이름대로 동굴 안으로 흐르듯 들어서면 동굴 밖과는 다른 세계일 것만 같은 장소가 펼쳐진다. 오뚜기가 젊은 세대를 겨냥해 변화를 시도한 브랜딩 공간, ‘롤리폴리 꼬또’다.
창이 없는 반지하 공간의 주된 재료는 붉은 벽돌이다. 벽돌은 보편성과 지속성을 내포하는 작은 셀들이 모여 견고하게 구축되는 소재다. 그런 면에서 공간에 사용된 약 10만 장의 벽돌은 오랜 세월 꾸준히 발전해온 기업정신을 상징한 것이다. 단, 벽돌을 다양하게 구축하고 패턴화한 것은 오래도록 정체되어 굳어져 있는 보수성을 극복하겠다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다가온다. 벽돌의 물성에 어우러지는 목재, 패브릭, 세라믹, 스테인리스스틸 등의 소재를 결합하여 캐주얼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곳에서는 오뚜기에서 출시되는 라면, 카레, 음료 등을 맛볼 수 있다.
케이브를 벗어나는 통로인 좁은 수직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간다. 그때 마주하는 것이 큐브와 슬로프다. 큐브는 정육면체 공간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오뚜기 굿즈를 전시 및 판매하는 곳이다. 벽돌 사이의 얇은 틈으로 스며드는 빛줄기, 부유하듯 떠 있는 곡선형의 금속 선반, 조명이 매입된 커다란 풍선 등 이곳에서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색적인 장치들이 시선을 끈다.
계단 형태의 슬로프는 자연스레 착석을 유도하고, 최상단의 작은 잔디공간에서는 가든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가든은 두 건물 사이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던 외부공간을 하나로 합친 곳으로 롤리폴리 꼬또 전체의 핵심이다. 각 실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서로 관계 맺고 소통한다. 케이브, 큐브, 슬로프, 쉐이드, 가든, 홀, 살라 등 7개로 구성된 공간이 가든을 중심으로 엮여 각자의 역할과 높낮이를 달리하며 다양한 시퀀스를 제안하는 것이다.
‘오뚜기’ 하면 절로 떠올리게 되는 색, 노랑이다. 브랜드의 노골적 표출은 피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에 오뚜기의 맥을 은유적으로 호소하고자 곳곳에 동일 계열 색상의 오브제와 소재들이 사용되고 있다. 변함없지만 혁신적인, 착하지만 강한, 친근하지만 감각적인, 앞뒤가 안 맞는 넌센스 같지만 오뚜기의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분명 그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명: 롤리폴리 / 위치: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51길 19 (논현동 269-10) / 설계: 스튜디오베이스 / 책임 디자이너: 전범진 / 디자인팀: 스튜디오베이스 / 용도: 카페, 음식점, 판매공간 / 면적: 1015.77㎡ / 바닥 마감재: 벽돌, 타일, 모자이크 타일, 유크리트, 우드플로링, 카펫 / 벽 마감재: 벽돌, 타일, 회벽도장, 도장, 스테인리스스틸, 카펫 / 천장 마감재: 도장, 노출 위 도장, 메쉬망, 벽돌, 합판 위 도장, 금속 펀칭패널, 타공판 위 도장, 유리 / 시공: 스튜디오베이스 / 클라이언트: 오뚜기 / 설계 기간: 2020.3~6 / 시공 기간: 2020.7~10 /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