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의 새로운 행정 구심점이 될 통합신청사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최종 당선작은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와 H Architecture P.C.가 공동 응모한 ‘강서 진경’이다.
현 강서구 청사는 1977년 개청한 노후 건축물이다. 시설의 노후화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협소한 공간 탓에 유관기관들이 9개 시설로 분산 운영되어, 주민 이용 불편은 물론 업무 연계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실정이다.
이에 강서구는 업무 간 연계성과 효율을 확보하여 한층 더 수준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강서 구민들을 위한 공동체적 공간을 조성하고자, ‘연결과 열림이 있는 조화로운 스마트 청사’라는 비전하에 기존의 분산된 청사를 새롭게 통합, 건립하기로 했다. 더불어 이러한 신청사를 건립함에 있어, 권위적인 공공청사의 모습을 탈피하고 강서구의 미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최적의 안을 선정하고자, 지난 4월 국제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강서구 마곡동 약 20,000㎡ 규모로, 구청사, 보건소, 구의회, 세 가지 업무시설이 들어서며, 그 외에도 도서관, 평생학습관, 다목적강당 등을 포함한 각종 주민편의공간과 440대 이상의 넓은 주차공간도 조성된다. 핵심 지침도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 기존의 관행적인 업무공간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업무공간을 제안할 것. 둘째, 열린 휴식공간과 문화공간이 구비된, 지역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적 건물을 제안할 것. 셋째, 주변 녹지와 연계하여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심사진(박흥균서울건축, 김찬중The System Lab, 신창훈운생동건축사사무소, 이성관한울건축, 이인화도원건축사사무소,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조주현건축사사무소 디랩, 이석경희대학교, 예비심사위원)은 7월 중순경 제출된 공모안을 토대로 1차 심사를 진행하여 5개의 예심 통과 작을 선정했고, 7월 29일 발표와 질의답변으로 구성된 본심사를 통해 최종 순위를 가렸다.
대상은 해안건축+H Architecture P.C.팀의 ‘강서 진경’으로, 지금의 강서구청장에 해당하는 양천현령으로 5년 동안 봉직하는 등 강서구와의 인연이 깊은 겸재 정선 선생의 진경산수화를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자연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어우러진 모습이 잘 표현된 진경산수화를 바탕으로 현대판 진경산수화가 펼쳐지는 곳, 현대적인 도시와 강서의 자연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곳인 공원형 행정복합타운 ‘강서 진경도원’을 그려냈다. 특히, 주변의 넓은 공원과 조화를 이루는 청사 배치로 개방감을 극대화했으며, 업무공간에 대한 기능성과 효율성 그리고 변화에 대한 융통성이 잘 제시된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자연과 문화가 함께하는 ‘복합문화청사’, 소통의 중심이 되는 ‘투명하고 열린 공간’, 증축을 고려한 ‘합리적인 지하층 계획’, 구민 편의를 최대로 확보한 ‘대민 편의시설’,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중정형 스마트오피스’ 등,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 청사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도 훌륭하다는 평이다.
당선팀은 향후 14개월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하게 되며, 강서구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단계별 계획과 절차들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강서구의 새로운 50년의 시작이자 미래 강서발전을 이끄는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청사가 완공되기를 기대한다. 자료제공 / 강서구청, 사.한국건축가협회
당선작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 H Architecture P.C.
강서구의 지역성은 겸재 정선의 산수화에 잘 나타나 있다. ‘경교명승첩‘과 ‘양천팔경첩‘에는 자연과 마을의 모습, 그리고 옛 강서 사람들의 일상이 어우러진 모습이, ‘양천현아‘에는 마당과 정원이 어우러진 강서지역 옛 관아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겸재가 현재의 강서를 묘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강서구청이 발신할 메시지는 진경산수의 동시대적 의미를 묻고, 나아가 미래 유산이 될만한 공간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통합신청사는 자연과 도시, 옛 기억과 미래의 성장, 일상과 지적 생산의 활력이 공존하는 땅에 들어선다. 청사 내부에는 일상적인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다양한 공극들을 품은 개방적인 공간 구조를 통해 물리적으로 또 시각적으로 연속된 내·외부공간을 시민들과 공유한다. 즉, 시민들의 일상, 공공 건축의 공간, 강서의 도시공원이 어울린 현대판 진경산수가 펼쳐지는 곳, ‘강서 진경도원‘이 강서구 통합신청사에 새롭게 제시되는 비전이다.
2등
주.토문건축사사무소 + 주.건축사사무소엠피아트 + 주.건축사사무소도모
효율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단어와 같이 통합신청사 대지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공원과 면한 남서의 ‘ㄴ’ 모양과 도심에 면한 북동의 ‘ㄱ’ 모양이다. 이 두 개의 다른 얼굴이 서로 만나 하나로 통합되는 ‘ㅁ’자형 청사를 제안한다. 공원과 면한 곳은 주민편의시설과 보건소, 도심과 면한 곳은 구청사와 구의회로 구성되고, 대지 북쪽에는 외부주차장과 증축영역이 배치되는데, 이때 증축영역 대지는 시민들의 열린 광장으로 사용되다 가까운 미래에 구청과 스카이 브릿지로 연계하여 최종적인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한편, 공원과 도시의 영향으로 탄생한 테라스형 지붕은 서로 다른 건물 사이에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문 이 공간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일 년 내내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3등
주.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 주.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전성주 + 주.엠엠케이플러스
서양의 풍경이 사람이 조망하는 먼 곳의 대상이라면, 우리의 풍경에서 사람은 자연 속 구성원의 일부로 풍경을 구성하는 매개체가 된다. 마곡중앙공원과 접한 대지의 특성을 극대화하여 지상 공원의 풍부한 자연환경을 대지 깊이 끌어들이며, 여러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의 흐름을 연결한다. 청사의 비워진 공간들은 자연과 사람을 담는 틀이 되고, 청사의 프로그램들은 문화적이며 개방적인 방식으로 재해석되며, 자연과 사람의 흐름을 만나 다양한 풍경을 이루어 중첩된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이 조선시대 강서구 일대의 풍경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려냈듯이, 통합신청사는 현재 우리의 자연과 일상이 어우러지는 문화의 풍경을 드러내는 장소가 된다.
4등
주.가아건축사사무소 + 최문규
새로운 강서구청이 들어설 마곡의 항공사진을 살펴보면, 2001년까지만 해도 농지였던 땅들이 현재는 계획도시로 완전히 변모했음을 알 수 있다. 땅의 기억이나 흔적은커녕, 새 청사가 따라야 할 땅의 힘도 남아 있지 않다. 도시 계획의 규모와 경직성을 느슨하게 만들고 대지 인근의 공원을 반영한, 중간 건축과 작은 건축을 제안한다. 눈높이에서 만나는 다양한 형태·재료·기능으로 이루어진 작은 건축들은 카페, 키오스크, 그늘집, 놀이터, 옥외 전시장이 되어 언제나 열려있는 주민의 일상 공간이 될 것이다.
5등
주.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주.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 + UNI_CO architecture
대지 위에 가벼운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바’ 형상의 건물을 제안한다. ‘바’의 절반은 도시 속 오아시스가 되고, 또 다른 절반은 스마트 업무공간으로 활용되며, 그 자체로 자연과 도시 사이의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청사의 광장은 겸재 정선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상케 하고, 과일나무가 있는 정원은 지금은 버려진 과거 농지로서의 대지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강서구의 긴 녹지 축을 잇는 연결고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