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1-08-11
우리나라 지식의 중추인 국립중앙도서관. 그곳의 보존서고는 2023년이면 포화 상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전자책과 동영상 등 정보 매체의 유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보다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고, 머지않아 포화 상태에 이를 국립중앙도서관 보존서고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국내 최초의 ‘국가문헌보존관’이 건립된다. 강원도 평창에 지어질 국가문헌보존관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당선작은 주.신한건축사사무소와 주.디엔비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의 공동 응모작인 ‘무한의 길’이다.
‘국가문헌정보관’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들어선다. 주목할 사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인 ‘국제방송센터’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현재 별다른 쓰임 없이 방치되어 있는 건물을 활용해, 향후 30년간 약 1,400만 권을 수장할 수 있는 보존 공간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로, 유휴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사업이다. 기존 건물을 활용하되 수장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을 고려하여, 단계별 리모델링 계획까지 제안하는 게 설계 과제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모든 지식을 미래로 잇는, 국가 지식정보 데이터 플랫폼을 구상하는 국제설계공모에는 국내외 총 57개 팀이 참가 등록을 했다. 심사진(김성민이가ACM건축사사무소 ,김진욱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혜림현신종합건축사사무소 ,우의정건축사사무소메타, 다니엘 바예Daniel Valle, 중앙대학교, 김명선선문대학교)은 5일에 걸친 공정한 심사를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국내 최초 국가문헌보존관으로서의 상징성, 공간의 기능성, 기존 시설 재활용에 따른 안전성, 평창 지역과의 연계성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 고려됐다.
당선작 ‘무한의 길’은 국가문헌보존관의 모습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곳이자, 자료와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제시한 안이다. 국가문헌보존관이라는 기능적 측면을 고려해 보존의 역할에 가장 충실하게 접근한 설계안으로, 리모델링의 취지에도 부합되며, 절제된 입면 설계와 간결한 동선 체계는 건립 후 운영 측면에서도 효율적 작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종 수상작들은 오는 24일까지 2주간, 국립중앙도서관 1층 로비에서 전시된다. 미래를 밝힐 새로운 지식의 구심점이 어떤 모습일지 만나보길 바란다. 자료제공 / 국립중앙도서관
당선작
무한의 길 _ 주.신한건축사사무소 + 주.디엔비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
근대 이후 처음 건립되는 국가문헌보존관은 문헌의 보존과 복원이라는 기능적인 역할 외에도, 국가를 대표할 건축물로서의 상징성을 지녀야 할 시설이다. 이를 위해 시간과 계절에 관계없이 기록물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기록 유산 보존’에 최적화된 시설을 제안한다. 다음으로 주목한 점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문헌의 새로운 역할, ‘문헌의 재창조’다. 자료의 종류가 다양해졌음을 고려해 자료 별로 독립적인 보존 환경을 마련한다. 도서, 고문헌, 지도, 영상 자료 등이 점차적으로 디지털화 되면, 이곳은 디지털 자료를 전시하고 체험하는 새로운 배움의 장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문헌보존관은 지식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전시, 견학, 관광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시공간을 응축한 새로운 문화의 장소가 된다.
2등
지식의 회랑 _ 주.건축사사무소엠피아트 + 주.티피엘건축사사무소
회랑은 사원이나 궁전건축에서 신성한 곳을 둘러쌓기 위하여 설치한 지붕 있는 구조물이다. 기존 평창동계올림픽 국제방송센터의 특징을 촘촘한 복도형 구조로 정의하고, 그 구조를 국가문헌보존관의 회랑으로 발전시킨다. 회랑은 보존서고와 결합하여 관리와 관람 동선의 기능을 수행하며, 나아가 상징회랑과 라키비움으로까지 그 역할을 확장한다. 보존서고가 정적인 공간이라면 회랑은 동적인 공간이다. 관리자의 관리의 공간이면서 관람자의 관람의 공간이고, 모임의 공간이자 머무르는 공간이다. 또한 해인사 장경판전의 위계 있는 배치와 구성이 팔만대장경의 권위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이, 근사한 회랑공간은 보존서고에 권위를 부여한다. 이러한 회랑 공간을 매개 삼아, 관리자와 보존서가가 소통하고, 관람자와 관리자가 소통하며, 가득참과 비어있이 소통하는 모습을 발견하길 바란다.
3등
지식 플랫폼 _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무소
4차 산업 물결의 한가운데 서 있는 지금, 도서관은 전통적인 역할 외에도 시대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더 이상 정보는 박물관의 유물처럼 보존창고에 갇혀 있지 않으며,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이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모든 사람이 원하면 언제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곳. 지식의 저장과 재생산이 이뤄지는 곳. 안전한 보존과 활발한 교류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 조용함과 시끄러움이 공존하는 곳.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된 곳. 그렇게 지식을 보존하던 창고는, 교류와 재생산이 일어나는 지식의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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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izontal Layered Archive _ 주.포스코에이앤씨건축사사무소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올림픽이라는 역사적 기억을 담고 있는 기존 건물을 보존하면서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시대를 연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장방형의 수평 매스를 제안한다. 겹겹이 쌓인 레이어를 통해 이용자는 점진적인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레이어의 성격에 따라 공정공간과 사적공간 사이에 전이공간을 형성하며, 방문객과 직원들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구분한다. 전면부의 공적인 특성은 대지 좌우 흐름을 강화하며 뻗어 나가는 프로그램들을 매개 삼아, 대지의 남과 북을 연결한다. 초연결 시대, 국가문헌보존관은 물리적인 문헌보존기능은 물론 평창동계올림픽의 역사를 저장하는 장소가 될 것이며, 동시에 지역문화 네트워크의 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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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지식허브 _ 주.건축공방건축사사무소
평창 지식허브는 국가자료의 보존과 더불어 지식의 재탄생이 이루어지는 창의적인 공간이다. 유휴시설의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공건축문화를 실현하고, 평창의 아름다운 자연 곡선을 차용한 입면 변화를 통해 방문자와 사용자에게 고품격 공공문화공간을 제공한다.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있는데, 지형과 환경 요소를 고려한 최첨단 아카이브 시설 및 보존영역, 창의성과 유연한 협력을 돕는 사무영역, 시민의 자산이며 지식을 공유하는 공공영역이다. 건축과 맞닿은 외부의 공간은 마치 공원 안에 있는 것과 같은 보행로와 주차장, 다이나믹한 원형 광장과 지역의 식재들로 구성되어 지역에 새로운 풍경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