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5일, 476명의 탑승객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발했다. 그리고 약 12시간 후, 그 배는 진도 인근 해상에서 선수의 일부만을 남긴 채 바다 밑으로 침몰했다. 전체 탑승객의 1/3만이 살아남았고 구조를 기다리다 사망·실종된 이들은 304명에 달했다. 특히 희생자의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위해 단체로 배에 탑승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학생 희생자 수는 250명이나 되었으며 생존율은 23%에 그쳤다.
다시는 없어야 할 대형 참사가 벌어진 지도 어느덧 7년. 이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한 공간 ‘416 생명안전공원’이 안산시 단원구에 조성된다. 더불어 그 최적의 안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 2월 개최되었던 국제설계공모의 결과가 발표됐다. 당선팀은 주.이손건축 컨소시엄으로, 지난 24일 안산시청에서 이뤄진 시상식을 기점으로, 공원 조성 사업도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원 조성 예정지는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위치한 화랑유원지 남측 약 23,000㎡ 규모의 땅으로, 1km 떨어진 곳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단원 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좀 더 근거리에서 살펴보면, 부지는 유원지의 중심인 화랑저수지에 접해 있는데, 저수지 호안 둘레길을 따라서는 산업역사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등의 문화시설과, 오토캠핑장, 체육시설 등의 휴식 및 여가시설이 들어서 있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맥락 속에 들어서는 만큼 설계의 핵심 접근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봉안시설, 전시 및 교육시설 등이 복합된 문화공원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할 것. 둘째, 화랑유원지 전체와의 조화를 고려할 것. 셋째,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묻고 답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여 내부는 추모, 기억, 전시, 교육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외부는 안산시민을 위한 문화 마당이자 방문자들이 능동적으로 416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게 공모의 주요 과제로 주어졌다.
올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건축, 전시, 조경 컨소시엄으로 진행된 공모에는 국내외 75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전원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심사진(김정빈서울시립대학교, 배정한서울대학교,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임지택한양대학교, 정재헌경희대학교,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최욱건축사사무소원오원아키텍스, 박승진디자인로사이)은 1차 심사로 5개 작품을 추려낸 뒤, 2차 심사로 대면 및 화상 발표를 거쳐 최종 당선작을 결정했다.
장장 5개월 만에 완성된 416 생명안전공원의 밑그림은 주.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디자인총괄) + 주.건축사사무소 기오헌(건축) + 주.안팎(조경) + 임여진, 마크 와시우타Mark Wasiuta(전시) 팀의 안으로 정해졌다.
당선작은 두 개의 건물 축과 화랑저수지를 향해 열린 공간 중정의 조화, 간결함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안이다. 이들이 제시한 ‘416 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는 동시에, 사건으로부터 촉발되어 진화해갈 미래 가치의 실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 즉 ‘기억과 생산물의 저장고’이자 재생산을 위한 자원이다. 이에 따라 건물은 사건들의 조직체로서 시각적 상징화는 절제하되, 몸으로 이동하면서 지각하고 교감하는, 경험이 강조되고 시간이 디자인된 현상학적 미학을 제시한다.
당선작은 기능성과 완성도 높은 평면 계획, 대지 외부와의 적절한 연결 동선, 독특한 전시 계획, 봉안과 추모 공간의 완결성 등 전 방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진들 역시 “도시 가로와 만나는 경계면에 부드러운 풍경을 구축하고 소음이 차단되는 도시적 해법이 제시됐다”는 호평을 전했다.
이번 공모를 통해 청사진을 마련한 416 생명안전공원은 올 하반기 기본설계에 착수해 내년 착공,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후속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416 생명안전공원이 치유와 극복, 생명 안전의 공간적 거점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자료제공 / 이손건축, 안산시
당선작
주.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사무소 + 주.기오헌 건축사사무소 + 주.안팎 + 임여진 + 마크 와시우타Mark Wasiuta
2등
나종원 + 주.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 + 주.에이치이에이 + 미디어버스
3등
카타콤베 + 주.사파리건축사사무소 + 디나웍스
4등
이건국 + HNSA건축사사무소 + 완 리샤Wan Lisha + 구 시아오유Gu Xiaoyu
5등
리소건축사사무소 + 플로라앤파우나 + 서브디비전 + 권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