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0-09-17
서울시 종로구청과 종로소방서가 통합되어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에 운생동 건축사사무소와 주.포스코 에이앤씨 건축사사무소가 공동으로 출품한 ‘CITIZEN PLATFORM : 시민플랫폼’이 당선했다고 발표했다.
종로구 청사 부지는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의 집터로 추정되어 역사적 가치가 큰 장소이다. 주변 일대는 광화문광장, 역사박물관 등 조선과 근현대의 역사적인 공간들이 밀집되어 있다. 종로구 청사는 1938년 지어져 구 수송국민학교로 사용되다가 1977년부터 일부 증축하며 청사로 바뀌었다. 이후 별관과 종로소방서가 더해져 중정 형태를 이루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건물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노후한 청사를 개선하고자 종로구와 서울시는 기존의 청사와 종로소방서를 통합, 개발하는 방향으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역사적, 문화적 시간의 켜가 쌓인 현 청사 대지에 과거의 기억과 창의적 미래가 공존하는 통합청사를 짓고자 설계 공모를 열었다.
종로구청 본관과 1·2별관, 종로소방서가 있는 부지 전체를 대상으로, 대지면적 8,622.3m2, 연면적 66,970m2에 이르는 규모이다. 통합청사는 종로구합동청사(종로구청, 구의회, 보건소), 소방합동청사(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로소방서)를 아우른다. 본관의 원형은 보존하면서 리모델링과 증축이 진행되며, 별관과 종로소방서는 철거된다.
5월 말부터 진행된 본 공모에는 국내 13개, 국외 11개, 총 24개 작품이 출품되었다.
심사에는 김동진 홍익대학교, 김용미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김준성 건국대학교, 박인수 ㈜파크이즈 건축사사무소, 서현 서울대학교, 유나경 PMA엔지니어링 도시환경연구소, 이기옥 ㈜필립종합건축사사무소, 이관석 경희대학교, 이충기 서울시립대학교, 예비심사위원 김현대 이화여자대학교 등 도시계획 및 건축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1차 패널 심사를 통해 5개 작품을 선정했으며, 이후 2차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당선작과 입상작을 결정했다.
당선작은 다양한 공간을 수평의 켜(layer)로 치환하여 종로구 합동청사와 소방합동청사를 구분 짓고, 광화문역과 지하로 연계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두 청사를 지상 4, 5, 8, 9층에서 각각 연결하고 시민광장, 평생교육시설과 같은 주민편의시설과 맞닿게 하여 평등하고 민주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시민과 공유하는 중정에는 소방 훈련을 위한 마당을 마련했고, 옥상에는 전망 기능이 있는 소방 망루를 설치했다.
심사위원회는 “시민의 수평적 민주성과 열린 복합청사의 공공성을 조화롭게 구현했다”며, “매스의 수평적 분절을 통해 통합청사에 여러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여러 기능의 조합과 그 조합 사이에 적절한 규모의 공공 공간을 배치한 훌륭한 안이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당선팀에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지고, 2~5등은 소정의 상금을 차등 지급한다.
종로구 통합청사는 당선안을 바탕으로 내년 12월까지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2022년 1월부터 4개월간 시공자를 선정하고, 5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자료 제공 / 서울시
당선작
CITIZEN PLATFORM : 시민플랫폼 _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 포스코 에이앤씨 건축사사무소
지나온 천년과 새로운 천년의 대지에서 복합청사는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 과거의 삶과 현재가 서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대지는 공공성의 장소로서 시간, 사건, 공간이 중첩되고 퇴적되며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서사적인 풍경(narrative landscape)이 깃든 장소가 되어야 한다. 주제는 과거가 지속적으로 땅에 새겨온 기억을 존중하고 보전하면서 현재의 다양한 가치를 담고, 새로운 미래에 깨어있는 시민정신을 새기는 청사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건물을 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적 정체성과 도시 맥락의 조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시민의 수평적 민주성과 다채로운 일상의 가치와 소통하는 문화의 장으로서, 입체적이고 서사적인 풍경이 융합되는 시민 플랫폼을 제안한다.
2등
통합과 다원성 Unity and Multiplicity _ 매스스터디스 건축사사무소
본 제안은 기념비적이면서 동시에 친근한, 다면적인 주변 도시 공간에 관한 대응으로, 건축 오브젝트이면서 동시에 도시 보이드가 되어 복합적인 방식으로 개입한다. 남, 서측은 70m 높이의 직벽으로 이루어진 완결적인 양각의 코너, 그리고 북, 동측은 계단식으로 전개되는 비완결적인 음각의 코너를 가진 양가적 형태이다. 통합성을 우선하는 외관이지만 작은 건물들과 비워진 공간이 다양한 레벨에 공존하면서 내부의 다양한 기능들을 드러낸다. 보존 건물인 구 수송초등학교의 ‘사각형 창호’와 신축 건물의 ‘역전된 사각형 창호’들은 각기 친환경적인 다공성의 숨쉬는 외피를 구성하며 ‘가벼운 덩어리감’을 가진 조화로운 외관을 만든다. 기능상 네가지 상이한 업무 기능과 다양한 공공 기능으로 구성되며 단일 볼륨 안에 ‘정교한 퍼즐’처럼 결합되어 독립성을 가지면서 필요시 선택적으로 연결하기 쉽다.
3등
역사 속의 도시.기억 위의 건축 _ 가아 건축사사무소
서울의 중심으로 옛 도시조직과 근대 건축 유산을 간직한 기억의 장소. 새로운 종로구 통합청사는 이러한 땅의 역사와 기억 위에서 출발한다. 대상지는 조선시대-근대-현대의 역사기억들이 다층적으로 공존하는 장소이나 이를 무시한 일괄적인 개발 계획으로 그 자취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새 청사는 사라져가는 도시 조직에 대한 역사적 기억과 흔적을 바탕으로 지어져야 한다. 옛 수송초등학교 운동장의 기억을 바탕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열린마당으로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대지 주변 어디서든 연결된 도시 건축을 제안한다. 저층부는 입체적으로 지하와 지상으로 연결된 시민공간이 된다.
4등
확장된 터전 _ 해안 종합건축사사무소
새 통합청사는 미래지향적인 청사업무공간이 되어야 함은 물론, 광화문 주변에 누적되고 현재 진행형인 역사공간들에 화답해 정확히 장소의 의미를 내세우는 ‘확장된 역사의 터전’이어야 한다. 일상과 문화가 어우러질 이곳에서 시민 삶의 일부가 되는 ‘확장된 시민의 터전’이어야 하며, 서울을 자랑스러워 할 새로운 도시조직과 도시풍경을 담은 ‘확장된 도시의 터전’이어야 한다.
역사의 흔적이 누적된 지면의 상하부는 개방된 중정이 된다. 구민을 위한 서비스는 저층부의 새로운 그라운드에서 통합된다. 구청, 구의회, 보건소, 소방합동청사의 다양한 핵심민원들을 하나의 레벨로 모아, 종로구민을 위한 통합된 교류의 그라운드를 형성한다. 상층부는 확장된 비움과 경험의 또 다른 그라운드이다.
대지 주변의 수평적인 외부공간 및 공공공간의 흐름을 시청사 내부에서 수직적으로 연장해, 수평적 흐름을 강조하는 중정, 내부로 집중되는 중정, 북한산과 광화문 일대의 풍경을 담아내는 중정으로 차별화된 다양한 공공공간을 제공한다.
5등
鍾路市民㕔(종로시민청) _ 이상 종합건축사사무소
큰 산과 큰 물로 둘러싸인 고요의 분지 서울은 사람들을 끌어 들였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역사의 시작과 함께 이 곳에 자신의 집터를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의 중심지에 있으면서 삼청동천의 맑은 물이 바로 옆을 흐르고 볕이 좋은 너른 환경에서 북악산의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하는 장소적 특징에 매료된 것은 아닐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북악산의 풍광이다. 조선의 사상과 정기가 어린 경복궁의 진산이자 서울의 주산인 북악산은 청계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며 서울을 둘러싸는 자연 장벽의 역할을 한다.
서울을 상징하는 종로의 행정중심인 종로구청은 우리 민족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배경으로 지어지는 국경있는 시설로서, 종로의 구민 뿐 아닌 대한민국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다뤄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