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방치된 구 서울역사의 폐쇄된 램프가 시민 중심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동안 서울역 일대는 서울로7017을 중심으로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이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서울로와 서울역사 옥상을 연결하는 보행로를 만들고, 구 서울역사 옥상 주차장을 대규모 휴게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그중 하나로, 폐쇄된 구 서울역사의 주차램프를 시민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
기존 역사의 주차램프는 지상과 옥상 주차장을 연결하는 차량 통로로 지어졌지만, 2004년 새 역사가 건립되면서 별도의 주차통로가 확보돼 현재는 이용하지 않는다. 가운데에 깊이 20m 타원형의 빈공간과 벽면에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빛을 받으면 주변이 다양하게 투영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타원형 공간 주위를 상·하행 램프가 이중나선 구조로 감싸고 있어 매우 독특한 구성을 갖는다.
서울시는 지난 8월 6일부터 한 달 여간, 폐쇄된 램프의 활용 방안을 모집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일반 시민, 학생, 전문가 등 누구나 참여해 도심에서 보기 드문 폐쇄램프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한 끝에, 전시관부터 도서관, 수족관까지 총 83개의 참신한 활용 방안들이 제시됐다. 9월 29일, 1등부터 5등까지 최종 수상작이 공개됐다.
1등에 당선한 ‘포켓 스퀘어 2020’은 폐쇄램프를 따라 걸어내려오면서 휴게 공간, 포켓 테라스, 전시실 등을 체험하는 다목적 복합문화공간을 제안했다. 특히 폐쇄램프 중앙의 비어있는 공간에 그물망을 설치해 시민들이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도록 구상했다.
이 안은 “램프 동선 이외의 중앙 보이드 공간을 체험형 공간과 함께 투과적인 설치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 많은 공감을 얻어냈으며, 기타 예술작품 설치, 발코니 활용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2등 ‘공간에 빛을 담고 그 위에 문화를 얹다’는 폐쇄램프 진출입로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중정엔 광장을 새롭게 설치해 콘서트홀,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안했다.
3등으로 선정된 ‘검은 낮, 하얀 밤’은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을, 4등 ‘도심 속 숲 콘서트 홀, 새울림’은 폐쇄램프 내 숲 정원과 산책길을 조성하고 다양한 문화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숲 속 콘서트홀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5등 ‘서울로서관’은 재생과 관련된 지식의 보존 뿐만 아니라, 카페, 공방, 전시관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복합문화도서관을 제안했다.
심사위원회는 건축·구조·조경·운영 분야의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됐다. 폐쇄램프의 장소적, 조형적 독특함에 대한 해석, 서울로7017 및 서울역과의 연계성, 창의적인 체험 프로그램, 주변 보행동선과의 연결성 강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 기여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총 1천5백만 원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된다. 상금은 1등 500만원부터 5등 100만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시상식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10월 중 개최한다. 동시에 서울로7017와 구 서울역사를 연결하는 ‘공중보행교’ 개통 시, 폐쇄램프를 임시전시관으로 조성해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제출된 모든 작품을 11월까지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는 폐쇄램프 재생 활성화를 위해 연말까지 시민의견수렴,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활용 및 운영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역 폐쇄램프 무엇으로 만들까”에 대한 시민투표를 서울시 엠보팅 홈페이지(https://mvoting.seoul.go.kr/56016)와 앱을 통해 진행한다.
폐쇄램프가 재생되면 이중 나선형 구조를 통해 공중보행교(10월 개통 예정)와 서울로7017까지 이어져 서울역 일대를 하나로 아우르는 공공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