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베이스캠프
납작한 난지도 인공산 사이에 회색 콘크리트가 뾰족하게 솟아 있다. 수직과 수평에서 어긋나고 벗어난 사선의 벽면이 빈틈없이 닫혀 있는 모습이다. 그 형상과 색감에서 강한 인상이 풍겨나고 호기심이 자극된다. 산악 문화 체험 센터로, 실제 설계의 시작은 산악인 고故 박영석 기념관이다. 14좌 등반과 3극점의 업적을 달성하고 2012년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그의 업적을 기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외관의 의미가 이해된다. 그가 실종된 안나푸르나가 모티프로 상기되기도 하고, 산에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상징적으로 떠올려지기도 한다. 그에 대한 기념과 더불어, 산악인들의 플랫폼이자 도전 정신을 잃어가는 청소년들을 자극하는 교육 공간으로 계획된 곳이다. 서울시에서 상암에 대지를 마련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마포구청이 공사비를 지원하였다.
강한 바위산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콘크리트 마감은 OSB 합판이 거푸집으로 사용되어 완성된 결과물이다. 거푸집이 히말라야의 퇴적층같은 경사를 만드는 동시에 OSB 합판의 화학물질이 콘크리트와 결합하여 특유의 질감을 생성한다. 산 속의 거대한 바위처럼 강하고 거친 벽면 위로 시간의 흐름과 흔적이 축적되리라 기대하게 된다. 외부의 첫인상과 다른, 후면에서는 온화하게 열려 있는 내부 공간의 반전이 경험된다. 대지의 후면은 거대한 주차 광장이다. 이 공간이 광장의 성격을 가진다면 여러 시설이 이곳을 중심으로 서로 공유될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다. 이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국제대회 암벽등반을 즐기는 모습이 상상되었을 것이다. 그 열린 경계 안으로 자리한 내부는 청소년들과 산악인들의 가변적이고 가벼운 텐트 같은 아지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층은 상설 전시장, 기획 전시장, 공연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 로비의 박영석 대장 전시 공간, 2층의 기획 전시장, 옥상의 공연장으로 동선이 이어진다. 각 공간은 수직 및 수평 동선을 따라 열려 있어 경계 없는 프로그램의 융화가 가능하다.
건폐율이 20%에 불과해 대부분의 공간이 지하층에 자리한다. 산악인을 위한 체험 시설로서 볼더링장 내부 암장, 국제 규격을 갖춘 외부 암장이 있고, 교육장과 사무실 그리고 사워실과 탈의실 등이 있다. 두 암장은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동시에 관람이 가능하고 각 공간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 가능하다. 남서측과 북동측이 외기에 면해 있어 지하층은 지상 공간처럼 통풍과 환기가 가능해 쾌적하다. 각 벽의 사이공간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내부 공간을 밝음과 어두움으로 분리시키고 다음 공간으로 연속시킨다. 크레바스와 같은 천창의 빛이 떨어지고 있는 메인 홀이 특히 인상적이다. 내부까지 이어진 외벽의 경사진 패턴과 천창의 빛이 결합되는 분위기가 박영석 대장을 기념하고 그의 도전정신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대지는 서울시 상암동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자리한다. 과거 난지도라고 불리던 쓰레기 매립지로서 자원이 순환되는 메커니즘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유형의 도시공원으로, 이곳에 들어서는 첫 번째 공공 문화 시설이다. 풍광이 근사한 북한산이나 설악산보다 더 큰 장소적 의의를 갖게 되는 이유다.
작품명: 박영석 베이스캠프 / 위치: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481-231 / 설계: ㈜건축사사무소엠피아트 / 대지면적: 3,000m² / 건축면적: 591.62m² / 연면적: 2,178.30m² / 건폐율: 19.92% / 용적율: 22.79%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높이: 19m /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 주차: 23대 / 외부 마감: 노출콘크리트(OSB합판 거푸집), THK24 로이복층유리, 코르텐강판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