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 애드호크라시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1938년 출간한 저서 ‘호모 루덴스’를 통해 인간은 ‘유희적 존재’라고 정의한 바 있다. ‘놀이’는 인간의 본성이므로, 인간이 만든 문명은 ‘놀이’를 통해 발전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오피스도 유희의 장소가 될 수 있을까. 충청남도 공주에 위치한 ‘파크 애드호크라시’에서는 하위징아의 ‘유희’ 개념을 반영하여 새로운 유형의 오피스를 실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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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호크라시adhocracy’란 전통적 ‘관료체계bureaucarcy’와 달리, 수평적 문화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운영체계를 뜻한다. 이 체계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상황에 따라 공간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유동적으로 활용한다.
애드호크라시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만남이 가능한 공간,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예측불가의 공간, 유희하는 오피스를 제안한다. 일과 놀이의 구분을 흐림으로써 오피스에 창의성을 부여하고, 구성원은 스스로가 일과 삶 사이의 유연한 경계를 형성하며 진정한 ‘오피 루덴스offi-ludens‘로 거듭난다.
건물의 외관은 주변 풍경과 낮은 건물이 많은 공주의 도시적 맥락을 다층적으로 반영했다.
1층은 필로티로 구성하여 자유로운 동선을 유도했고, 2층은 정면을 커튼월로 마감하여 탁트인 외부 경관을 내부로 유입시켰다. 또한, 3층에서는 솔리드한 입면 사이사이를 비워내고 테라스를 조성하여 풍경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가장 윗층인 4층은 내부의 중정과 공중 정원을 보이드로 연결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포용한다.
탈 관료체계를 지향하는 만큼 내부 공간은 다양한 상황과 프로그램에 반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정 좌석 대신, 호텔링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건물 전체를 유목적인 업무 환경으로 조성한다. 구성원들은 건물 곳곳에 흩뿌려진 업무 공간들을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부서원들과도 소통하고, 이러한 교류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사무 조직 생태계’가 형성된다.
개별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관계와 거기서 오는 창의성에 기반을 둔 사무조직 생태계는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놀이와 일이 합쳐진 ‘오피 루덴스’는 이러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오피스 공간의 잠재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명: 공주, 파크 애드호크라시 / 위치: 충남 공주시 백제문화로 2148-21 (웅진동) / 사무소명: ㈜ 로디자인 / 설계 : 김동진(홍익대학교) / 설계담당 : 장영재, 이예림, 주익현, 윤지혜, 홍종화, 권정열 / 용도: 교육연구시설 / 시공 : 래버리(주) / 구조설계 :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 기계전기설계 : 하나기연 / 감리 : ㈜ 로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 / 대지면적 : 26430㎡ / 건축면적 : 5200.39㎡ / 연면적 : 9722.16㎡ / 규모: 지상4층, 지상2층 /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 마감 : 박판타일, 노출콘크리트, 백색고벽돌 / 설계기간: 2016.8~2017.6 / 시공기간: 2017.2~2019.4 / 사진: 김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