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칠
에디터 전효진 차장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아티펙트
많은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동네에 들어선 공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과하게 뽐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알던 그 동네가 아닌 게 된다. 당인리 발전소 앞 골목길, 이제 막 리모델링이 끝난 건물에 들어선 카페 ‘오색칠’은 화려하기보다 주변 속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동네 카페이다.
‘오색칠’이라는 이름은 5가지 색 혹은 5초의 여유처럼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건축가는 쉽게 상처 받지만 자기 치유가 빠르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경계는 모호하고 불안함이 느껴지지만 그 안에 단단하게 갈무리된 분명한 색깔이 있는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오래된 골목에 들어선 낯선 새 건물의 유리벽은 동네의 공기를 차갑고도 삭막하게 바꾼다. 건축가는 건물이 주는 위압감을 줄여 중심이 아닌 주변 같은 공간이길 바랐다. 입구 앞에 있는 애매한 화단을 모두의 정원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날 것 그대로의 자연과 바깥 골목이 가진 정취를 내부 깊숙이 끌어들여 차가운 건물 안을 온기로 가득 채우고자 했다.
화단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되면서 통으로 열린 유리 벽 너머 바깥의 시선을 적당히 가려준다. 밖에서 시작해 안까지 이어진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같은 종류의 식물이 이어져 마치 한 공간인 듯 하다. 안에 있어도 바깥 정원까지 내 정원인 듯한, 의자가 아니라 화단에 걸터 앉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공간의 일부를 화단에 내어줄 만큼 자연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이유다. 화단의 식물은 그저 장식용으로 보이기보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생명력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식물로 골랐다.
내부는 치장재라고 할만한 것들을 극도로 배제하고, 흔히 볼 수 있는 마감재를 있는 그대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공간을 표현했다.
카페 홀과 바가 있는 1층은 콘크리트와 크로메이트 처리된 철판이 어우러져 오래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의자와 테이블에 사용된 이 철판은 날씨나 외부 환경, 보는 각도에 따라 패턴 효과가 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오색의 영롱함은 점점 옅어지고, 상처에는 약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막이 다시 회복되는 특성이 있다.
지하로 들어서는 난간은 위아래층의 구분이 모호해지게끔 와이어를 사용해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웠다.
큰 벽돌을 쌓아 공간을 구성한 지하는 1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층이 자유롭고 경계가 흐려지는 모습이라면, 지하는 그 아래에서 단단한 구조로 받쳐주는 느낌이다. 계단 밑 공간에도 화단을 꾸며 지하 공간에 활기를 더했다. 오색의 조명이 비치는 스크린 벽이 배경이 되어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작품명: 오색칠 / 위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58-18 / 설계: ARTEFACT / 프로젝트 매니저: 김형진 / 설계팀: 강예경, 조중현 / 연면적: 240.78m² / 내부마감: 벽-금속, 벽돌; 바닥-화강석 타일, 콘크리트 폴리싱, 벽돌 / 완공: 2019 / 사진: 여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