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21일,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개막이 당초 예정일에서 1년 늦어진 내년 5월로 연기되었다는 소식과 더불어, 한국관 전시 일정 및 프로그램 등 한국관의 전반적인 전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국제 건축계의 최대 행사인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던 올 3월, 개막 일정을 5월에서 8월로 석 달 늦춘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8월 개막도 불투명해진 상황. 이에 베니스비엔날레재단과 총감독 하심 사르키스Hashim Sarkis는 지난 18일, 전 국가관 참여자들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건축전을 내년 5월 22일로 한 차례 더 연기한다고 공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 개막이 확정된 제17회 건축전의 주제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로, 한국관 전시를 총괄할 신혜원 예술감독은 ‘미래학교Future School‘라는 컨셉 하에 실험적 교육의 장을 선보인다. 신 감독이 주목한 주제는 ‘디아스포라’와 ‘기후 위기’, 그리고 ‘혁신’. 2020년을 살아가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전 지구적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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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전시는 세계 각국의 건축가, 교육자, 예술가, 이론가를 초대하여, 현대 사회가 직면한 주제들을 논의하고 실천적 대안을 마련하는 공론의 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또한,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강의와 워크숍을 개최하여, 학생이나 일반인도 자유롭게 이러한 소통의 네트워크에 참여케 하겠다는 계획.
즉, 한국관 전시는 베니스 현지 전시(베니스캠퍼스)와 한국의 위성 전시(서울캠퍼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진행됨으로써, 전시장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장이자 소통과 문화적 협력의 장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하게 비대면 사회에 진입하게 된 현 상황과도 맞아떨어지는 주제와 방식이라, 이러한 실험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국제건축전은 내년으로 연기되지만, 서울캠퍼스의 ‘여름학교FSSS: Future School Summer Studio’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서울의 모든 임시 캠퍼스와 전 세계 참여자를 연결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최되며 기간은 6월 29일부터 7월 24일까지다. 신 감독은 이러한 사전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된 대화와 다양한 생각을 모아, 내년 베니스에서 보여줄 ‘미래학교’의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실험하고 확장하는 등, 추가로 확보한 기간을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유용하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신혜원 감독은 비엔날레 연기가 확정되기 전인 지난 5월 10일, 각 국가관의 큐레이터에게 공유와 참여 등 새로운 연대를 위한 화상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살아가는 방식의 근본적 재설정이 시급해진 지금, 함께 함께 살기를 제안하는 미래학교로서, 기존의 배움을 내려놓고 다시금 배우는 실천적 전시를 실험하려 한다”는 의견을 전하며 21개 국가관 큐레이터의 회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제17회 국제전축전은 2021년 5월 22일부터 11월 21일까지 6개월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자르디니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개최된다. 글 / 전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