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교회
코마건축사사무소 | Atelier KOMA
십자가 탑이라는 상징물이 자리할 뿐, 진입부가 가로를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지층에서 대예배당 홀로 이어지는 널찍한 진입부 전체가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여유가 있어 작은 광장처럼 존재한다. 그 안으로 시골길과 건너편 나지막한 초록의 구릉, 멀리 작은 마을과 하늘이 모두 담겨진다. 한 방향으로만 열려 있는 그 모양새가 마치 아늑한 요새처럼 느껴진다.
충청남도 서산의 읍 단위 마을에 위치하는 작은 교회다. 사역자 가족이 머무르는 숙소를 포함한 예배당을 갖추다 보니 종교의 권위보다는 당연히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각 공간의 짜임새 있는 배치와 구성이 이를 짐작하게 한다. 그 와중에도 계단형 광장은 비교적 넉넉하게 비워져 있어 구성상의 강약을 조절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계단형 광장을 가운데 두고 전면에는 홀이, 좌우에는 사택과 대예배당이 각각 배치되어 있다. 계단을 따라 정면을 향해 곧장 걸어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이 2층 홀이다. 동선은 홀에서 멈추게 되지만 시각적으로는 전면부의 투명한 유리창을 통과해 외부로 이어진다. 교회 건물 중앙을 관통하여 교회 앞뒤 풍경의 흐름이 연이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홀은 전후면 모두 자연광이 풍부하게 유입되는 밝고 환한 공간이다.
광장처럼 자리하는 진입부 계단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입면의 대칭적인 모습 또한 특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숙소동은 전형적인 직육면체의 공간을 하고 있는 반면, 맞은편 대예배당의 외벽은 곡면으로 부드럽게 흐르고 있다. 숙소동의 3층은 짙게 코팅된 유리 소재로 풍광과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주변과 소통하는 것에 비해, 대예배당의 곡면 벽은 비워진 계단형 광장을 따라 풍경을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듯한 표정이다.
교회라는 공간의 특성상 사실 열려 있는 구조가 낯설 일은 없다. 교회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디에서나 ‘한 영혼’이라도 귀하게 품는 것이 사명이기 때문이다. 인적이 많지 않은 작은 농촌마을에서는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십자가를 깃발처럼 높이 세워두고 더욱 활짝 열어놓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문 열린 요새 같은 공간이 주변의 풍광과 더불어 오가는 모든 걸음걸음의 눈물과 웃음과 연약해진 영육 또한 안아주는 안식처가 될 줄 믿는다.
작품명: 명지교회 / 건축가: 이은석 / 위치: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대로리 308-2/6, 302-1, 309-1, 308-14 / 용도: 종교시설 / 대지면적: 1,609.00m2 / 건축면적: 726.10m2 / 연면적: 1,521.70m2 / 규모: 지상 3층 / 건폐율: 45.13% / 용적률: 94.57%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준공: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