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주택과 그루터기교회
모노건축사사무소 | MONOarchitects
연회색 톤의 백고벽돌과 노출콘크리트 때문일까, 정갈하고 단조롭게 뻗어 있는 직선의 형태 때문일까, 건물이 차분하기 그지없다. 지면을 따라 낮고 길게 앉혀진 모습도 그러하다. 주변의 농익은 자연환경과 오래된 마을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드러나지 않는 색감과 형태로 인해 오히려 더욱 존재감 있게 다가온다.
지상1층의 주택과 교회로 구성된 건물은 충북 청주의 대청호가 만들어지면서 수몰된 지역을 이주해놓은 마을에 위치한다. 30여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이면서 집들과 수목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마을처럼 자연스레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일구고 있는 곳이다. 마을과 접하는 곳에 교회가, 산과 가까운 곳에 집이 자리한다. 두 채는 유사한 듯 다르다. 공사의 구분이 있는 장소이기에 진입 동선을 분리하여 교회 입구는 낮은 곳에, 집의 입구는 뒷길 높은 곳에 두고 있다. 또, 집은 동서방향의 경사를 따라 긴 마당을 품은 박공지붕을 하고, 교회는 남북으로 긴 장방형의 마당을 품은 평지붕을 갖고 있다.
공간구성 면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펼쳐진 터에 두 개의 장방형 볼륨들이 중정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는 점은 두 건물이 동일하다. 집에서는 브리지 기능을 하는 또 하나의 장방형 볼륨을 통해 세 개의 장방형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반면, 교회는 하나의 외벽으로 통합되어 보이지만 예배당, 기도실, 사무실, 식당 등 내부의 볼륨들이 나뉘어 있다. 분절을 통해 각 실에 독립성을 부여하고 볼륨들 사이마다 자연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각 실들이 자연을 사이에 두고 중첩되는 모습이 풍부하고도 깊은 공간감을 연출해낸다. 집과 교회 사이에는 경사진 진입마당이 있다. 이 선형의 마당은 멀리 소읍의 가로와 뒷산을 시각적으로 연결하며 교회와 집을 이어준다.
교회는 마을주민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마을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마을을 향해 좀 더 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평온한 농촌의 풍경에 누가 되지 않으려 조심스레 접근한 게 아닐까. 마을과 또 자연과 조용하고 차분하게 조우하며 소리 없이 스며들고 싶었던 것 같다.
작품명: 문의주택 + 그루터기교회 / 위치: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 건축학과) + 모노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김홍철, 이상진 / 구조설계: 터구조 주식회사 / 시공: (주)제효 / 기계, 전기설계: (주)성도엔지니어링 / 조경: 김용택 (knl) / 건축주: 이덕규 / 용도: 주택 – 단독주택; 교회 – 제2종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주택 – 660㎡; 교회 – 1,218㎡ / 건축면적: 주택 – 331㎡; 교회 – 246.23㎡ / 연면적: 주택 – 287.55㎡; 교회 – 246.23㎡ / 규모: 지상1층 / 주차: 주택 – 3대; 교회 – 2대 / 높이: 주택 – 5.4m; 교회 – 7.25m / 건폐율: 주택 – 50.15%; 교회 – 20.21% / 용적률: 주택 – 43.57%; 교회 – 20.21% / 구조: 주택 – 철근콘크리트조; 교회 – 철근콘크리트조+경량목구조 / 외부마감: 주택 – 백고벽돌, 이빼목; 교회 – 노출콘크리트, 백고벽돌 / 내부마감: 주택 – 석고보드 위 페인트; 교회 – 석고보드 위 페인트, 삼목 / 설계기간: 2016.6~2017.1 / 시공기간: 2017.4~2018.9 / 준공: 2018.10 / 사진: 건축가제공, 황규백(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