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이상봉 타워
Mongyudowondo, depicted from Korean traditional landscape drawing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Unsangdong Architects Cooperation
화선지 위에 펼쳐진 한 폭 수묵담채화를 떠올려본다. 먹이 지나간 자리에 분명 그림이 채워져 있지만 말갛게 옅어지며 있는 듯 없는 듯 비어 있는 한지 위 여백, 그 여운이 주는 평온함과 아름다움이 있다. 경쟁적으로 넘쳐나는 이 시대 패션의 성지, 그 숨 가쁜 거리에 산수화 같은 한 점 쉼표를 하얗게 찍어놓고 있다. 바쁘고 분주한 시선들마저 그 몽환적인 자태에 취하듯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Oriental landscape painting is about drawing an ideal scenery. It is interesting to see; the Western painters depict nature exactly as it is, while the East ones reproduce nature based on their memory. The oriental artists depict nature with fraction of the memory and their own imagination. Not only do they reflect the sustainability of nature, but also construct a new utopia. Oriental artists dream new fundamental architecture with an imagination of nature which is neither artificial nor real nature. Nature in an artificial structure also has its own eternity and along with it Korean landscape painting has been changing.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은 한국적인 문양과 선을 현대 패션에 적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는 그의 디자인 감각과 철학이 건물 디자인에 표현된 것임을 한눈에 짐작하게 된다. 실제로 조선 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외관 디자인의 모티프다. 몽유도원도는 현실 세계와 환상적인 도원(桃園)의 세계가 대조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유명한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플래그십스토어로 가득한 청담동 거리와 한국 산수화의 맵시를 강조한 건물, 몽유도원도가 서울 한복판에 이 구조로 치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부지는 서울에서도 고급스러운 패션과 문화가 모여 있는 핫플레이스다. 장소성에 부합하고자 디자이너 고유의 독자성을 강조하면서도 복합적인 문화를 담아내고자 층마다 프로그램을 분리해놓고 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은 이상봉 컬렉션, LIE 컬렉션, 아트갤러리 등 패션과 연계된 다양한 문화공간이 자리한다. 그 위로는 디자인에 특화된 사무실을 위한 근린생활시설, 도시형 빌트업 오피스텔이 자리한다. 고층과 옥탑은 복층 형식의 내부공간과 옥탑의 외부공간을 적극 연계해 패션쇼, 음악회, 창작 발표회, 파티, 영화상영 등이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와 한강으로의 조망이 근사한 데다 프로그램에 맞추어 역동적이고 다변적인 감성으로 변화 가능해 복합문화 공공플랫폼으로 활용되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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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drawing in the East can be explained as <visual media> that has trace and process of time in view of oriental naturalism. The architect suggests <Artificial nature-city as an imagination> which is an architecture, and also a living creature, that is constantly changing and breathing with a nature. The artificial instrument is constructed in a diverse ways of visualizing nature. The three dimensional combinations of topography result in variety of outcomes. The architect abstracts diverse features of Korean mountain, field, valley, water, and combine them in architecture.
가로에서 보이는 입체적인 모습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 기둥 같기도 하고, 하얗게 일렁이는 도원 속의 바람이나 언덕 같기도 하다. 외관이 여느 빌딩들 사이에서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모더니즘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직교 좌표 체계를 과감히 해체하고 변형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 틈새에 숨어 있던 공간과 구조를 동양 산수화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발견하고 해석하고 있으니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감각과 연관 지어 더욱 흥미롭게 관찰하게 된다. 건축이 곧 패션이고, 패션이 곧 건축이 된 것이다.
작품명: 몽유도원도 /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7-6 / 사무소명: 운생동건축사사무소(주) / 설계: 장윤규, 신창훈, 한길환 / 건축주: 이상봉 / 용도: 업무시설, 상업시설 / 대지면적: 467.5㎡ / 건축면적: 272.65㎡ / 연면적: 5358.53㎡ / 규모: 지상 15층, 지하 5층 / 높이: 59.35m / 시공기간: 2015.11~2018.1 / 완공: 2018 / 사진: Sergio Pirrone, 김재윤